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 사령탑 양제츠가 2년6개월만에 장하성 대사 면담한 이유는

유신모 기자 2021. 11. 28.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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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장하성 주중 대사가 지난 25일 중국 외교 실무 사령탑인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과 면담하고 있다. /사진 출처 중국외교부


미국이 동맹국들과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정치적 보이콧’을 적극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하면서 이를 막기 위한 중국의 외교적 행보도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미국의 핵심 동맹국이면서 중국과도 우호관계를 이어가야 하는 한국이 중국의 집중적인 ‘관리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25일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장하성 주중 한국대사와 개별 면담을 가진 것은 중국이 서방의 견제 포위망을 뚫기 위해 한국을 끌어들이려는 의도를 적극적으로 나타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보다 서열이 높은 중국의 외교 사령탑 양 정치국원이 장 대사를 개별적으로 만난 것은 2019년 4월 장 대사 부임 이후 처음이다. 장 대사가 이날 면담에서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원만한 성공을 기원한다”고 말한 것을 중국 매체들이 집중 보도한 것은 양 정치국원이 2년6개월 만에 처음으로 장 대사를 공식 면담한 배경을 짐작케 한다.

중국은 장기집권의 길을 열어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권력 기반 강화를 위해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가 절실히 필요하기 때문에 미국이 주도하는 정치적 보이콧 움직임은 중국에게 중대한 도전이다. 미국이 중국의 인권 문제를 고리로 이번 올림픽을 ‘민주주의 국가 대 중국’의 대결구도로 만들어 ‘반쪽 올림픽’을 만든다면 중국이 커다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최근 뉴욕타임스에 “올림픽 참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동맹들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혀 정치적 보이콧 확대에 나서고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정부는 한반도 문제 당사국 정상들이 자연스럽게 모일 수 있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에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해왔다. 그러나 미국 주도의 정치적 보이콧이 미·중 대결의 핵심 사안으로 부상하면서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오히려 외교적 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 문제와 관련해 미국으로부터 협의를 요청받은 바 없다”면서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동맹국들이 정치적 보이콧에 대거 동참할 경우 한국이 정부 대표단을 보내면 인권 문제를 무시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고, 보내지 않는다면 한·중 관계에 커다란 악영향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외교부의 한 당국자는 “정치적 보이콧에 대한 국제적 동향과 동맹국들의 분위기를 면밀히 주시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신모 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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