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신재생 과속하더니..어민 의식한 해수부 반대에 해상풍력 제동
해수부와 협의 끝에 결국 무산
발전소 건설 2~3년 더 걸릴듯
온실가스 감축 속도내는 정부
풍력발전 차질에 목표달성 비상
덴마크는 해상풍력건설 속도전
인허가 34개월만에 신속 처리
◆ 자중지란 빠진 해상풍력 ◆
현 정부가 2030년까지 해상풍력발전을 적극적으로 보급해 탄소 배출량 감축을 서두르겠다고 나섰지만 정작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 수단이 무력화된 것이다.
해상풍력발전 확산 계획이 어그러지며 온실가스 배출량을 확 줄이겠다는 정부의 탄소중립 계획도 달성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8일 매일경제 취재 결과 지난해 정부는 해상풍력발전소를 조속히 지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해상풍력 발전방안'을 부처 합동으로 발표했다. 이후 이를 위해 추진하는 특별법안 입법 논의 과정에서 패스트트랙 조항인 '사전환경성조사' 실시 조항이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해상풍력발전 패스트트랙은 종전에 비해 대폭 간소화한 환경평가 절차만 통과해도 발전소를 지을 수 있도록 한 조치다. 애초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는 해상풍력발전지구를 선정하면서 종전에 비해 절차가 간소화된 사전환경성조사만 거치면 깐깐한 전략환경영향평가를 건너뛸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었다.
이에 정부는 통상 6~7년이 소요되던 해상풍력발전 인허가에 들어가는 시간을 3~5년으로 줄인다는 계획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2월과 5월 울산과 전남 신안 등을 방문해 해상풍력발전 보급을 서둘러 이 분야 5대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달 초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정상회의에서도 2025년까지 태양광·풍력발전을 2020년의 두 배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재천명하기도 했다. 다만 실제 올해 완공돼 가동에 들어간 해상풍력발전은 단 한 건도 없다.
올 9월 기준 전체 발전 설비 중 풍력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1.3%에 머물러 있다.
이 같은 지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추진된 것이 패스트트랙 조치다. 하지만 이 대책이 정부 간 논의 끝에 폐기되면서 해상풍력발전 조기 보급에는 '빨간불'이 들어왔다.
현재 정부는 해상에도 육상과 동일한 환경영향평가가 필요하다는 해양수산부의 주장에 따라 사전환경성조사를 폐기하고 해상에도 전략환경영향평가 및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는 방향으로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협중앙회 등 어민 관련 단체들이 조업에 지장이 된다며 해상풍력발전에 강하게 반발하자 해수부가 환경부 계획에 반대하고 나섰고, 이로 인해 사전환경성조사를 통한 특례조항이 사라져버리는 상황에 처했다.
정부가 계획한 해상풍력발전 보급에도 큰 차질을 피할 수 없을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애초 2030년까지 원자력발전 12기에 맞먹는 12GW(기가와트)의 해상풍력발전량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를 통해 2030년 전체 발전량 중 태양광, 풍력 등을 이용한 친환경 발전 비중을 3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었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금부터 서둘러도 풍력발전 보급 달성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해상풍력발전 보급에 차질이 생기면 정부가 계획한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나 '2050 탄소중립' 실현에도 큰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국가 전체가 탄소중립을 위해 서두르는 마당에 해상풍력발전 인허가 기간을 줄이지 않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조치"라며 "국내 여건상 육상풍력발전 확대가 쉽지 않기 때문에 해상풍력발전만큼은 사력을 다해 보급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발표한 '재생에너지 3020' 전략과 '해상풍력 발전방안'에서 2030년까지 해상풍력발전량 12GW 도입을 밝혔지만 이후 NDC를 기존 2017년 배출량 대비 24.4% 감축에서 2018년 배출량 대비 40%로 상향함에 따라 해상풍력발전도 추가 보급이 필요한 상황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해상풍력발전은 발전 분야 탄소 감축을 위한 핵심 축"이라며 "감축 목표를 상향한 만큼 풍력발전을 더 보급해야 하는데 기존 목표조차 달성이 어려워졌다"고 비판했다.
풍력발전 업계도 난감해하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해상풍력발전을 대대적으로 확대한다는 소식에 사업에 나선 기업가들은 죽을 맛"이라며 "해상풍력발전 설립에 대한 뚜렷한 가이드라인도 없어 사업을 포기할까 고민하는 기업이 상당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내 풍력발전 조기 보급이 지연되는 사이 주요국에서는 보급을 서두르고 있다. 덴마크 에너지청은 해상풍력발전 사업에 필요한 모든 인허가 과정을 일괄 처리하는 '원스톱숍' 제도를 운영해 34개월 안에 관련 인허가를 모두 처리하는 방식으로 북해 해상풍력발전 보급을 서두르고 있다.
반면 국내 풍력발전 보급은 속도가 더 느려지고 있다. 한 풍력협회 관계자는 "코로나19 등 영향이 겹친 탓에 올해 완공돼 상업운전에 들어간 풍력발전소는 국내의 경우 25㎿에 불과하고 해상풍력발전은 한 건도 없다"며 "인허가 조기 처리가 무산된 만큼 앞으로 풍력발전 보급에도 큰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동환 기자 / 송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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