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서 5·18 정체성 외친 이재명..'역사왜곡 처벌법' 추진 의지까지
[경향신문]
‘표현의 자유 침해’는 부담
호남 지지율 답보에 승부수
3박4일 일정으로 광주·전남을 방문 중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28일 광주에서 5·18 광주 민주화운동 정신을 거듭 강조했다. 사망한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 배우자 이순자씨의 전날 사과 발언에 대해 “또 한번 광주 민주화 운동을 폄훼했다”고 비판했고, 사상과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있는 ‘역사왜곡 처벌법’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호남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전두환 옹호 논란을 빚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의 대비 효과를 얻으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광주 남구 양림교회를 방문해 예배에 참석했다. 양림교회는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신군부 탄압에 저항한 시민들을 피신시키고 현장 구호활동을 한 곳이다. 이 후보는 예배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수백명의 사람을 살상하고 국가 헌법질서를 완전 파괴한 주범은 천수를 누리고 호사를 누리다 떠났다”며 지난 23일 사망한 전씨를 비판했다.
이 후보는 전날 전씨 장례식을 마친 이순자씨가 “남편의 재임 중 고통을 받고 상처를 입으신 분들께 남편을 대신해 깊이 사죄드리고 싶다”고 한 발언을 비판했다. 이 후보는 “재임 중 일에 대해 미안하다는 말은 재임 이전 일에 대해 전혀 미안하지 않다, 아무런 가책이 없다고 얘기한 것 같다”며 “또 한번 광주 5·18 민주화 운동을 폄훼하고 희생자를 모욕했다”고 말했다. 전씨의 대통령 취임 전 발생한 광주 민주화운동 피해자에겐 사과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받아들인 것이다. 광주 학살은 전씨가 주축이 된 신군부가 자행했다.
이 후보는 이와 관련해 “비정상을 정상화시켜야 한다”며 이른바 ‘역사왜곡 처벌법’을 새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림교회를 방문한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독립운동을 비방하고 친일행위를 찬양하는 행위, 일본군 위안부를 비롯한 일제 강점기 전쟁범죄와 5·18 민주화운동 등 반인륜적 범죄행위의 진실을 왜곡하고 부정하는 행위를 엄격히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국가공권력이 자행한 반인권적 행위에 대한 처벌 공소시효와 피해를 입은 국민의 손해배상 청구시효를 없애겠다고도 했다.
이 후보의 역사왜곡 처벌법 추진은 향후 논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김용민 의원 등 민주당 의원 12명이 지난 5월 발의한 역사왜곡방지법 제정안을 두고 시민사회와 학계, 법조계 등에서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공론장에서의 논의를 통해 접점을 찾아가야 할 역사 인식에 국가가 ‘왜곡’이라는 잣대로 개입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역사왜곡방지법 제정안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 6월 “전체주의 국가에서 주로 사용하는 입법 방식”이라고 비판했고, 법무부도 위헌 가능성을 언급하며 “역사에 관한 논의는 표현과 학문의 자유가 보장된 가운데 사회적 논의를 거쳐 정리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후보가 이러한 부담을 안으면서까지 역사왜곡 처벌법 등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지지율 답보 상태에서 벗어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전씨 사망과 광주 민주화운동 발언 논란을 활용해 60%대에 머물고 있는 호남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그간 민주당 대선 후보는 호남에서 90%에 가까운 지지를 얻어왔다. 아울러 전씨 옹호 논란과 ‘개 사과’ 논란을 빚은 윤석열 후보와 비교해 ‘호남 정체성’을 부각시킨다는 차원이기도 하다. 이 후보는 이날 광주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광주학살 주범 전두환을 찬양하고, 국민들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이 대한민국을 제대로 끌어갈 수 없다”고 윤 후보를 비판했다.
박광연·광주|탁지영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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