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도로·철길 선 따라 답사하는 '대서울'

박영서 2021. 11. 28.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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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서울선언' 시리즈 세번째 책으로 이번엔 '길'을 주제로 다뤘다.

책은 서울을 중심으로 뻗어 나간 도로와 철길을 따라가며 '대(Greater) 서울'을 알아본다.

책은 총 13장에 걸쳐 대서울의 대표적인 길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저자는 대서울의 길을 따라 걸으며 '갈등 도시'의 현장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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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서울의 길 김시덕 지음 / 열린책들 펴냄

저자의 '서울선언' 시리즈 세번째 책으로 이번엔 '길'을 주제로 다뤘다. 책은 서울을 중심으로 뻗어 나간 도로와 철길을 따라가며 '대(Greater) 서울'을 알아본다. '대서울'은 피자 조각처럼 방사선으로 퍼져나가는 모습이다. 대서울 개념의 핵심은 이런 '선'(線)이고, 이런 선을 따라 형성된 생활권이 탐구 대상이다. 대서울의 서부(김포, 강화도, 시흥, 파주 등)와 동부(철원, 구리, 남양주, 양평, 춘천, 원주, 하남 등), 그리고 남쪽으로는 충남 아산까지 탐구대상은 이어진다.

저자는 고대 페르시아의 지하용수 시스템인 '카나트'로 서울의 확장을 설명한다. 카나트가 높은 곳의 계곡물을 낮은 곳의 사막 지대로 흘려보내듯, 지난 100여 년간 수도 서울의 영향력은 길을 따라 주변 농업지역으로 뻗어나갔고 이는 도시화를 촉진시켰다. 사람들은 이 선을 따라 거주지와 직장, 학교를 오간다. 이러는 사이 사람들은 행정단위뿐 아니라 도로와 철도를 따라 선적으로 이어지는 지역들에도 소속감을 느끼고 연대한다. 예를 들어 신촌 오거리에서 버스를 타고 김포, 강화도로 다니는 사람들은 군(郡)과 면(面)으로 나눌 수 없는 공통의 이익과 화제,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책은 총 13장에 걸쳐 대서울의 대표적인 길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독자들은 각기 다른 길에서, 대서울 공간 구조의 옛 원형을 살펴보는 즐거움을 맛보고, 길을 따라 형성된 옛 마을의 정체성과 문화를 비교해 볼 수 있다. 책은 답사기 형식이지만 대서울 곳곳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외면하지 않는다. 저자는 대서울의 길을 따라 걸으며 '갈등 도시'의 현장을 발견한다. 경춘선 폐선 구간 재개발을 둘러싼 갈등, GTX 신설 철도 노선을 유치하려는 지역 간 경쟁, 길이 끊기거나 새로운 길이 놓이면서 사라져 간 마을과 실향민의 아픔을 확인한다.

저자는 도시 개발의 역사가 세입자·임차인들에게 너무 불공정하게 이뤄졌다고 비판한다. 인프라조차 없던 땅을 세입자·임차인들이 기껏 '살 만한 곳'으로 만들면 갑자기 땅주인이 튀어나와 이들을 다시 도시 바깥으로 몰아내는 과정이 반복되어 왔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도시의 진정한 주인은 누구이며, 우리는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지를 묻고 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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