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변이' 될 뻔한 '오미크론', 위험도 평가는 진행형

김혜리 기자 2021. 11. 28. 16:2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아프리카에서 처음 발견돼 전 세계로 퍼지고 있는 코로나19 새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Omicron)’의 위험도 등에 대한 평가는 아직 진행형이다.

오미크론은 이달 초 아프리카 보츠와나에서 처음 발견된 새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6일(현지시간) 이 변이 바이러스를 ‘우려 변이’로 분류하고 오미크론이란 이름을 붙였다. 발견된 후 2주 만에 남아프리카에서 오미크론 감염 사례는 300여건에서 2828건으로 급증했다. 현재 남아프리카공화국 최다 인구 지역인 가우텡의 확진자 중 90%가 오미크론 감염자로 델타 변이 감염자를 압도할 정도다.

로이터연합뉴스

변이 바이러스를 처음 발견한 남아공 과학자들에 따르면 오미크론은 스파이크 단백질에 32가지 유전자 변이가 확인됐다.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스파이크 단백질을 이물질로 인식해 항체를 만들어낸다. 해당 부분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항체의 표적 식별이 어려워지고 기존 백신의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오미크론의 위험도는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유럽연합(EU)의 보건당국인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는 26일 위험평가보고서에서 오미크론의 위험도를 ‘높음~매우 높음’ 수준으로 평가했다. 위험도 6단계 분류 중 최고 단계 바로 아래인 5단계에 해당한다. ECDC는 “오미크론의 전염성, 백신효과 유무, 재감염 위험 등 특성과 관련해서는 상당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면서도 “전염성과 면역 회피 가능성이 잠재적으로 크다는 점에서 지역사회 확산 가능성은 높음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특히 델타 변이 재유행 상황에서 오미크론까지 추가 확산되면 그 영향력은 ‘매우 높음’ 수준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새 변이를 보건당국에 알린 남아공의 안젤리크 쿠체 박사는 오미크론의 증상이 “특이하긴 하지만 가볍다”고 27일 영국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쿠체 박사는 환자 중 극심한 피로를 호소하는 젊은이들, 맥박수가 매우 높았던 6살 아이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미각이나 후각 상실을 경험한 이는 없었다. 그는 “이런 증상은 이전에 내가 치료했던 것과는 매우 달랐고 아주 경미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새 변이가 노인들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우려를 전했다.

오미크론은 그리스 알파벳의 15번째 글자다. WHO는 지금까지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새 바이러스 변이에 그리스 알파벳을 이름으로 붙여왔다. 예컨대 지난해 10월 인도에서 처음 발견된 후 전 세계로 확산됐던 B.1.617.2는 그리스 알파벳 4번째 글자인 델타로 불리게 됐다. 12번째 글자인 뮤 변이까지 나온 만큼 이번에 새로 발견된 변이의 이름은 13번째 글자인 뉴(Nu)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WHO는 13번째 글자 뉴와 14번째 글자 크시(Xi)를 모두 건너뛰고 15번째 글자 ‘오미크론’을 택했다.

타릭 자사레빅 WHO 대변인은 27일 이에 대해 “Nu는 영어로 새로운을 뜻하는 new란 단어와 너무 쉽게 혼동되고, ‘Xi’는 흔한 성씨이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Nu를 쓰면 ‘새 변이인 새 변이’로 들릴 수 있고, Xi를 쓰면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Xi) 변이’로 불릴 수 있어 모두 피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백신 제조사들은 오미크론이 기존 백신의 효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연구에 착수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화이자와 코로나19 백신을 공동 개발한 독일의 바이오엔테크사는 오미크론이 기존 백신의 효능을 떨어뜨릴지 판단하는 데 2주 정도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오엔테크 대변인은 변이에 따라 6주 내로 새로운 백신을 제작하고 초기 물량을 100일 이내로 공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모더나사는 지난 25일 오미크론 변이를 대상으로 한 부스터 백신 후보군 개발을 서두르겠다고 밝혔다.

다른 주요 변이들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게놈 시퀀싱(DNA 염기서열분석)을 통해서만 추적 가능했던 데 반해 오미크론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유전자증폭(PCR) 검사에서 일부 확인됐다는 특징도 있다. 이는 오미크론의 추적이 비교적 쉬우며 남아프리카 과학자들이 해당 변이의 확산을 초기에 빠르게 발견해낼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라고 WSJ는 전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