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질 쫓는데 고양이 부적이 특효..역병의 역사
삼국사기·동의보감 등
2천년 전염병 역사 조명
조선 '묵재일기' 첫 공개
내년 2월 28일까지 전시
1821년 조선에 퍼진 콜레라는 처음에 '괴질(怪疾)'로 불렸다. 민간에서는 쥐에게 물린 통증과 비슷하다고 쥐통이라고 부르거나 몸안에 쥐신이 들어왔다 여겼다. 대문에 고양이 그림을 붙이고 괴질이 물러가길 염원했던 옛 사람의 이색 처방은 19세기 프랑스 인류학자 샤를 바라의 '조선기행(1892년)'에 수록됐다.
전시장 입구부터 신문형식 벽지와 시대별 역병 연대기를 나열하는 방식으로 한반도에서 2000년에 걸친 역병의 기록을 생활문화로 추적했다. 우리나라 역병 기록 중 가장 오래된 '삼국사기'(1145년 고려 문신 김부식 편찬)부터 코로나19로 분투하던 대구 동산병원 간호사들이 지난해 받은 위문편지까지 아우른다. 삼국사기 백제본기에 따르면 '온조왕 4년(BC 15년) 봄과 여름에 가물어 사람들이 굶주리고, 역병이 돌았다'는 기록이 나온다.
조선 시대에는 두창으로 목숨을 잃는 일이 흔했다. 이에 대한 공포심은 손님, 마마로 모시는 행위로 표출됐다. 마마배송굿은 마마신(神)을 달래어 짚말에 태워 보내는 과정이 포함돼 다른 굿과 차별화된다. 유교시대인 조선에서 무속신앙이 배척당했음에도 사대부에서도 마마굿을 했다.
노상추의 일기에도 두창이 유행해 여동생 혼사를 연기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부로촌으로 방향을 바꾸어 가서 김순을 만나 혼사 일을 의논하였는데, 내가 두창 때문에 속히 하기는 어렵다고 하였다. 그러자 김순이 저쪽에 통지해서 가을까지 기다리도록 하겠다고 약속해주어서 돌아왔다"(1767년 4월 25일 일기)
그 옆에 나란히 전시된, 253년후 청첩장 봉투에 씌여진 글귀 "이 시국에 드리는 청첩장의 무게가 무겁습니다"에서 역병이 인간 삶에 미치는 영향을 돌아보게 된다.
조선시대에도 역병이 발생하면 지인의 집으로 피접(避接) 가고, 집 안의 외딴곳에 자신 스스로 격리하는 일이 빈번했다. 오늘날의 사회적 거리두기의 원형인 셈이다. 우리 조상들의 초상화에 또렷하게 두창 자국이 남아있고, 통영오광대 놀이 손님 탈도 마마자국이 가득하다.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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