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꼼수집회' 민주노총 대규모 집회 강행..양경수 참석(종합)
양경수 위원장, 석방 후 첫 집회 참석
여의도서 2만명 모인 27일 불법집회
경찰 수사 착수..서울시 전원 고발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노조들이 주말 내내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강행했다. 공공운수노조는 방역지침을 위반한 2만여명이 모이면서 불법집회를 진행했고, ‘청년노동자대회’와 ‘배달라이더 행진’은 딱 맞춘 인원 수로 따로 신고하면서 꼼수집회를 열었다. 집회 과정에서 경찰과 조합원들 간 충돌이 발생하며 시민들은 교통 혼잡 등 불편을 겪었다.
28일 오후 2시부터 ‘MZ세대’ 중심 민주노총 조합원 499명은 서울 시청역 5번 출구에 집결해 청와대까지 행진하는 청년노동자대회를 진행했고, 동시에 서비스일반노조 배달플랫폼지부 소속 배달라이더 99명도 바로 옆에서 행진을 준비했다.
당초 ‘배달라이더 행진’은 청년노동자대회를 신고한 499명과 별개로 집회를 예고했지만, 사실상 동시간대에 집결해 약 600명이 집회를 연 셈이다. 현재 ‘위드 코로나’ 기준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자와 PCR 검사 음성확인자, 18세 이하 등만 참여할 땐 499명까지 집회가 가능하다.
집시법 위반 등으로 구속됐다가 지난 25일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도 참석했다. 양 위원장은 “석방 이후 이 자리가 첫 번째 자리인데 (집회가) 실현돼서 기쁘다”며 “청년들의 안전한 일자리를 요구하는 건 51년 전 재단사였던 전태일이 소망하던 세상과 닮아있다. 청년 노동자들은 모두 전태일이다”라고 말했다.
조합원들이 오후 2시 45분쯤부터 행진을 시작하자 경찰은 코로나19 방역지침을 이유로 통제했다. 경찰이 라이더 99명을 도로 신호에 맞춰 10대씩 행진하도록 하자 조합원들은 “왜 자꾸 막냐고”, “적당히 끊어야지. 나머지 (오토바이) 빨리 보내라고” 등 반발하며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후 자전거 50대와 조합원 400명 가량의 도보 행진은 경찰이 조합원들에게 밀리면서 막지 못했다.
이들은 △양질의 안전한 청년일자리 보장 △차별금지법 연내 제정 △기후 정의 △학교 노동교육 제도화 △노조할 권리 보장 등을 요구했다. 행진을 시작하기 앞서 걸그룹 에스파의 ‘넥스트 레벨’, 방탄소년단의 ‘DNA’를 개사해 공연하기도 했다.
건설산업연맹 소속 이준혁씨는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선 ‘입만 열면 MZ세대의 요구’라고 한다”며 “그러나 그들 말 속엔 일터에서 착취당하고 다치고, 죽어나가는 청년 노동자의 이야기는 하나도 없다”고 외쳤다.
전날인 27일 서울 여의도에서는 민주노총 소속 공공운수노조원 2만여명이 모여 총궐기대회를 기습 진행했다. 당초 2만명으로 신고된 집회 인원에 따라 서울시는 방역 지침에 따라 총궐기를 불허했고, 서울행정법원도 노조의 집회금지통보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한 바 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여의도역 4번 출구에 모인 조합원들은 ‘판을 뒤집자! 세상을 바꾸자! 동네방네 공공성 구석구석 노동권 공공운수노조 총궐기’ 집회를 열고 비정규직 철폐와 좋은 일자리 제공, 화물안전 운임제 전면 확대, 기획재정부 해체 등을 요구했다.
집회는 앞서 낮 12시부터 서울 거점 지역에서 사전 대회를 진행한 화물연대본부·교육공무직본부·민주우체국본부가 공공기관본부의 사전 대회 장소에서 열린 총궐기에 합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조합원들 집결을 막아 충돌이 발생했다.
서울경찰청 불법시위 수사본부는 이날 강행된 대규모 집회를 강행한 주최자 및 주요 참가자 등에 대해 집시법 및 감염병예방법 등 위반 혐의로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집회 주최자와 참가자 전원을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한편, 대규모 집회로 교통이 통제되면서 일반 차량과 시민들은 통행에 불편을 겪었다. 시청 앞 ‘청년노동자대회’와 ‘배달라이더 행진’으로 행진 대열이 2개 차로를 사용하면서 오후 3시쯤 대열이 모두 지나가기 전까지 일반 차량들은 도로에 멈추거나 서행했다.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은 도로 한복판에서 하차하고 길어지는 대기 시간에 불평을 늘어놓기도 했다.
친구와 주말 나들이를 나온 20대 이모씨는 “지금 20분 넘게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며 “사람들 다 지나가니까 이제야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민정 (jju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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