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에 세 배 지른다.. 서학개미들 위험한 베팅
지난 26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하자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 투자자)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 특히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불안은 더 컸다. 이 ETF는 나스닥 시장을 대표하는 100개 종목으로 구성된 나스닥100 지수 상승률의 3배가량 수익이 나는 상품이다. 그런데 반대로 지수가 하락하면 하락률의 3배 가까운 수준으로 손실이 발생한다. 이날 나스닥100 지수가 2.09% 하락하자 하루 만에 5.52% 손실이 발생했다.
올 들어 서학개미들이 해외 증시에서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처럼 주가나 지수 상승률·하락률의 3배만큼 수익이 나는 상장지수상품(ETP)에 많이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ETF나 상장지수증권(ETN) 같은 ETP는 특정 종목의 주가나 특정 지수가 오르거나 내린 만큼 수익이 나는 금융 상품으로,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어 일반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상승률·하락률의 2배까지만 수익이 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지만, 해외 증시에서는 3배짜리 상품도 많이 상장돼 있다.
28일 한국예탁결제원이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서학개미들은 올 들어 지난 10월까지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ETF)를 4억5158만달러(약 5400억원) 순매수했다. 이는 해당 기간 서학개미 순매수 5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테슬라 한 종목 주가에도 3배 베팅
서학개미들은 올 들어 지난 10월까지 디렉시언 세미컨덕터 불 3X ETF도 8074만달러 순매수했다. 이 ETF는 미국 증시에 상장된 반도체 기업들을 대표하는 ICE 세미컨덕터 지수의 하루 상승률의 3배만큼 수익이 발생한다. 나스닥100 지수 하루 하락률의 3배만큼 수익이 나도록 설계된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쇼트 QQQ ETF도 5114만달러 순매수했다.
테슬라 한 종목의 주가 상승·하락에 ‘베팅’한 개미들도 많았다. 서학개미들은 올 들어 10월까지 테슬라 주가 상승률의 3배만큼 수익이 나는 ‘그래닛셰어즈 3X 롱 테슬라 데일리 ETP’를 1159만달러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테슬라 주가 하락률의 3배만큼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그래닛셰어즈 3X 쇼트 테슬라 데일리 ETP’도 1073만달러 순매수했다. 둘 다 영국 런던 증시에 상장된 ETN인데, 올 들어 두 ETN 모두 각각 100억원 넘게 순매수한 것이다.
특히 서학개미들은 테슬라 주가가 본격적으로 반등한 지난 10월에 그래닛셰어즈 3X 롱 테슬라 데일리 ETP를 606만달러 순매도하고, 그래닛셰어즈 3X 쇼트 테슬라 데일리 ETP를 171만달러어치 순매수했다. 9월 말 775.48달러였던 테슬라 주가가 10월 말에는 1114달러까지 43.7%나 오르자 주가 하락에 베팅한 투자자가 많았던 셈이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테슬라 주가는 지난 26일 1081.92달러로 10월 말보다 조금 낮은 수준이지만, 1000달러 선은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곱버스의 악몽’ 기억해야
국내에서는 주가가 떨어질수록 수익률이 높아지는 곱버스 상품 등의 수익률을 최대 2배로 제한하고 있다. 또 이런 상품에 투자하려면 금융투자협회의 1시간짜리 인터넷 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만큼 투자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선 지난해 국내 증시에서 발생한 ‘곱버스 악몽’이 서학개미들에게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증시가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일부 개인 투자자들은 ‘이제는 하락할 것’이라는 생각에 ‘곱버스(KODEX 200 선물 인버스 2X)’를 3조590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곱버스는 코스피 200 지수가 떨어지면 하루 하락률의 2배 수익이 나지만, 반대로 지수가 오르면 2배가량 손실이 발생하는 상품이다. 곱버스 투자자들의 기대와 달리 코스피 200 지수가 계속 오르면서, 지난해 곱버스의 연간 수익률은 -59%로 ETF 중에서 최하위권이었다. 전문가들은 “곱버스나 레버리지 투자는 기대 수익률이 높은 만큼 돈을 날릴 위험도 큰 고위험·고수익 상품”이라며 “개인 투자자들이 투자하기엔 적합하지 않은 상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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