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선' 규명? 수사 마무리 수순?..검찰, '50억원 클럽' 수사 돌입

손현수 2021. 11. 28.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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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개발사업 논란]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공동취재사진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50억원 클럽’ 명단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줄줄이 불러 수사하면서 대장동 사업을 둘러싼 정치권·법조계 ‘윗선’ 개입 규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동규 전 성남시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비롯해 김만배씨(화천대유 대주주), 남욱 변호사(천화동인 4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천화동인 5호 소유주) 등 ‘대장동 4인방’을 재판에 넘긴 검찰이 ‘50억원 클럽’ 실체 파악에 수사력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다만, 일각에서는 특검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검찰이 이들을 불러 조사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28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은 지난 주말 ‘50억원 클럽’으로 거론되는 인사들을 비공개로 불러 조사했다. 수사팀은 전날,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과 권순일 전 대법관을 소환 조사했다. 이들은 각각 이날 새벽 3시께, 2시께 조사를 마치고 귀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선 26일에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와 경제매체 사주 홍아무개씨가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50억원 클럽’은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들에게 50억원을 받거나 받기로 한 것으로 알려진 유력 인사들을 말한다. 앞서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6일 국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들 4명을 포함한 6명의 이름을 공개한 바 있다. 박 의원이 공개한 인사 가운데 나머지 2명의 검찰 고위직 출신 법조인에게는 아직 수사팀이 소환 통보 등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은 이들 2명에 대해서는 관련 의혹 제기가 근거가 없다고 판단해 소환 조사 등을 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수사팀이 검찰 출신에 대한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의식해 형식적 조사 뒤 사건을 마무리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권순일 전 대법관. 한겨레 자료사진

검찰이 ‘50억원 클럽’을 정조준하면서 대장동 사업을 둘러싼 로비 의혹 등 ‘윗선’ 수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검찰이 수사 개시 두 달여 동안 ‘대장동 4인방’만 재판에 넘기며 이렇다 할 성과를 보이지 못한 상황에서 이번 수사 결과에 따라 대장동 전체 수사 성패는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검찰이 주말께 곽 전 의원 등을 한꺼번에 불러 조사하면서 검찰이 수사를 마무리하는 차원에서 이들을 불러 조사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늦은 감이 있지만 검찰이 ‘부실수사’ 논란 이후, 배임·로비 의혹 관련자들을 잇따라 불러 조사하며 ‘윗선’을 향한 수사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다만, 검찰의 윗선 수사가 보여주기식·형식적 수사에 그칠지, 아니면 제대로 된 수사로 증거를 확보해 이들의 혐의를 입증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검찰이 ‘50억원 클럽’ 의혹 관계자들을 주말 전후로 모두 비공개 소환한 것을 놓고 검찰 쪽이 언론 노출이 되지 않도록 편의를 봐준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통상 토요일과 금요일은 검찰청을 드나드는 기자들과 일반인 수가 적은 데다, 이들 네 사람이 소환 조사를 받을 때 서울중앙지검 현관에서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에게 노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불구속 수사를 받는 피의자나 참고인이 검찰 청사에 출석하면 청사 현관에서 출입증을 받고 조사실로 향하지만, 이들은 다른 통로로 출석했다. 서울지역 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통상 사건 조사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거나 이들이 노출되는 것이 부담스러운 경우 주말 전후 가장 한산한 시간을 이용해 조사자를 부르곤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쪽은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소환 조사는 비공개가 원칙이고, 당사자들도 언론 노출을 원하지 않아 이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2019년 12월부터 시행된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은 사건 관계인의 검찰 출석 일시 등의 정보는 원칙적으로 공개가 금지되고, 언론이나 제3자의 촬영·녹화도 허용되지 않는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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