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선진국 주가 차별화, 언제까지
[[Weconomy] 김한진의 자산전략]
선진국과 신흥국 주가 차별화가 더 커지고 있다. 팬데믹 공포가 최고조에 달했던 2020년 3월은 대부분의 글로벌증시가 바닥을 찍은 때였다. 이 시점 대비 2021년 11월말 현재, 선진국 지수는 95%, 신흥국 주가는 평균 66% 올랐다. 선진국 중에서도 나스닥이 131% 오르는 동안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110%, 유럽주가는 80% 올랐다. 문제는 코로나 위기 정점에서 벗어난 올해의 상황이다. 올해 초 대비 나스닥이 23% 오르는 사이 신흥국 주가 평균은 오히려 소폭 떨어졌다. 올해는 신흥국 안에서도 차별화가 심했는데 연초대비 중국 상하이지수는 거의 보합에 머물고 있고, 브라질은 11% 내린 반면, 대만은 20%, 인도는 23%, 베트남은 36% 올랐다. 이러한 주가 차별화는 앞으로도 지속될까.
선진국과 신흥국, 혹은 국가별 주가 차별화의 원인은 무엇보다 경기와 기업이익 차이 때문이다. 이밖에 통화정책과 환율, 지정학적 위험까지 주가 차별화 요인은 다양하다. 이중 코로나 시대에 보다 부각된 주가 차별화 이유는 아마도 전염병에 대한 국가별 대응과 부쩍 빨라진 기업의 부가가치 변화로 보인다. 보통은 경기가 확장될수록 세계경제 노출도가 높고 물가상승에 유리한 신흥국 증시가 유리하다. 하지만 지금은 예전과는 다르다. 다음과 같은 몇 가지 관점에서 각국 증시의 디커플링(차별화)은 좀더 지속될 공산이 크다. 아직은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다.
첫째, 백신 접종률로 볼 때 위드 코로나 환경에서 선진국 경제활동은 신흥국보다 우위에 있다. 11월 셋째 주 현재, 미국과 유럽 선진국의 백신 접종률은 각각 69.7%와 73.3%(1차), 58.8%와 69.2%(2차)다. 이는 전세계 평균 54.1%(1차)와 42.6%(2차)보다 높다. 선진국이 서비스업 활성화로 더 양호한 경기탄력이 가능한 여건임을 예고한다. 나아가 부스터 샷과 코로나 치료제 보급 면에서도 선진국이 우위에 있다.
둘째, 재정지출 면에서도 당분간 선진국 경제의 우위가 엿보인다. 선진국과 신흥국의 경제규모(GDP) 대비 재정지출 비율의 차이는 2019년 6.9%포인트에서 2020~2022년은 11.5% 포인트로 벌어질 전망이다. 그런데 선진국 재정지출의 주요 항목은 자국의 경기부양과 기업 경쟁력 지원 목적의 사회간접자본(SOC), 통신 인프라, 물류혁신, 첨단산업 및 보건 지원 등 비교역재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예전에 비해 신흥국에 대한 선진국 재정투자의 낙수효과가 제한될 전망이다.
셋째, 선진국 경제가 지닌 원래의 장점이 합쳐져 현재로선 신흥국보다는 고용과 생산 모두 코로나19 이전 수준에 빨리 도달할 전망이다. 넓은 내수기반과 기업의 혁신성장, 부가가치 면에서 선진국 빅테크 기업의 비교우위는 지속될 전망이다. 원가상승 압박을 이기는 기업은 시장 지배력이 높거나 기술력 기반이 단단한 기업에서 발견되고 있다.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의 위력이 얼마나 될지, 인류가 이 질병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시점이 언제가 될지는 불분명하다. 다만 다소간의 시차가 있을 뿐 세계는 결국 위드 코로나 시대로 진입할 것이다. 2022년은 세계경기의 확장국면으로 기록될 것이다. 보통의 경기확장 국면에서는 신흥국의 성장 속도가 선진국보다 빨랐고 물가상승률의 격차도 컸는데 이번 사이클에서는 그런 모습이 지연돼 나타날 전망이다. 이런 변화는 국가간뿐만 아니라 산업간, 기업간에도 성장과 주가의 차별화가 당분간 커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물론 한국도 경쟁우위와 주가 차별화가 가능한 기업을 다수 품고 있다. 글로벌 혁신 대열에서 함께 성장할 수 있고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아이템을 잘 만드는 기업이 승자가 될 것이다. 투자의 초점도 여기에 맞출 필요가 있다.
KTB투자증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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