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경제성 일석이조 산업인데.. 규정조차 없어 자원 낭비 [길잃은 '사용후 배터리시장']
현행법 규정 없어 활성화 늦어져
NDC 40% 실현·순환경제에 역행
국제표준 선점 경쟁력 저하 우려
■"리콜 배터리 재활용 정부지원 절실"
28일 업계와 정부에 따르면 1조4000억원 규모 코나EV 배터리가 헐값에 폐기될 위기에 처하자 자원낭비와 순환경제 경쟁력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재활용업계는 '리콜 배터리' 재사용을 위해 정부가 해법마련을 위한 지원에 나서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이 문제에 국토교통부·환경부·산업통상자원부가 영역별로 얽혀 있고, 정권 말기여서 공무원들이 해법마련에 소극적이라며 불만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용후 배터리 국제 표준선점경쟁이 치열한데, 리콜 배터리를 활용하면 관련 기술을 축적할 좋은 기회"라며 "리콜 배터리를 싸게 구입하는 만큼 에너지저장장치(ESS) 방제 등 시설에 대규모 투자해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문재인정부가 전남 신안 세계 최대 풍력단지에 48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는데, 이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 사용후 배터리 활성화는 절실하다.
업계 관계자는 "신안 풍력단지에 계통과 송전선이 부족한데, 밀양 사건(송전탑 인근주민들 질병 발생 논란) 이후 국내에 송전선 설치가 사실상 어렵다"며 "대규모 ESS를 설치해 전력을 저장하면 해결할 수 있는데, 사용후 배터리를 사용해야 경제성이 나온다"고 강조했다.
또 전문가들은 2030년 NDC 40%를 실현하고 순환경제를 주도하려면 사용후 배터리 산업 활성화가 필수적이라며, 국제표준 선점경쟁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는 리콜 배터리를 재활용하다 자칫 화재 등 추가사고가 발생하면 태동하는 사용후 배터리 산업에 타격이 될 것이란 우려다. 또 리콜 배터리를 ESS로 재활용해도 풍력 전력시스템과 계통 연결하려면 한국전력과 협의가 필요한데, 아직 사업화할 수준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정부 관계자는 "화재 사고가 발생하는 등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어 전량 폐기처분 하는 것"이라며 "ESS로 전환해 풍력과 연결하는 사업을 하려 해도 한국전력과 기술, 계통 검토 등을 받아야 하는데 아직 재활용 업체들의 아이디어 수준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배터리 재사용…순환경제 구축에 필수
전기차 사용후 배터리를 ESS 등으로 재활용하면 신품 대비 약 30% 가격으로 활용할 수 있다. 또 이는 해당 배터리를 기존 수명보다 5~7년 더 사용하는 효과를 낸다. 전기차 가격의 절반을 차지하는 배터리 활용성이 높아진다. ESS는 남는 전력을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공급하는 시스템이다. 폐배터리를 ESS 등으로 재사용하면 비용과 환경문제를 해결하고 재생에너지 안전성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현행법에는 아직 사용후 배터리의 매각 절차나 안전성 규정이 없는 상태다. 구체적으로 전기안전관리법에 사용후 배터리를 활용한 ESS에 대한 검사 기준이 없다. 다만 내년부터 국내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보다 활발해질 전망이다. 전국 미래폐자원 거점수거센터 4곳(경기 시흥시, 충남 홍성군, 전북 정읍시, 대구 달서구)이 내년 본격 운영에 들어간다. 각 지자체에 반납된 사용후 배터리들이 민간기업에 매각된다. 그동안 국내 전기차의 사용후 배터리는 제대로 된 체계가 마련되지 않아 각 지자체에 쌓여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사용후 배터리에 대한 재활용 등 처리방식을 결정할 만한 종합적인 시설이 국내에 사실상 전무했던 상황"이라며 "현행 관리체계의 미비점이 일부 개선되겠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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