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적 소재 ESC..대중문화 'ESG' 튼다
tvN '환경축제 콘퍼런스' 방영
KBS '오늘..' JTBC '바라던..' 등
환경이슈 접목한 예능도 쏟아져
유튜브선 '쓰레기 감축' 캠페인도
기업경영의 화두로 떠오른 환경(Environment)·사회(Society)·지배구조(Governance) 등 ‘ESG’가 대중문화 콘텐츠 분야에서도 새로운 소재로 부상하고 있다. 교양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ESG 이슈를 녹여 낸 예능도 눈에 띄기 시작했다. 특히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위기의 경각심을 타고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각계의 저명한 전문가들이 환경을 주제로 이야기하는 콘퍼런스 프로그램을 선보이는가 하면, 연예인 출연자들이 ‘쓰레기 제로’ 캠핑이나 ‘탄소제로’ 생활에 도전하는 등 환경 미션을 소화하는 예능 프로그램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 20일과 21일 아침,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환경 축제를 주제로 한 콘퍼런스 프로그램 ‘환경 읽어드립니다’가 tvN 방송을 탔다. 지난달 24일 CJ ENM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스튜디오 사피엔스’를 통해 공개된 7시간 생방송을 재편집한 내용이다.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아주대 교수, ‘메타버스’ 전도사인 김상균 강원대 교수, 미술사학자 양정무, 기후학자 조천호, 장항석 연세대 의대 외과학 교수 등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각계의 전문가들이 각자의 전공 분야에 근거한 독특한 시각으로 환경 문제를 인문학적으로 풀어내는 자리로, 전문적인 내용을 알기 쉽고 흥미롭게 전달해 눈길을 끌었다. 이 밖에도 무대와 소품에도 재활용 자재를 활용하거나 친환경 용품을 쓰는 등 환경 보호 메시지를 최대한 강조했으며, 배우 김상중과 가수 이적이 모더레이터로 나서고 밴드 이날치와 안예은 등의 공연을 보태 ‘축제’의 느낌을 한껏 살렸다.
프로그램을 총괄한 정민식 CP는 “환경은 묵직한 이슈지만 일상에서 녹아나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축제’라는 접근은 아직 일반인 사이에선 생소한 ESG 이슈의 무게감을 줄여보자는 취지”였다며 “지식 나눔이 아니라 환경 철학을 공유하자는 생각으로 준비했다”고 전했다.
tvN의 이 같은 시도는 CJ ENM이 자체 위원회를 신설하고 유엔 산하 전문기구인 유엔글로벌콤팩트(UNGC)에 가입하는 등 ESG 경영에 적극 나선 것과 무관하지 않다. 강호성 CJ ENM 대표는 앞서 “환경을 고려해 방송제작시스템을 혁신하고, 이에 대한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콘퍼런스 뿐만 아니라 친환경 활동을 소재로 한 유튜브 ‘지켜츄’ 채널도 올 초부터 운영 중이다. 이달의소녀의 멤버 츄가 쓰레기를 남기지 않는 친환경 캠핑, 쓰레기를 주우면서 산책·조깅 등을 하는 ‘줍깅’, 친환경 비누 만들기, 플라스틱 빨대 대체품 사용, 쓰레기를 재활용해 만든 악기 연주 등 다양한 미션을 소화하는 내용이다.
이 밖에도 올해 들어 환경 이슈를 접목해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다수 방영되고 있다. KBS ‘오늘부터 무해하게’는 배우 공효진·이천희·전혜진이 일 주일 동안 에너지 자립섬인 죽도에서 쓰레기를 남기지 않는 ‘제로웨이스트’ 생활을 하며 각종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을 그린다. 이들은 탄소 배출량을 줄인 만큼 나무를 심고, 종이 팩에 담긴 생수의 보급을 확대하기 위한 프로젝트도 수행한다. 앞서 지난 9월 종영한 JTBC ‘바라던 바다’는 배우 김고은이 바다에 들어가 쓰레기를 직접 수거하는 씨클린(Sea-Clean) 활동을 펼쳐 보여 주목을 끌었다. 유니세프, 유엔협회세계연맹(WFUNA) 등에서 환경 문제의 인식을 높인 콘텐츠의 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콘텐츠 산업만의 ESG 사례를 찾는 ‘콘텐츠로 그리다’ 이벤트의 일환으로 최근 공식 유튜브 채널에 배우 엄지원·박정민·김재원이 ESG에 대해 이야기한 인터뷰를 공개했다. 엄지원은 환경을 주제로 방송제작 현장에서 텀블러를 쓰거나 부득이한 경우 일회용 컵에 이름을 쓰는 등의 쓰레기 절감 노력에 대해 이야기하며, 박정민은 연기를 통해 사회적 책임을 일깨울 수 있는 방법론을 말한다. 웹툰 기업을 경영하는 김재원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생각을 전한다.
대중문화 콘텐츠는 사회의 변화와 함께 움직인다. 이에 따라 대중문화 코드에 ESG 가치를 담아내려는 시도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 CP는 “수용자와 PD의 선택에 따라 예능이든 강연이든 다큐멘터리든 접근 방식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앞으로 ESG를 다룬 콘텐츠는 많아질 것”이라며 “대중성이 떨어지는 소재라 해도 지속성을 갖고 소비될 수 있도록 가치 있고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면 반응은 온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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