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만원 넘는 종부세, 은퇴한 아버지는 잠 못든다
올해 급등한 종합부동산세 고지서를 받아든 은퇴 세대와 고령층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고정 수입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재산세와 종부세로 수백만~수천만원을 내게 되면서 “살길이 막막하다”고 하소연하는 사람이 많다. 은퇴 후 월세 수입으로 생활하려고 여분의 주택을 장만한 이들은 수천만 원대의 세금 고지서를 확인하고서 “임대 수입을 몽땅 털어 넣어도 세금을 낼 수가 없다” “은퇴 후 생활 계획이 완전히 어그러졌다”며 울상이다. 정부는 “고령자 공제로 1주택자는 부담이 크지 않다”고 하지만, 공제 혜택을 받는 사람들도 “집 한 채 있다는 이유로 재산세와 종부세, 건강보험료까지 죄다 올라 생활비로 쓸 돈이 없다”고 불만을 터뜨린다.
◇”월세 수입 몽땅 더해도 종부세 못 내”
월세 받을 용도로 집 한 채를 더 마련해둔 은퇴족들은 작년보다 수십 배 오른 종부세에 그야말로 ‘패닉’ 상태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70대 은퇴자는 “강남 아파트 한 채 값도 안 되는 집 2채 있다고 작년 3만원이었던 종부세가 183만원으로 올랐다”며 “월세 수입이 다 세금으로 들어가면 무슨 돈으로 생활하느냐”고 말했다. 1980년대에 장만한 상가주택에 살던 임모(82)씨는 “남편과 사별하고 좀 편하게 살겠다고 소형 아파트를 하나 장만했는데, 2000만원 넘는 종부세 고지서가 나왔다”며 “돈을 마련할 방법은 없고, 자식들한테 말도 못한 채 속만 끓이고 있다”고 했다.
은퇴한 지 10년이 넘은 박모(68)씨는 매달 30만원씩 나오는 국민연금과 서울 서초구에 있는 20평대 아파트에서 나오는 월세(270만원)가 수입의 전부다. 박씨는 “작년 2000만원이었던 종부세가 올해는 6900만원으로 3배 넘게 뛰었고, 재산세까지 더하면 보유세만 8000만원이 넘는다”고 말했다. 그는 “종부세 내려고 은행 대출을 알아봤는데 거절당했고, 지금 사는 집을 팔면 양도세로 50%가 나간다고 하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1가구 1주택 은퇴족들의 불만도 만만치 않다. 3년 전 은퇴하고 자신이 보유한 서초구 아파트에 사는 58세 김모씨는 올해 재산세로 1000만원을 내고, 종부세로 1100만원이 나왔다. 그는 “서울 성북구 빌라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해 10번 넘게 이사 다니다가 은퇴 전 강남에 집 한 채를 마련한 게 전부”라며 “국민연금도 받지 못해 수입이 아예 없고, 자식들 결혼도 시켜야 하는데 눈앞이 깜깜하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에서 영업 중인 한 공인중개사는 “종부세에 놀란 어르신들이 ‘지금 사는 집을 자가에서 전세로 돌리고, 차액으로 월세 받을 수 있는 작은 집 하나를 장만할 수 있느냐’고 문의하는 경우가 많은데, 양도세 떼면 수중에 남는 돈이 적어 쉽게 권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감당 못 할 세금에 자녀까지 전전긍긍
수입이 끊긴 부모에게 날아든 종부세 폭탄에 고민 상담을 하는 자녀도 늘었다. 경기도 분당에 사는 주부 정모(45)씨는 “수입이 없는 친정 부모님이 재산세와 종부세로 1000만원 정도 나와서 매달 생활비로 드리는 용돈을 더 올려야 하는지 형제들과 상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아버지 명의로 강남 30평대 아파트와 시골집이 있는데 2000만원 넘는 세금이 나왔다, 어떻게 하느냐” “한 달에 200만~250만원 월세 받아 생활하시는 부모님이 종부세 700만원을 받고 스트레스가 심한데 도울 방법을 찾고 싶다”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정부는 여전히 1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는 “1가구 1주택 고령 은퇴자의 경우 최대 80%까지 세 부담이 경감된다”며 “종부세 대상인 1가구 1주택자 3명 중 1명인 4만4000명이 최대 공제인 80%를 적용받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설명대로라도 1가구 1주택자 중 최대 공제를 적용받는 인원은 올해 주택분 종부세 고지받은 개인(법인 제외) 88만5000명의 5%도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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