車·옷·먹거리 회사도 몰려간다.. 성수동 골목은 최신유행 실험실
“저기 좀 봐.” 26일 오후 서울 성수동의 복합문화공간 ‘쎈느’에 들어선 이글루처럼 생긴 가건물. 이곳 입구에서 20대 여성 세 명이 사진을 찍었다. 패션 업체 한섬이 자사 브랜드 ‘시스템’의 상품을 소개하기 위해 29일까지 여는 임시 특화 매장이다. 가건물의 내벽을 스크린 삼아 LED 조명을 비춰 영상 작품을 보여주고 있다. 대학원생 권소라(29)씨는 “새롭고 재밌는 것을 보려고 성수동에 온다”고 했다.
700m 정도 떨어진 뒷골목. ‘금성 오락실’ 간판이 보인다. LG전자가 오는 12월 19일까지 옛 사명(社名)인 ‘금성’을 활용해 만든 임시 매장이다. 430㎡(130평) 규모의 매장을 1970년대 오락실처럼 꾸미고 LG올레드TV 10여 대를 갖다 놓았다. 추억의 오락실 게임부터 콘솔 게임까지 최신 올레드TV 화면으로 무료로 즐길 수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20~30대에게 LG전자 제품을 색다르게 보여줄 장소를 찾다가 성수동을 택했다”고 말했다.
실험하고 싶은 IT 업체·유통 업체들은 성수동에 모인다. 성수동이 트렌드의 성지(聖地)로 떠오르면서 패션·화장품·IT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첨단의 서비스나 상품을 보여주는 ‘테스트 베드’(시험대)로 활용하고 있다. 코로나 확산 이후 서울 명동과 가로수길 상권이 움츠러든 것과 달리, 성수동은 최근에도 유행에 민감한 젊은 인구로 붐비기 때문이다. 최근엔 SM엔터테인먼트·크래프톤 등 유명 엔터·게임 회사들이 성수동에 둥지를 틀면서 더욱 강력한 ‘실험 지대’로 각광받고 있다.
◇'실험’하고 싶으면 성수동에 간다
LG전자는 이달 초까지 실내에서 식물을 키우는 생활가전 ‘틔운’을 소개하는 임시 매장을 성수동에 열었다. 골목에 있는 야외 카페에서 가전제품 ‘틔운’과 각종 채소를 키우는 작은 정원을 선보였다. LG전자 관계자는 “가전제품을 도심의 첨단 매장이 아닌 골목길에서 만나는 재미를 느끼게 하고 싶었다”고 했다.
업체들이 성수동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이곳 유동 인구의 절반가량이 20~30대이기 때문이다. 소비력은 40~50대에 못 미치지만, 트렌드에 누구보다 예민한 소비자다. 최근 기아자동차가 전기차 EV6를 성수동에 전시하고, 한국타이어도 신형 타이어를 성수동 골목에서 보여주는 행사를 벌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기아 자동차 관계자는 “20~30대 소비자가 전기차의 매력에 눈뜨게 만들기 위해 성수동에서 행사를 열었다”고 했다.
새로운 기술에 호기심이 많은 젊은 소비자를 겨냥해 성수동을 체험 기지로 활용하는 곳도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성수동 매장을 ‘CES 2021′(세계 최대 IT 전시회) 헬스&웰니스 부문 혁신상을 받은 ‘립 팩토리 바이 컬러 테일러’ 기술을 소개하는 특화 매장으로 삼았다. 이곳에선 인공지능을 통해 피부에 맞는 립스틱 색깔을 추천받을 수 있다. 평소 팔던 제품을 다른 형식으로 내놓을 때도 성수동이 애용된다. 신세계푸드는 LG전자 ‘금성 오락실’이 있는 곳에서 ‘신세계 분식’을 운영한다. 마트에서 파는 간편식 제품을 이곳에선 분식집 음식처럼 조리해서 판매한다. 이곳에서 제품을 맛본 젊은 소비자들이 다시 마트를 찾도록 기대하는 것이다.
◇”유일하게 남아 있는 주 7일 상권”
코로나를 거치면서 성수동은 사실상 서울에서 거의 유일한 주 7일 상권으로 남았다. 성수동 유명 떡볶이집 ‘금미옥’의 김용준 대표는 “고급 아파트가 들어서고 최근 게임 회사 크래프톤이나 SM엔터테인먼트 같은 회사도 잇따라 입성하면서 평일에도 유동 인구가 많고 주말엔 강남에서 넘어오는 사람들도 많다”고 했다. 특히 강남 가로수길 같은 곳과 달리 대기업 자본이 밀고 들어와 중소상인을 밀어내는 젠트리피케이션이 상대적으로 덜한 동네로 꼽힌다. 맛·서비스가 천편일률적인 프랜차이즈 식당이 상대적으로 적고, 개성 있는 맛집이나 카페가 곳곳에 있는 데다 서울숲과 한강도 있어 젊은 세대들이 몰리는 것이다. 한섬의 송지영 캐주얼 마케팅 팀장은 “신제품과 신기술을 보여주는 테스트 베드로 성수동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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