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보이콧·대만 문제로 입지 좁아지는 중국..러시아와 밀착 강화
[경향신문]
미국이 동맹을 규합해 대중국 포위망을 강화하면서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입지가 점차 좁아지고 있다. 내년 2월 열리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보이콧 움직임과 대만 문제가 상징적인 신호가 되고 있다. 중국은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하며 외교적 돌파구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좁아지는 중국의 입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8일(현지시간) 신장 위구르족 인권 문제 등을 이유로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이후 미 동맹국을 중심으로 관련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가장 먼저 동계올림픽 보이콧 움직임에 가세한 나라는 미국과 3자간 안보동맹 오커스(AUKUS)를 결성한 영국과 호주다. 미국 정부는 이들 국가 뿐 아니라 캐나다와 뉴질랜드 등 영미권 기밀정보 공유 동맹 파이브아이즈(Five eyes)의 다른 회원국에게도 보이콧 동참을 설득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주도 4개국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에 참여하고 있는 일본도 보이콧 가능성을 열어놨다.
이들 국가가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결정할 경우 유럽을 비롯한 다른 서방국가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국을 향해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유럽연합(EU) 의회는 이미 지난 7월 회원국에 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여기에 최근 장가오리(張高麗) 전 중국 부총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테니스 선수 펑솨이(彭師)의 ‘미투’ 파문까지 더해져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 커지는 분위기다. 보이콧 움직임이 현실화되면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반쪽짜리 행사로 전락하고, 중국은 국제적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중대한 국가적 행사를 앞두고 커다란 외교적 시험대에 오르게 된 셈이다.
대만 문제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6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하나의 중국’ 정책을 재확인한 이후에도 미국은 대만과의 거리 좁히기를 이어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다음달 9∼10일 개최하는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대만을 초청했다. 미 하원의원들은 지난 25∼26일 대만을 방문해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등을 만났다. 유럽에서는 리투아니아가 수노 빌뉴스에 ‘대만대표처’ 설치를 허용했다. 리투아니아 의회 대표단은 다음달 2∼3일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 등 다른 발트 3국 의원들과 함께 대만을 방문해 차이 총통 등을 만날 예정이다. 이에 중국이 리투아니아와의 외교관계를 격하하고 경제적 보복 가능성까지 시사하자 프랑스 등 일부 국가가 리투아니아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혔다. 또 네덜란드 의회에서는 최근 대만의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참여를 지지하는 동의안을 채택하기도 했다.
독일의 정권 교체는 중국에 또 다른 암초다. 상대적으로 유화적인 대중 정책을 펴온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퇴임하고 새 연립정부가 출범하면서 대중 정책의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독일의 새로운 연립정부를 구성한 사회민주당과 녹색당, 자유민주당은 지난 24일 발표한 연정 합의문에서 신장과 홍콩 등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문제들을 거론했고, 대만에 대해서도 국제기구 참여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국제사회에서 대만의 국제기구 참여나 다른 나라와의 공식적 교류를 반대해 온 중국으로서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크게 위협받는 상황이 된 것이다.
■뭉치는 중국과 러시아
중국은 미국과의 갈등 속에서 갈수록 외교적 입지가 좁아지자 서방과의 대결이란 이해를 같이 하는 러시아와의 공조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그 결과 중국과 러시아의 외교·군사적 협력은 강화되고 있다.
친강(秦剛) 주미 중국대사와 아나톨리 안토노프 주미 러시아 대사는 지난 26일 미국 외교·안보 전문지 내셔널인터레스트에 공동 기고문을 싣고 바이든 대통령이 주최하는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대해 “냉전적 사고방식의 산물로 세계에 이데올로기적 대립과 균열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민주주의 가치 증진이나 인권 보호를 명분으로 다른 나라 내정에 간섭하는 것은 국제 규범에 어긋나며 명백히 반민주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서방의 보이콧 움직임에 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 참석하기로 하며 공조를 과시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시 주석이 좋은 친구인 푸틴 대통령을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초청했다”면서 “푸틴 대통령이 흔쾌히 초청을 수락했다”고 밝혔다. 중국과 러시아는 오는 30일 양국 총리간 회담도 예정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이번 회담에 대해 “중·러의 중요한 정례적 고위급 교류 행사”라며 “양국의 포괄적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와 공동발전에 더욱 강력한 동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군사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두 나라는 같은 날 열린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에서는 양국이 오커스의 핵 잠수함 협력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IAEA에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오커스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면서 공조를 이어갔다.
앞서 중국 국방부는 지난 23일 웨이펑허 국방부장이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화상회담을 갖고 “전면적 전략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높은 수준의 발전을 이루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국은 앞으로 전략훈련, 연합 순항비행 등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 강화는 우리나라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19일 중국 군용기 2대와 러시아 군용기 7대가 동해 독도 북동쪽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에 사전 통보없이 각각 10분가량 진입했다 빠져나갔다.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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