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희생자 뺀 이순자 사과에 李 분노, 尹 침묵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연합뉴스

고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씨가 "남편의 재임 중 고통을 받고 상처를 입으신 분들께 남편을 대신해 깊이 사죄를 드리고 싶다"며 고개를 숙인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사과 후 전 전 대통령 측은 이순자씨가 대리 사죄한 대상에는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와 유족 등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순자 씨는 지난 27일 오전 발인식에서 대리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이에 대해 전 전 대통령 측이 5·18에 대해 최초 사죄한 것으로 받아들여졌지만, 이후 전 전 대통령 측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이 "재임 중 일어난 일에 대한 발언"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를 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잘못이 없다는 태도"라며 "마지막 순간에도 광주 시민들, 국민을 우롱하는 발언"이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앞 뒤를 보면 사과하는 건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전두환씨가 제일 문제 되는 부분은 재임 중 행위보다는 재임 과정에서 벌어진 소위 쿠데타와 학살 문제 아니겠느냐"며 "전두환씨가 사망하던 날 극단적 선택을 해버린 광주 시민군 이광영씨 얘기를 여러분도 아실 것이다. 개인적 목적을 위해 사람을 수백명씩 학살하고 국가 헌정질서를 파괴한 사람은 평생 호의호식하다가 천수까지 누리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사람 때문에 반신불수가 돼 평생 고통 속에 사는 사람은 극단적 선택을 했다. 같은 날 벌어진 일인데 사과할 마음이 정말 눈꼽 만큼이라도 있으면, 저는 광주 이광영 시민군에 대해 한 마디라도 했을 것 같다"며 "찾아뵙지는 못할지언정 미안하다는 말이라도 했어야 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또 "그런 점에서 보면 역시 여전히 전두환씨가 생전에 취했던 태도처럼 '내가 무엇을 잘못했냐', 심지어 '난 그런 일 없다, 난 아무 잘못 없다'는 태도인 것 같다"고 주장했다.

반면 윤 후보는 이순자씨 '대리 사과'에 대해 "거기에 대해선 제가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최근 '전두환 옹호' 발언 논란에 휩싸인 윤 후보로서는 최대한 언급을 자제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권준영기자 kjykjy@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