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산, '페미니즘 싫으면 女 죽이지 말라' 장혜영 직격.."좀 크게 보라"
"'여성을 죽이지 마세요'라는 애원조의 말은 이 사건을 바라보는 시야각을 최대치로 좁혔을 때나 가능한 말"
"설익은 정치는 설익은 표를 받아 간다..무르익은 정치는 결코 그러면 안 될 일""최소한 '정의'라는 단어를 당명에 박아넣은, 바로 그 당이라면 말이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시무7조' 글을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올려 세간의 주목을 받은 '진인' 조은산이 최근 "'페미니즘'이 싫으면 여성을 죽이지 말라"고 밝힌 장혜영 정의당 의원을 겨냥해 "좀 크게 보라. 당신은 국회의원이지, 여성 의원이 아니다. 세상이 그녀를 여경이 아닌, 경찰관으로 바랐듯이 말이다"라고 쓴소리를 했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조은산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이별통보 했다고 칼로 찌르고 19층에서 밀어 죽이는 세상에서 여성들이 어떻게 페미니스트가 되지 않을 수 있을까요? 페미니즘이 싫습니까? 그럼 여성을 죽이지 마세요. 여성의 안전 보장에 앞장서세요. 장혜영 정의당 의원의 말이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조은산은 "나는 이게 공당의 정치인이자 입법부의 상징인 현역 국회의원이 '신변 보호까지 요청한 전 애인을 찾아가 칼로 찌른 후 19층에서 밀어 살해한 오피스텔 살인 사건'을 두고 할 수 있는 최선의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이런 식의 발언은 근본적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사건의 본질은 단순히 '이별 통보'를 했다는 이유로 여성이 남성에게 살해당했다는 사실에 머물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사건은 피해자가 '경찰에 신변 보호 요청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피살될 수밖에 없었던 제도적 허점을 노출한 비극이며, 사건의 저변에는 법규의 미비와 도덕의 마비, 국가 공권력과 기술의 한계 같은 다양한 문제점들이 깔려 있다"며 "그러나 이렇게 다짜고짜 '페미니즘'부터 들고 나온다면, 이제 남은 건 증오와 분노에 휩싸여 서로의 얼굴에 똥 덩어리를 투척하는 남녀들과 언론을 도배한 페미니즘에 대한 해묵은 논쟁뿐일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건전한 논의와 해법의 제기 가능성은 페미니즘에서 비롯된 증오의 논리에 묻혀 매몰된다. 국회의원은 민심을 얻기 위해 법안을 내는 의정인이지, 관심을 얻기 위해 증오를 내다 파는 선동꾼이 아니다"라고 장 의원의 발언이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물론 장혜영 의원이 스토킹 처벌법 대표 발의 등 사회 안전망 구축에 힘 써온 건 높이 평가할 만한 부분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특별법 제정에도 불구하고 그 효용은 크지 않다는 게 증명됐다. 그러므로 이 사건에 대한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허용된 올바른 접근법은 먼저 '남성이 여성을 죽였다'는 근시안적이고 편협한 방식의 접근에서 벗어나는 데 있을 것"이라며 "그리고 경찰에게 신변 보호를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피해자가 죽임을 당했어야 했는지, 그 과정에서 공권력은 적절히 개입했는지, 그리고 결정적으로 피해자가 지급받은 스마트워치는 왜 제 기능을 하지 못했는지, 그로 인해 출동 경찰관의 대처가 미흡할 수밖에 없었다면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지식인으로서 현상을 고찰하고 정치인으로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여성을 죽이지 마세요'라는 애원조의 말은 이 사건을 바라보는 시야각을 최대치로 좁혔을 때나 가능한 말"이라고 했다.
조은산은 "나는 2017년 3월에 발생한 어느 초등생 살인 사건을 기억한다. 당시 하굣길에 나선 7살 아이가 인근 아파트의 옥상에서 처참하게 훼손된 시신으로 발견된 사건이었다. 이 충격적인 사건의 가해자들은 극악무도한 범죄 방식에도 불구하고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각각 20년, 13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면서 "그래서 이 사건은 소년법이 정한 자유형의 형량 제한과 동법의 적용 연령이 현시대에 부합하는가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고 과거 사건을 언급했다.
