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목구비 모호한 초상화, 너일수도 나일수도
최소한 선만으로 표현하고
전통 오방색 칠한 인물화
반가사유상 떠오르게 해
마스크를 쓰고 다녀 더더욱 표정을 읽기 힘들어진 시대에 와닿는 그림이다. 사람 형체와 이목구비를 최소한의 선만으로 표현해 인물 내면 초상화를 만들고 마치 숲처럼 그림으로 하얀 전시장 벽을 가득 채웠다. 코로나19로 고립감을 느끼는 인간들이 이 공간 속에서만이라도 한꺼번에 모여 '정모(정기모임)'라도 하는듯 싶다.
강화도에서 상경한 변 작가는 오랜 만에 상경해 사람들을 만나니 '방언 터진듯' 수다스러워졌다. 대학 강의를 끊고 전업작가로 돌아서 오롯이 그림만 몰입하려 서울을 떠났다.
그는 국내서 상업고등학교를 나왔지만 전국적인 공모전에서 입상하면서 미술의 길에 들어섰다. 동국대 졸업후 독일 뮌스터미술대학에 순수미술 전공으로 석사와 마이스터과정을 마치고 현지에서 활동하다 귀국한지 이제 15년 가량 됐다.
사실적이면서도 기괴한 분위기의 일그러진 자화상 연작을 해서 주목받았으나 2018년경부터 형태를 간략화하고 최소한의 선을 사용해 정물화 같은 초상화 연작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적 미술은 '소박미'에 있다는 작가의 말처럼, 평화롭지만 알듯 모를듯한 표정이 삼국시대 반가사유상을 떠올리게 한다. 색감도 우리 전통 오방색이 기반이지만 좀더 밝고 세련돼 현대적인 느낌이다.
그의 그림은 철저함이 생명이다. 붓질은 가로선으로 그리되 마치 디지털프린트처럼 표면이 너무 깔끔하다. 지속성을 위해 아주 좋은 재료만 사용하고 심지어 전시장 액자틀까지 본인이 손수 수작업으로 만들었다. 동양화처럼 집중해서 하나의 붓질로 처리한다.
전시의 마지막 부분에 인간이 아닌 진짜 정물화를 발견했다. 작가가 다음 전시 주제로 삼는 'Someting(의미있는 사물)' 연작의 시작이다. 이후에는 'Somewhere(의미있는 장소)'로 확장되는 세계까지 구상중이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김윤섭 아이프아트매니지먼트 대표는 "미술 교과서에 가장 많이 등장한 작가로 꼽힌다"면서 "11년 독일유학 경험을 통해 선입견이나 편견을 떨치려는 노력이 감성적 차이를 단순한 선으로 표현했다"고 밝혔다.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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