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 세금, '폭탄'과 '구제'의 메타포 / 안영춘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종부세 폭탄'이라는 은유의 폭탄이 연쇄폭발하고 있다.
'세금 폭탄'은 '세금 구제'(tax relief)를 참조해 한국의 보수가 만들었다는 견해가 유력하다.
'폭탄'이든 '구제'든, 세금은 악마화되고 과세 대상은 무고한 희생자가 된다.
"세금은 (우리 모두에게 더 나은 미래를 가져다줄) 공동자산이다." '폭탄'과 '구제'의 프레임에 직관적으로 맞설 만한 대안인가.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유레카]
‘종부세 폭탄’이라는 은유의 폭탄이 연쇄폭발하고 있다. 상위 2%만 고지서를 구경할 수 있다는 노블레스(고귀)한 세금이 전쟁이나 테러를 연상시키는 표현과 결합해 일으키는 위력은 대단하다. 최근 <와이티엔>(YTN)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종부세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긍정적 의견보다 13.9%포인트 높았다. 이런 여론 지형은 장기간 유지돼왔다. ‘유지+강화’ 의견이 52.3%로 높게 나타난 <한겨레>의 조사 결과(11월25~26일)가 여론 변화의 신호인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세금 폭탄’은 우리 귀에 딱지가 앉은 표현이지만, 영어(‘tax bomb’)로 구글링해보면 의외로 희소하다. 다큐멘터리 영화 <팔차니의 세금 폭탄>(Falciani's Tax Bomb, 한국어 제목 ‘스위스 비밀계좌를 팝니다’) 정도다. 여기서 ‘세금 폭탄’은 에르베 팔차니라는 은행원이 2008년 스위스 은행의 30만개가 넘는 비밀계좌에 돈을 감춰둔 이들의 정보를 폭로해 거액의 세금을 물게 한 걸 빗댄 것이다. 탈세범에 대한 조롱이지, 피해자 코스프레가 아니다.
‘세금 폭탄’은 ‘세금 구제’(tax relief)를 참조해 한국의 보수가 만들었다는 견해가 유력하다.(나익주, <은유로 보는 한국 사회>) 거룩한 느낌마저 주는 ‘세금 구제’는 로널드 레이건이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 뒤 개인소득세 최고 세율을 70%에서 28%로, 법인세율을 48%에서 34%로 크게 내리면서 ‘세금 인하’(tax cut) 대신 사용하기 시작했다. 공화당은 상속세(estate tax)도 ‘사망세’(death tax)로 바꿔서 부른다. 둘 다 치밀한 전략에 따른 것임은 물론이다.
‘폭탄’이든 ‘구제’든, 세금은 악마화되고 과세 대상은 무고한 희생자가 된다. 또한 그런 세금에 맞서 싸우는 건 영웅적 행위로 표상된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로 유명한 인지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의 ‘프레임 이론’이 강조하는 것도 이런 개념적 은유의 막강한 이미지 구성력이다. 하위 98% 국민 가운데 상당수가 상위 2%에 부과된 종부세를 부당하게 여기게 되는 원인 중 하나다. “세금은 폭탄이 아니다”라고 항변해봐야 프레임만 강화할 뿐이다.
레이코프의 대안은 이렇다. “세금은 (우리 모두에게 더 나은 미래를 가져다줄) 공동자산이다.” ‘폭탄’과 ‘구제’의 프레임에 직관적으로 맞설 만한 대안인가.
안영춘 논설위원 jona@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민주당, 이재명 ‘조카 교제 살인 변호’ 쟁점화에 바짝 긴장
- [Q&A] 오미크론 변이, 기존 백신 효과 얼마나 있나요?
- 오미크론 변이, 최악 상황에 등장…“백신 불평등 탓”
- 누가 대통령 돼도 ‘대권’은 없다
- BTS 상징 보랏빛 물든 LA 공연장…전세계 아미들 “보라해”
- 리투아니아 ‘대만 대표처’ 허용에 중 관영매체 “환상에 빠져 있어”
- 위중증·사망 또 최다…중환자 병상 가동률 첫 75% 넘었다
- 이순자 ‘15초 사과’에 5·18단체 “국민 기만하냐” 분노
- 이재명, ‘간병살인’ 청년에 편지 “재난적 의료비 5천만원으로”
- 대검, ‘윤창호법 위헌’ 후속조처…“다른 가중사유 적극 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