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는 지원, 뚜껑 열면 한숨.."법인세 최저한세제 폐지해야"
전문가 6인에게 들어보니.."현 稅제도 경쟁력 없다"
국가전략기술도 성장성 아닌 대·중소로 혜택 나눠
리쇼어링 권장 요인도 無.."국내 들어올 때 또 과세"
“K만 붙인다고 모두 稅지원책 아냐”
안진호 한양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한두 달 만에 K(Korea)를 붙여 뚝딱 내놓는 게 정책이 아니다. 중장기적인 아젠다를 제시해야 한다”며 “미국뿐만 아니라 대만 등은 세금혜택 규모가 한국과 어마어마하게 차이가 난다. 이 잣대로 보면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얼마 전 세액공제를 강화하는 정책이 나왔지만, 연구개발(R&D) 등 비용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혜택은 그렇게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정부는 올해 국가핵심기술 R&D 비용에 대해 현행 제도보다 더 큰 세제 혜택을 담은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등의 경우 대기업 30~40%, 중소기업 40~50%의 세제 혜택을 지원한다. 하지만 시설투자에 대해선 국가전략기술이라고 하더라도 대기업 6%, 중소기업 16%의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데 그치면서 미국 등에 비해 여전히 미미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무엇보다 세제 혜택 규모를 기업의 성장가능성에 중점을 둔 게 아닌, 대기업·중소기업으로 가른 점도 아쉽다는 지적이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반도체 투자액이 기본 수십조원인 만큼 여기에 혜택을 준다고 하면 대기업 쏠림현상이 될 수밖에 없어 항상 반발이 컸다. 그러다 보니 정부가 과감하게 액션을 취하지 못했다”며 “우리 문화 자체가 투자의 형평성을 생각해야 해서 쉬운 일은 아닐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이상호 한경연 경제정책팀장은 “시설투자와 R&D 투자 등에 대한 세제 혜택은 중소기업에만 편중돼 있다”고 했다.
더 나아가 이종환 교수는 “법인세 최저한세와 같은 제약은 풀어줘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법인세 최저한세는 기업이 납부해야 할 최소한의 법인세를 규정한 제도다. 각종 공제·감면 적용 후의 법인세액이 과세소득의 일정비율(대기업 과세표준 구간별로 10~17%)에 미달한 경우, 그 미달한 세액만큼 공제·감면을 배제한다. 현재 미국과 일본은 운영하고 있지 않다.
“‘리쇼어링’ 권장 요인도 마땅찮아”
국내 기업이 해외로 나가더라도 자국 내로 재유치하는 이른바 ‘리쇼어링’(reshoring)을 권장할 요인도 마땅치 않다. 임동원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삼성처럼 미국에 투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해외 투자를 하더라도 수익을 벌어들여서 국내에 재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현행 체제에서는 기업들이 우리나라로 들여올 요인이 적다”며 “우리나라는 전 세계 소득에 다 관여해 국내로 들여올 때 또다시 과세한다. 주요국들은 배당소득과 사업소득에 대해서는 원천 발생 국가에 대해서만 과세하는 추세다. 전 세계 과세는 옛날에 통하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국내뿐 아니라 국외 소득에 대해서도 과세하는 방식인 거주지주의 과세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반대로 미국은 2018년 사업과 배당소득에 대한 조세를 원천지주의(국내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해서만 과세)로 전환하며 미국의 다국적 기업이 국내로 복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실제로 과세체계 전환 후 미국 해외 유보금의 77%가 국내로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리쇼어링 이니셔티브가 올 9월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올해 미국의 리쇼어링 기업이 1334개에 이르고 이로 인한 일자리 창출 효과가 13만8110개에 달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반면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유턴법 시행 이후 지난해까지 한국에 돌아온 기업 수는 2017년 4개, 2018년 9개, 2019년 16개, 2020년 24개에 그친다.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도 전향적인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조중휘 인천대 임베디드공학과 교수는 “미국이 왜 삼성전자에 그렇게 많은 돈을 투자하면서까지 공장을 유치하려고 하느냐를 생각해보면 답은 ‘절실함’이다”라며 “공급망 우려를 확실하게 불식시켜 자국 산업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고, 그로 인한 고용 등 파생 효과도 어마어마한 것”이라고 했다.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전무이사는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 세제 혜택이 아직 확정된 건 아니지만, 반도체 산업이 내수산업이 아니라 글로벌 산업이라는 것을 항상 생각해야 할 것”이라며 “우리 기업이 경쟁력을 높이려면 경쟁국과 같은 수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배진솔 (sincere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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