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었으면 했는데.." 오미크론 변이에 속타는 항공업계

정한결 기자 2021. 11. 28.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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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인천공항 1터미널이 한산한 가운데 한 시민이 TV로 오미크론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뉴스1

"아니었으면 했는데 암울합니다."

코로나19 신종 변이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의 등장에 항공업계의 시름이 다시 깊어지고 있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 여파로 날지 못했던 국제선을 최근 재개했지만 오미크론 확산으로 다시 끊길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28일 외신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을 실행하던 전 세계 국가들이 '오미크론' 확산을 막기 위해 속속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다. 이스라엘은 14일간 국경 봉쇄를 선언했으며, 미국 뉴욕주는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한국과 미국, 유럽연합(EU), 영국 등은 오미크론 발생·인접국에 대해 입국 제한 조치에 나섰다. 영국의 경우 입국자 모두에 대해 바이러스 검사 결과가 음성이 확인될 때까지 자가격리 의무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실제 오미크론은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다. 지난 9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처음 확인된 뒤 남아공 77건, 보츠와나 19건 등 약 100건이 확인됐다. 아프리카를 넘어 영국과 독일, 이탈리아, 체코, 네덜란드 등 유럽 각지를 비롯해 홍콩, 이스라엘에도 상륙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에 지난 26일 오미크론을 델타와 같은 우려 변이로 지정했다.

오미크론은 항체를 무력화 할 수 있는 돌연변이가 많은 변이 바이러스다. 바이러스는 스파이크 단백질을 이용해 숙주 세포로 침투하는데 오미크론은 이 스파이크 단백질에 유전자 변이 32개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0월 인도에서 발견된 델타 변이의 약 2배다.

델타 변이는 당초 기존 바이러스 대비 전염력이 높아 전 세계 지배종이 됐는데, 오미크론은 델타보다 전염력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전파력도 강하고 백신 면역 반응 역시 회피할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국제선 재개를 통해 코로나 피해를 복구하려던 항공업계에는 최악의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니나 다를까 터질게 터졌다"며 "새 변이 바이러스가 등장할 수 있다고 예상하긴 했지만 아니었으면 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올 여름에는 백신만 맞으면 해결될 줄 알았는데 오미크론은 백신이 소용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새 변이 바이러스가 나오면 (코로나 상황이) 해결되기까지 한참 더 걸릴텐데 이제 어떻게 해야할지 걱정이 된다"고 한숨을 쉬었다.

27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가우텡주 프리토리아 거리에서 마스크를 쓴 한 여성이 닭꼬치를 사고 있다. 사진=AP/뉴시스

항공업계는 그간 코로나로 인해 국제선 여객수가 95% 급감하는 등 불황의 터널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FSC)는 그나마 화물로 전환하면서 수익을 냈지만 여건이 안되는 저비용항공사(LCC)들은 피해가 누적됐다. 대부분은 자본잠식에 빠졌고 매분기 수백억원의 적자를 내면서 직원들은 교대로 무급휴직 중이다.

최근 들어 백신접종률이 오르고 위드코로나가 시행되면서 여행안전권역(트래블버블) 위주로 항공편을 다시 띄우기 시작했다. 트래블버블은 감염 안전국 간에 격리 조치 없이 여행을 허용하는 제도로 한국은 사이판과 싱가포르, 괌 등과 이를 체결했다.

인천~괌 노선의 경우 에어부산은 지난 27일부터 1년 8개월 만에 재개했으며, 아시아나항공은 내달 23일부터 18년 만에 운항을 시작한다. 제주항공은 지난 25일부터 부정기 운항을 시작했으며, 에어서울은 내달 23일부터 660여일 만에 국제선 노선을 첫 재개할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19개월 만에 지난 3일부터 하와이 하늘길을 다시 열었다.

하지만 오미크론이 찬물을 끼얹은 상황이 됐다. '괌 항공권을 끊으면 제주항공권을 준다'는 식의 출혈경쟁까지 나섰지만 백신을 무력화 할 수 있다는 오미크론의 등장으로 운항 자체가 무산될 수 있는 셈이다.

업계는 당초 국제선 운항 수가 적어 당장 피해가 크지는 않기에 일단 상황을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오미크론 확산으로 지금 당장 큰 피해는 별로 없을 것"이라며 "국제선 운항 편수가 코로나 이전에 비하면 1% 수준으로, 이미 피해를 더 볼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국제선 수요가 내년 상반기에는 늘어난다는 기대를 품었는데 (오미크론 여파로) 늦춰질 수 있어 아쉽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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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결 기자 han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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