그는 "그리고 지난 겨울, 16개월의 아기가 장기간 이어진 양부모의 살인적 폭행으로 목숨을 잃었다. 이 사건 역시 제도의 맹점을 적나라하게 노출한 사회적 비극이었다"며 "총 3번의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기는 살아남지 못했고 아동 복지라는 행정 작용이, 아동 학대 예방과 근절이라는 사법 작용이 전혀 그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점을 드러냈다"고 문제의식을 제기했다.
"위의 두 사건 모두 여성이 가해자다. 그러나 나는 이것을 두고 '여성이 아이를 죽였다'고 먼저 말하지 않는다. 또한 두 사건 모두 여성이 피해자다. 그러나 나는 이것을 두고 '여성이 여성을 죽였다'고 먼저 말하지 않는다"면서 "그 이유는, 특정인이 특정인을 죽였다는 사실보다 더욱 가혹한 현실이, 그 많은 논란과 논쟁에도 불구하고 소년법은 결국 개정되지 못했으며, 16개월 아기의 죽음 이후로도 학대와 방임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세상 이곳저곳에서 여전히 죽어가고 있는 현실이 가장 먼저 가슴 아파서다"라고 말했다.
조은산은 "이제 오늘, 얼마 전 발생한 층간소음 살인미수 사건으로 대한민국은 증오로 가득 차 있다. 이웃 주민을 향해 칼을 휘두른 범죄자를 앞에 두고 신참 여경이 줄행랑을 쳤다는 이유"라며 "그러나 나는 이것을 두고 '안티 페미니즘'을 먼저 말하지 않는다. 증오로 뒤덮인 세상은 모두의 눈을 멀게 만든다. 살인미수로 입건된 위 피의자가 확정 판결을 받고 난 이후, 뇌사 상태에 빠진 피해자가 결국 사망하더라도 살인죄의 양형 기준으로 그를 다시 법정에 세울 수 없다. 일사부재리의 원칙 때문이다. 결국 조장된 분노에 휩싸인 대중은 아무도 이 문제를 말하고 있지 않다. 이것이 증오가 가진 힘"이라고 적었다.
이어 "때론 증오는 삶을 바꾸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저 자신을 향한 증오는 결국 저 스스로를 망친다. 무도한 권력을 향해서가 아닌, 국민이 같은 국민을 향해 내쏟는 증오가 바로 그런 것"이라며 "그것은 세상을 가르는 분열의 원동력이 된다. 설익은 정치는 그것을 조장하며 설익은 표를 받아 간다. 무르익은 정치는 결코 그러면 안 될 일이다. 최소한 '정의'라는 단어를 당명에 박아넣은, 바로 그 당이라면 말이다"라고 장 의원과 정의당을 싸잡아 비판했다.
끝으로 그는 "따라서 요즘 나는 페미니즘보다 휴머니즘이 좋다. 나는 아들을 키우는 아빠이고 동시에 딸을 키우는 아빠이기 때문"이라면서 "또한 나는 경험적 리얼리즘에서 비롯된 제도적 메카니즘이 더 좋다. 나는 내 두 아이를 모두 사랑하기 때문에, 그리고 그것이 그들을 지켜줄 수 있는 유일한 방편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글을 끝맺었다.'
한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장 의원 최근 '페미니즘'을 두고 날카로운 설전을 벌였다. 이준석 대표는 "페미니즘이 싫으면 여성을 죽이지 마라"는 발언을 한 장 의원을 겨냥해 "'남성은 잠재적 가해자' 프레임은 2021년을 마지막으로 정치권서 사라졌으면"이라고 비판했다. 장 의원은 이 대표의 반응에 "고유정 때문에 여친한테 살해당할까 봐 걱정하면서 사나"라고 재반박하고 나서며 논란이 확산됐다.
권준영기자 kjykj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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