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그들만의 비호감 대선

2021. 11. 28.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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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오늘로 20대 대통령 선거일이 100일 남는다. 대통령 후보들의 모범적 삶과 미래에 대한 비전을 기대했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오염된 이력만이 부각되고 있다. 후보들의 실언과 막말까지 더해지면서 많은 국민들은 이번 대선을 '비호감 경쟁'이라고 부른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어느 당도 지지하지 않는 부동층도 늘어났지만 3당의 후보는 여전히 당선가능성에서 멀어져 보인다. 유권자들은 결국 최악의 후보만을 피해야하는 불쾌한 선택만을 강요받고 있다.

이러한 비호감 대선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이는 무엇보다 대선 후보들의 거친 삶의 궤적에서 기인한다. 이재명 후보는 성남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비롯, 조직폭력배 유착 의혹, 친형 정신병원 강제입원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불법후원금 모금 의혹 등을 받고 있다. 윤석열 후보는 고발사주 의혹, 부산저축은행 부실 수사 의혹, 부인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장모의 편법증여 의혹을 받고 있다. 상대편의 흑색선전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의혹의 내용들이 꽤나 구체적이다.

국민 눈높이와 동떨어진 인물들을 대선후보로 내세운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책임도 크다. 정치 플랫폼으로서 거대 정당의 횡포인 셈이다. 대통령은 국가행정의 총책임자이면서, 외교적으로는 그 나라를 대표하는 얼굴이다. 또 그 시대 도덕의 상징이다. 그런 면에서 현재 두 후보는 낙제점이다. 이들 정당들은 '어차피 유권자에게는 민주당 후보와 국민의힘 후보 외의 선택지가 없다'고 생각해 후보들의 도덕성, 미래 비전 제시 등을 고려대상에서 제외했을 지도 모른다.

다만 상대방만 이기면 되는 선거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후보를 이길 사람으로 이재명 후보를 꼽았고, 국민의힘에서는 이재명 후보를 압도할 사람으로 윤석열 후보를 선택했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 모두 국회의원을 거치지 않은 0선 후보이다. 만약 이들이 총선에 나왔다면 당선될 수 있었을까. 단언컨대 두 정당 모두 이들 후보를 공천하지 않을 것이다. 막말정치인, 범죄연루설에 얽힌 정치인은 이들의 지역구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구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국가수사기관은 눈치를 보며 비호감 대선을 방조하고 있다. 어쩌면 이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보다 더 나쁜 무능함의 선례가 될 수 있다. 공직선거법 65조는 후보자의 재산상황, 병역사항, 세금납부 및 체납실적, 전과기록, 직업·학력·경력 등 인적사항을 공개하도록 요구한다. 이는 피선거권자에 대한 정확한 신상정보를 유권자에게 제공, 올바른 판단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이다.

지금처럼 두 정당의 후보들이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는 상황이라면 정부는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를 신속하게 판단,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월 12일 "대장동 사건에 대해 검찰과 경찰은 적극 협력해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로 실체적 진실을 조속히 규명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그 뿐이다. 미래권력에 줄서기에 능숙한 검찰과 공수처의 수사는 지지부진이다. 일부에서 특검을 하자고 주장하지만 후보자 등록일인 내년 2월 13일 이전에 수사결과가 나오기 힘들다. 결국 국민들은 범죄혐의 의혹자들을 놓고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현행 선거제도의 한계도 한몫하고 있다. 지난 30여년간 대통령 선거는 이름과 무늬를 바꿔 달기는 했지만 민주당과 국민의힘 양자 대결이었다. 국민에게는 중도진보와 중도보수의 두 정당 외에 이렇다 할 대안이 없었다. 이를 바꾸기 위해서는 총선에서는 중선거구제를, 대선에서는 결선투표를 도입해야 한다. 중선거구제로 전환하면 새로운 정치세력 유입이 활발히 이뤄진다. 현재의 민주당, 국민의힘 과점체제가 무너지는 것이다.

프랑스의 결선투표제도는 또 다른 참고사례가 된다. 2017년 프랑스 대통령선거에서 정치신예였던 에마누엘 마크롱은 1차 투표에서 24.01%를 득표했으나 2차 결선투표에서 66.10%를 얻어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결선투표가 도입되면 여러 정당의 후보들이 다양한 정책경쟁에 나설 것이다. 이러한 제도적 변화가 없다면 지금 같은 상황은 형태를 달리해 매 대선마다 반복될 수밖에 없다.

요즘 대선후보들의 비호감 경쟁을 지켜보면 도덕적 기준과 판단이 마비되어가는 것을 느낀다. 철학자 이진우가 지적하듯 비정상을 정상으로, 그른 것을 옳은 것으로 주장하는 '도덕적 도착증'에 나라 전체가 빠져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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