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발레단이 '호두까기인형' 공연 배제한 이유는
독일 베를린 슈타츠발레단이 고전발레 명작으로 꼽히는 ‘호두까기인형’을 크리스마스 공연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인종차별적 요소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26일(현지 시각) 영국 더타임스에 따르면 발레단 예술감독 대행인 크리스티나 테오발트는 호두까기인형에 포함된 동양, 중국 무용에 인종적 고정관념을 지닌 요소가 있다며 이 같이 결정한 이유를 밝혔다.
호두까기인형은 차이콥스키의 3대 고전 발레다. 1892년 프랑스 출신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와 함께 만들었다. 독일 작가 에른스트 호프만의 동화 ‘호두까기인형과 생쥐 왕’이 원작이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호두까기인형을 선물받은 주인공 마리가 꿈속에서 왕자로 변한 호두까기인형과 함께 생쥐들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결혼식을 올린다는 내용이다. 다만 극중 중국 무용 파트에서 우스꽝스러운 분장과 과장된 무용이 나오거나, 피부색을 노랗게 분장하는 등 인종차별적 요소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슈타츠발레단은 지난해 말 구시대적이고 차별적인 공연 관행을 점검하겠다며 내부 조사를 해왔다. 이후 여러 차례 회의를 열어 고전 발레 공연들이 현대 기준에서 문제의 소지가 없는지를 논의해왔다.
발레단의 이같은 결정이 알려진 이후 현지에서는 상반된 반응이 나왔다. 보수 성향의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은 “그런 이유로 공연하지 않는 것은 오만하다”고 했다. 고정관념에 대한 우려가 과도하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 신문은 “모든 중국인이 발레에 나타난 것처럼 곡예가이거나 기교가인 것은 아니다”라며 “재단사, 개구리, 하인, 왕 등 동화에서 모든 이는 항상 다르다”고 했다.
다른 일간지 타게스슈피겔은 작품이 만들어진 문화·역사적 맥락과 더불어 어떤 요소에 문제가 있는지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테오발트의 주장이 옳다고 했다.
슈타츠발레단은 앞서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 2018년 흑인 최초 무용가로 입단한 클로에 로페스-고메스가 지난 1월 인종차별 사례들을 폭로하면서다. 로페스-고메스는 발레단 내부에서 피부색을 지적받거나, 하얀색 화장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한다. 발레단과의 계약은 7월로 끝나는데, 당시에는 연장 계약안을 제시받지 못했다.
로페스-고메스는 법적 대응에 나섰고, 발레단은 지난 4월 계약 1년 연장 협의와 함께 고메스에 1만6000유로(약 2160만원)의 합의금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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