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원자력]① 마크롱 '원전 재개' 선언에 유럽 양분

현혜란 2021. 11. 28.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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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대응 이유로 원전 '유턴'..독일은 탈원전 고수
EU 집행위, 원전 녹색에너지로 분류 여부에 관심 집중

[※ 편집자 주 = 프랑스가 탄소제로(0)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원자력 발전소 신규 건설을 재개하고 관련 기술에 장기 투자하기로 발표하면서 원전 정책을 둘러싼 논쟁이 유럽에서 뜨겁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주한 프랑스대사관의 초청으로 프랑스의 원전 관련 시설을 직접 방문해 현주소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르포와 인터뷰 등 기사 4건을 일괄 송고합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차기 대통령선거가 반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 원자력 발전 카드를 꺼내 들어 대선판을 흔들었다.

지난 9일(현지시간) 오후 방송으로 중계한 대국민 담화 말미에 마크롱 대통령은 대뜸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신규 원자로 건설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스가 2050년까지 탄소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탄소 중립을 실현하고, 치솟는 에너지 가격과 공급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대책으로 원전을 내세웠다는 해석이 나왔다.

지난달 2030년까지 핵 폐기물 관리 방식을 개선하고, '소형 모듈화 원자로'(SMR)를 개발하는 등 원전 연구개발에 10억 유로(약 1조3천5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한 데 이어 내놓은 두 번째 원전 '공약'이다.

공식적으로 대선 출마 선언을 하지 않았지만 재선 도전이 유력한 마크롱 대통령은 어떤 형태의 원자로를 어디에 짓겠다는 것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달 30일 파리에서 개막하는 '세계 원자력 전시회'(WNE)에 마크롱 대통령이 참석하는 만큼 이 자리에서 자세한 구상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현재 원자로 56기를 가동하는 프랑스는 전 세계에서 인구 대비 원자로 개수가 가장 많은 나라로, 국내 전력 생산의 70%를 원전에 의존하고 있다.

2020년 기준 프랑스 전력 생산에서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67.1%로 수력(13.0%), 풍력(7.9%), 가스(6.9%), 태양열(2.5%)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원전 대국', '원전 강국'으로 불리는 프랑스는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로 충격을 받아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여 전력 발전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을 낮추겠다고 공언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전임자인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이 2015년 전력 생산 중 원전에 의존하는 비중을 당시 75%에서 2025년 50%로 줄이는 방안을 먼저 마련했다.

그 뒤를 이은 마크롱 대통령은 지어진 지 40년이 돼가거나 40년이 지난 원자로를 추가로 폐쇄해 원전이 차지하는 비율을 50%로 낮추겠다고는 했지만, 달성 시한을 2035년으로 10년을 미뤘다.

마크롱 대통령은 원전 비중을 줄이겠다는 정책 기조를 갖고 있을 때도 원전을 "탄소 배출을 가장 하지 않으면서 전력을 생산하는 방법"이라고 평가하면서 원전에 호감을 보였다.

마크롱 대통령의 '원전 회귀' 선언을 신호탄 삼아 유럽 내부에서는 원전을 '청정에너지', '깨끗한 에너지'로 칭하면서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해 원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프랑스의 쇼B1, 쇼B2 원자력 발전소 [연합뉴스 자료사진]

프랑스와 핀란드, 체코, 폴란드, 헝가리,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불가리아의 경제 또는 에너지 담당 장관들은 지난달 원전의 필요성과 안전성을 강조하는 공동 기고문을 유럽 주요 언론에 보냈다.

하지만 에너지 정책을 공조하는 유럽연합(EU) 회원국 모두가 프랑스가 앞장서는 원전 회귀론에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프랑스와 함께 EU를 주도하는 양대 축인 독일은 여전히 원전 비중을 줄이고 친환경 에너지를 확대한다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원전 정책을 둘러싸고 EU 회원국이 둘로 갈라지는 모양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탈원전을 추진해온 독일은 그 과정에서 석탄 화력 발전 의존도가 높아지는 바람에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보다 40% 줄이겠다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으나, 원전에서 벗어나겠다는 뜻을 유지하고 있다.

독일과 함께 룩셈부르크, 포르투갈, 덴마크, 오스트리아 등 5개국은 지난달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원전의 녹색에너지 분류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냈다.

이런 가운데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가 원전과 화석 에너지인 천연가스를 '녹색 에너지'로 분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도 나와 사실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U 집행위가 원전을 녹색 에너지로 인정하면 원전을 비판하는 여론을 넘어서는 명분이 생기는 데다, 금융지원까지 가능해져 신규 원전을 건설하는 길이 더 넓어질 수 있어서다.

원전 정책을 놓고 EU 집행위에서 프랑스와 독일 사이에 '일전'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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