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5초 대리 사과'로 끝까지 국민 우롱한 전두환 유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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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살자 전두환의 아내 이순자씨가 27일 영결식에서 "남편의 재임 중 고통을 받고 상처를 받으신 분들께 남편을 대신해 특히 사죄를 드리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이씨는 "남편의 재임 중 고통을 받고 상처를 받으신 분"이란 말로 '가해의 주체'가 전두환이란 사실을 모호하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사죄 대상에서 1980년 5월에 일어난 '광주 학살'의 피해자와 유족을 배제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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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살자 전두환의 아내 이순자씨가 27일 영결식에서 “남편의 재임 중 고통을 받고 상처를 받으신 분들께 남편을 대신해 특히 사죄를 드리고 싶다”고 했다. 메시지를 전하는 데 걸린 시간은 겨우 15초. 사과의 기본조차 갖추지 못한 ‘대리 사과’였다.
자신이 저지른 학살과 철권통치에 대해 전두환은 살아생전 일말의 사과나 뉘우침도 없었다. 그렇다고 누구도 가족에게 ‘대리 사과’를 요구하지 않았다. 하지만 죽음 앞에서도 싸늘한 민심을 대하며 학살자의 가족들도 두려움과 수치심을 느꼈던 것일까. 영결식 날 아침 이순자씨 입에서 처음으로 “사죄”란 단어가 나왔다. 남편이 만든 정당의 후신인 지금의 제1야당조차 공식 조문을 할 수 없게 만든, 무섭도록 차가운 여론을 어떻게든 무마해보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문제는 그 15초짜리 사과에서 어떤 진정성도 느껴지지 않았다는 데 있다. ‘무엇’에 대해 ‘누구’에게 용서를 구하겠다는 것인지가 분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해서 하는 사과일지언정 그 뜻과 진정성이 제대로 전달되려면 그 대상을 “남편이 저지른 잘못으로 고통과 상처를 받으신 모든 분”이라고 했어야 옳다. 하지만 이씨는 “남편의 재임 중 고통을 받고 상처를 받으신 분”이란 말로 ‘가해의 주체’가 전두환이란 사실을 모호하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사죄 대상에서 1980년 5월에 일어난 ‘광주 학살’의 피해자와 유족을 배제해버렸다. “재임 중”이란 말은 전두환이 권력을 찬탈해 대통령에 오른 1980년 9월 이전 시기는 포함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들의 대변인 격인 민정기 전 청와대 공보비서관은 영결식 뒤 취재진과 만나 “(5·18 피해자가 아니라) 재임 중에 시위하거나 경찰의 고문에 의해 사망한 학생 등에 대한 사과를 담은 것”이라고 부연했다.
내키지 않는 사과문의 단어를 이리저리 꿰어 맞추며 ‘망자에 대한 감정은 시간이 가면 잦아드는 것이니, 소나기는 일단 피하고 보자’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기껏 내놓은 ‘대리 사과’를 통해 그들은 또 한번 국민을 우롱하고 5·18 피해자와 유족들 가슴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생전의 전두환은 권력욕으로 가득 찬 잔인한 독재자였다. 국민들은 이번 ‘대리 사과’로 학살자의 죄상뿐 아니라, 그 일당과 가족들의 무책임·파렴치까지 똑똑히 기억해야 할 근거를 또 하나 갖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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