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시 2년간 확진자보다 많다..천안 지장3리 마을주민 357명 확진
내부 정보 불충분해 원인파악 어려워, 추가확산 가능성도
(천안=뉴스1) 이시우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352명. 인구 10만 3300여 명이 살고 있는 충남 공주시에서 2020년 2월부터 지난 27일까지 코로나19에 감염된 숫자다.
확진자 357명. 주민 439명이 거주하는 충남 천안시 광덕면 지장3리에서 지난 21일부터 27일까지 일주일동안의 기록이다.
인구 10만의 도시에서 2년 동안 발생한 확진자보다 많은 수가 일주일만에, 한 마을에서 쏟아져 나왔다.
방역당국은 감염자를 찾아내고 위중증 환자 관리, 추가 확산 방지에 역량을 쏟아붓고 있지만 대중의 시선은 대규모 집단감염의 원인을 찾는 데 쏠려 있다.
◇산골 종교공동체에 떨어진 바이러스 천안의 남쪽 끝 광덕면, 그 중에서 공주와 경계를 맞대고 있는 지장리는 산으로 둘러싸인 산간마을이다. 산세가 높아 터를 잡고 살아가기에는 척박한 환경이다. 산골짜기 사이로 구불구불 놓인 길의 끝에 지장3리(행정명)가 자리잡고 있다.
지난 22일 주민 439명이 모여 사는 산골 마을에 하얀색 방호복으로 온 몸을 감싼 보건인력들이 들어와 진지를 구축했다. 코로나19 감염 의심이 감지됐기 때문이다.
방역당국은 지난 21일 자발적 검사를 받고 양성 판정을 받은 확진자의 이동 동선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확진자가 이 마을에 거주하는 사실을 확인했다.
확진자의 접촉자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진단검사에서 수 명이 추가 감염된 사실을 찾아냈다. 마을 주민들이 공동체 생활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방역당국은 22일 검사키트를 한아름 챙겨 마을로 향했다. 주민 289명의 코와 입에서 검체를 채취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다음날인 23일 오전, 박상돈 천안시장은 긴급 브리핑을 열어 이 마을에서 주민 209명이 집단감염됐다고 발표했다.
검사결과가 속속 확인되면서 확진자가 늘어 23일에만 23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미검사자에 대한 진단검사와 음성 판정을 받고 자가격리 중이던 주민에 대한 주기적 검사 등을 통해 27일까지 천안에서만 357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지장3리에 주민등록을 두고 있는 주민(439명)의 81%가 감염된 것이다.
◇집단감염 발생 가능성 '1번지'로 꼽혀 주민 80%가 집단감염됐다는 소식은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추가 확산에 대한 우려와 함께 집단감염이 발생하게 된 원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그동안 신천지를 비롯한 다양한 종교시설에서 집단감염 사례가 있었지만 이번 사례가 주목을 받은 이유 역시 400명이 넘는 주민이 한 마을에서 종교활동을 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주민의 90%가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았다는 소식이 더해지면서 종교 공동체의 활동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다.
방역당국은 집단감염 배경에 대해 지난 15~16일 주민들이 함께 김장을 담갔고 공동 생활을 하며 만남이 잦고 접촉이 빈번해 감염이 확산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이들이 마을 내에서 얼마나 자주 만나 어떤 활동을 했는지는 알 수가 없다. 마을 관리사무소에는 사진이나 동영상 촬영을 금지한다는 안내문이 써 있을 만큼 내부 정보를 알기 어려운 구조다. 예배당이나 거리에도 CCTV가 없어 방역당국도 역학조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집단감염으로 교회 관계자는 물론 주민들이 모두 격리돼 내부 사정을 더욱 알기 어렵게 됐다. 전화와 이메일을 통해 궁금증을 전달했지만 아직까지 답을 듣지는 못했다.
이 때문에 기존에 알려진 사실과 온라인 상에 남아 있는 기록들로 대규모 감염이 발생한 원인을 유추할 수 밖에 없다.
90년대 초 지금의 장소에서 기도원으로 시작한 이 종교시설은 영성 치료 등으로 이름을 알렸다. 사람이 모여들면서 2008년에는 현재의 이름으로 바꾸고 해외 선교 활동에 중점을 두고 교세를 확장한 것으로 보인다.
마을 내에서는 예배와 함께 기도회, 선교사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프로그램이 끊임없이 이뤄졌다. 지난해 12월까지 기록된 월별 운영계획에는 일요일 예배와 목요일 철야기도를 토대로 매일매일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기록돼 있다.
다만 올해 운영 계획은 게시돼 있지 않고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대면 예배를 중단하기도 해 코로나 이전처럼 활동이 활발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해 3월 양승조 충남지사가 집단감염이 우려되는 이 마을을 직접 방문해 현장을 점검하고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11월 들어 대면 예배가 재개됐지만 참여 인원도 많지 않다는 게 주민 설명이다.
이 마을 이장은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대면 예배를 중단했다"며 "예배 시에도 주민 30%가 참여하는 정도였다"고 짧게 말했다.
대규모 집회는 줄어도 그룹별 모임은 계속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말, 그룹별로 팀을 이뤄 축구대회를 개최했다는 기록이 온라인에 게재돼 있다.
430여 명의 주민이 한 장소에 모여 한 순간에 바이러스가 전파됐다기보다 김장과 예배 등을 거치면서 주민에서 주민으로 건너가며 넓게 퍼져나간 것으로 추정된다.
인근의 한 교회 관계자는 "외부 주민과의 교류가 거의 없어 내부 사정을 알기는 어렵다"면서도 "오랫동안 많은 주민들이 공동 생활을 하고 있어 코로나19 집단감염이 항상 우려되는 지역이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추가 확산 가능성은? 사실상 주민 대부분이 감염된데다 외부와의 교류가 많지 않아 추가 확산 우려는 줄어들었다.
집단감염 발생 후 광덕면 주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검사에서도 주민 220여 명이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마을 내 거주하는 가족을 만난 뒤 감염되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며 지역 전파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 마을에 거주하는 부모님을 만난 아산시청 공무원과 김장 김치를 전달받은 또다른 가족이 각각 확진 판정을 받았다.
또 이 마을과 관련해 중학교 교사가 확진판정을 받는 등 지역 내 추가 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시 관계자는 "마을 주민이 대부분 격리 치료를 받고 있고 자가격리자 등에 대해서는 주기적 검사를 숨은 감염자를 신속하게 찾아낼 계획"이라며 "지역 내 추가 전파를 차단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issue7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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