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섭 칼럼] 급조된 '온플법' 왜 밀어붙이려 하나
"모든 법은 저마다 입법취지를 명분으로 하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빅테크 기업들을 규제하기 위한 이른바 '온라인 플랫폼 규제법'(이하 온플법)도 본래, 스타트업이나 소상공인, 골목상권을 보호한다는 목적 하에 추진됐다. 그러나 정작 그들 중 상당수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고 있다. 온플법이 누구를 위한 법이고, 왜 사회적 합의도 거치지 않은 채 주먹구구식으로 추진되고 있는지 의아할 뿐이다."
국내 인터넷, 모바일 플랫폼 업체들을 규제하는 온플법 처리를 놓고, 국내 IT 업계의 반발이 격화되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인터넷업계를 중심으로 구성된 디지털경제연합이 온플법 제정에 공개적으로 반대의사를 표명했고, 법안 처리시 그 수혜주로 평가받고 있는 스타트업이나 영세 소상공인들도 온플법이 오히려 국내 IT 산업생태계를 위협할 수 있다면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규제대상이 되는 기업은 물론 정작 법제화로 혜택을 볼 기업들도 온플법 처리에 반기를 들면서, 정부여당이 왜 법안을 만들려는지, 또 누가 반사이익을 볼지 도무지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온플법은 당초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불공정 거래가 확산됨에 따라 이를 규제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마련한 법으로, 중개수익 1000억원 이상 또는 중개거래 금액 1조원 이상인 플랫폼 기업을 대상으로 하게 된다.
당장, 네이버, 쿠팡, 구글, 애플,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국내 주요 플랫폼 기업들이 우월적 지위를 앞세운 불공정 행위가 전면 금지된다. 반면 상대적으로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하는 소상공인, 스타트업들이 정상적인 거래를 통해 수익을 높일 것이란게 당국의 설명이다.
그러나 산업계에서는 정반대의 평가가 나오고 있다. 우선, 온플법이 소상공인이나 스타트업과 온라인 플랫폼 기업으로 촘촘히 연결되는 디지털 가치사슬의 고려없이, 일방적으로 영세기업과 빅테크 기업을 이분법적으로 '갈라치기'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대형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전방위 규제가 오히려 먹이사슬의 밑단에 있는 소상공인나 스타트업의 생태계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이 과정에서 국내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쏠림이 심화되는 반면, 해외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 장치는 상대적으로 헐거워, 규제의 역차별 가능성도 크다. 플랫폼 공정화법이 산업적으로 아직 입지가 취약한 국내 IT 생태계만 해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공정위, 방통위 등 관련 정부부처간 입법 경쟁으로 까지 비화되면서, 국내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중복규제 가능성도 커졌다. 실제, 최근 국회 정무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등에서 온플법 심의를 위한 법안소위가 진행됐지만, 아직 부처간 의견조율이 안돼 중단된 실정이다.
업체들도 중복규제 가능성을 온플법의 가장 큰 폐해로 지목하고 있다. 당장, 현재와 같이 각 부처별로 의견조율 없이 관련 법안이 처리될 경우, 업체로서는 동일 사안을 가지고 2~3개에 달하는 정부부처의 눈치를 살펴봐야 한다. 부처간 규제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부처간, 여야 정치권간에 의견조율도 안된 온플법을 왜 굳이 연말에 밀어 붙이려 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대선정국을 맞아, 온라인 빅테크 기업을 골목상권 침해의 주적으로 몰아가기 위한 정치적 시도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최소한의 의견조율 조차 거치지 않는 졸속법안을 무리하게 띄우기에 나선 것 자체가 '대선용 카드'라는 해석이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 코로나 시대 강도 높은 거리두기 조치로 피폐해진 골목상권과 소상공인의 위기를 일부 플랫폼 기업 탓으로 돌리기 위한 시도라는 것이다.
온플법을 무리하게 몰아 붙이기 보다는 사회적 합의와 함께 산업생태계를 고려한 충분한 논의가 먼저 전제돼야 한다.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조차 거치지 못한 법안을 졸속입법 하겠다는 정부여당의 속내가 궁금할 뿐이다.
최경섭 ICT과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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