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연상호 감독 "흥행 감독? 그저 성실한 창작자일 뿐" [인터뷰M]
또 다시 넷플릭스 시청 세계 1위를 기록하며 K-드라마의 위상을 전세계에 드높인 시리즈 '지옥'의 연상호 감독을 만났다. 2016년 영화 '부산행'으로 전 세계에 '연니버스' 존재를 알리고, 이후 '반도' '방법' 등 작품을 통해 디스토피아적 세계관, 초자연적 현상을 이용한 불완전한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인간의 생존 방식을 그려내고 있는 연상호 감독은 웹툰, 드라마, 영화, OTT 등 장르를 넘나들며 연이은 성공신화를 써나가고 있는 중이다.
연이어 작품을 성공시켰고 이번에도 작품을 공개하자마자 세계 1위의 기록을 세웠다. 성과에 대해 이야기하자 연상호 감독은 "재능있는 창작자라고는 생각 안하지만 성실하게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자신이 생각하는 성공의 이유를 '성실성'으로 밝혔다.
"공개되고 다음날 오늘의 순위가 나오는데, 처음에는 2위는 했으면 좋겠다 생각했었다. 그런데 국내 1위더라. 다행이라 생각하고 자고 일어났더니 제작사 대표에게서 전세계 1위라고 연락이 왔더라. 어리둥절하고 당황스럽고, 이게 무슨일인가 싶다"라고 말하는 연상호 감독이지만 표정은 말과 달리 상당히 덤덤했다.
처음 넷플릭스와 '지옥'의 제작을 이야기 할 당시 보편적으로 관객을 만족시킬수 있을거라 생각 못했다는 연상호 감독은 "오히려 마이너 취향이 좋아할 이야기라 생각했다. 이정도 성걱을 기대하지도 않았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보시고, 본인의 감상을 공유하고 고류하는 지금의 현상이 재미있다. 작품을 보고 어떤 정답을 찾기보다는 그것에 대한 격렬한 반응을 보여주기를 창작자로서는 많이 바랬다"며 시청 이후 쏟아지는 호불호와 각각의 해석 등 다양한 리뷰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자신의 애니 데뷔작인 '지옥'을 소재로 최규석 작가와 의기투합, 웹툰 '지옥'을 완성 시켰던 연상호 감독은 "개인적으로 너무나 좋아하는 최규석 연출자와 작업한다는 기대감을 갖고 시작했다."라며 웹툰을 처음 시작할 때 가졌던 기대감을 밝혔다. "최규석 작가와 이야기할 때 현실에서 일어날법한 사건이면서 이 세계안에서 벌어지는 사건이 무엇일지에 대해 많이 토론했었다."라며 가상의 고지와 시연이라는 걸 만들어내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정체불명의 존재가 지옥행을 예고(고지)하고 죽음이 고지된 그 시간에 지옥의 사자가 나타나 고지 대상자를 무참히 불태워 죽이는 시연을 하게 되는 초자연적인 설정이 보여지는 '지옥' 속 현실은 다양한 사회현상과 인간군상들을 만들어 낸다.
연상호 감독은"죽음이 예정된 인간이라는건 누구나 갖고 있는 숙명이다. 거기에서 실체를 알수없는 이로인한 고지와 시연이라는 작은 차이만으로도 인간조직이 달라지는 폭이 커질거라 생각했다."라며 현실을 기반으로 스토리를 구성하되 아주 작지만 색다른 설정을 추가해 현실성이 느껴지는 가상의 세계를 만들어 냈음을 이야기했다.
'지옥'이 그려낸 세상 속에는 고지와 지옥행의 시연의 불확실성을 견디지 못한 인간들이 자신들이 기대고 싶은 이데올로기를 만들어 마음의 위로를 얻는 모습이 그려진다. 그들의 이데올로기는 새진리회의 정진수 의장(유아인 분)을 중심으로 한 주류와 새진리회에 맞서는 변호사 민혜진(김현주 분)을 중심으로 한 비주류로 나뉘며 이쪽 저쪽에 기대고 싶어하는 인간의 심리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초기 애니메이션 작품에 비해 실사로 만들어진 '지옥'은 더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연상호 감독은 "애니메이션은 예산이 크지 않은 작품이었고 관객층도 코어한 타깃이라 생각했다. 실사 작품은 더 예산이 크고 더 많은 대중에게 동시에 전달될 것이기에 작은 희망이라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 작품의 비관적인 세계관 안에서 어떤 희망을 가질 수 있을지 고민하며 작업했다"며 마지막 회차에서 어린 생명을 통해 보여준 희망적인 장면의 이유를 설명했다.
연상호 감독은 "고지와 시연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가 이 작품의 키워드다. 그러며 이후의 세상이 어떻게 될 것인지를 생각하게 하는게 이 작품, 특히 마지막 장면의 중요 포인트다"라고 밝히며 "최규석 작가와 올 여름부터 '지옥'의 후속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다. 내년 하반기에 이후의 이야기를 만화로 독자들에게 들려줄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영상화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못했다"라며 '지옥'의 뒷 이야기에 대한 계획을 밝혔다.
스스로도 '성실한 창작자'라고 하는 연상호 감독은 현재 넷플릭스의 영화를 촬영중이다. 차기작으로 강수연, 김현주, 류경수 배우와 SF장르 '정이'를 제작중인 연상호 감독은 "'지옥'과는 결이 다르다. '지옥'이 구체적인 서사시 느낌이라면 '정이'는 단편소설이나 시 같은 작품이다."라며 소개했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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