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 워홀, 자신도 궁금했다 "나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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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그림자를 드리운 강렬한 빛은 너무나 밝은 나머지 인물의 눈코입마저 가렸다.
1967년작 붉은 자화상과 함께 전성기를 누리던 워홀은 이듬해 자신의 작업실 팩토리에서 직원이었던 발레리 솔라나스에게 총격을 당했고 한동안 자화상 제작을 중단했다.
죽음의 위기를 경험한 워홀은 우울한 시기를 보냈고, 목이 졸리거나 해골과 함께한 자신의 모습을 통해 불안과 유한한 삶을 암시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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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워홀, 앤디를 찾아서' 내년 2월까지
초기 자화상부터 마지막 자화상까지
붉은 그림자를 드리운 강렬한 빛은 너무나 밝은 나머지 인물의 눈코입마저 가렸다. 그럼에도 유난히 긴 손가락 두 개를 입술에 댄 절제와 자신감의 자세, 무심하게 먼 곳을 응시하는 듯한 눈길은 ‘대중이 원하는’ 대가(大家)의 모습을 보여주기 충분하다. 앤디 워홀(1928~1987)의 1967년작 ‘자화상’이다. 14년 후의 자화상 또한 붉은 그림자 속 옆 얼굴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안경과 백발의 차이점 만은 아니다. 전작에 비해 얼굴이 더욱 도드라졌음에도 화면의 중심은 그림자가 차지했다. 자화상 ‘섀도우(The Shadow·그림자)’는 1981년 제작된 판화모음집 ‘신화들’에 포함돼 있는데, 슈퍼맨·미키마우스·산타클로스·오즈의 마법사·드라큘라 등 대중문화의 아이콘을 주인공으로 한 10점 연작의 마지막 인물 ‘섀도우’로 워홀은 자신의 자화상을 걸었다. 대중문화가 만들어낸 이미지들을 보여주는 작품에서 스스로를 그림자 같은 허상으로 그려 이중적 자아를 암시했다.
이 작품은 세계 최고의 슈퍼컬렉터 중 하나인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 모에헤네시(LVMH) 회장이 구입해 루이비통재단 소장품이 됐고, 세계 최초로 서울 강남구 청담동 에스파스 루이비통 서울에서 전시 중이다. 루이비통재단미술관이 도쿄·뮌헨·베네치아·베이징 등지에서 소장품을 공개하는 ‘미술관 벽 너머’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앤디 워홀, 앤디를 찾아서’라는 제목의 이번 전시는 자화상을 중심으로 꾸려 ‘인간 워홀’을 이해할 계기를 제공한다. 대중매체를 활용하고 유명인을 소재로 삼았던 워홀은 잡지 삽화가로 시작해 1960년대 순수미술가로 전향한 후, 영화·광고·방송을 비롯해 언더그라운드와 동성애 문화까지 두루 누비며 작업했고 자신의 캐릭터도 다양하게 창출했다. 이 과정에서 워홀이 지속적으로 보여준 ‘자화상’들은 그의 예술에서 중요한 축을 차지한다.
1967년작 붉은 자화상과 함께 전성기를 누리던 워홀은 이듬해 자신의 작업실 팩토리에서 직원이었던 발레리 솔라나스에게 총격을 당했고 한동안 자화상 제작을 중단했다. 10년 만에 선보인 1978년작 ‘자화상’은 화면을 4분할 한 4점의 자화상으로 이뤄졌는데, 각각 다른 각도로 찍은 사진 3점이 합쳐져 있다. 분절과 겹침을 통해 단일한 정체성으로 정의할 수 없는 자신을 드러낸 셈이다. 죽음의 위기를 경험한 워홀은 우울한 시기를 보냈고, 목이 졸리거나 해골과 함께한 자신의 모습을 통해 불안과 유한한 삶을 암시하곤 했다.
워홀의 폴라로이드 ‘셀피’ 연작은 작지만 더 흥미롭다. “나에게 폴라로이드 카메라는 연필이나 펜과 같다”고 했던 그는 얼굴은 화장한 여성으로, 몸은 타이와 셔츠차림의 남성이미지로 찍은 사진을 상당수 남겼다. 성 정체성 여부를 떠나 아름다워지는 방식을 중시하고 강조해 보여준 사진들로 평가 받는다.
검은 바탕에 보라색으로 표현된 1986년의 자화상은 워홀의 사망 직전 해에 제작된 생애 마지막 자화상이라고 한다. 좋아하는 은색 가발의 헝클어진 머리가 곤두서 있다. 삶이 그러하듯 뒤엉킨 상황 속에서 작가는 정면을 응시하며 자신을 관조적으로 바라본다. 허공을 향한 텅 빈 눈이 생과 사의 경계에서 고뇌하는 인간을 드러내고, 강렬한 보라색이 비극적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무료 전시이며 사전에 도슨트 안내를 예약할 수 있다. 2월 2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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