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중국이 위협한다고?"..전범국 日 '적기지 선제 공격' 집착하는 이유
일본이 최근 군사력을 강화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추경예산안에 방위비 7700억엔(약 8조원)을 편성해 미사일·초계기 등 장비 구입을 서두르는 한편 적 기지를 선제적으로 공격할 수 있도록 안보 지침을 바꾸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2차 세계대전 패배 이후 일본 스스로 전쟁 포기를 명기한 일명 '평화헌법'을 개정할 가능성도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27일(현지시간) 일본 주요 언론과 미국 CNBC 등은 일본 정부와 집권 자민당이 상대국의 미사일 발사 거점 등을 자위 목적으로 먼저 폭격해 파괴하는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와 관련한 본격적인 논의에 돌입했다고 보도했다. 일본의 중·장기적 외교·안보 정책 기본 방침을 규정한 국가안보전략(NSS)을 개정해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명기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달 취임한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일본 도쿄 육상자위대 사열식에 참석해 국가안보전략·중기방위력정비계획 등 개정과 관련해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포함한 모든 선택지를 배제하지 않고 검토해 방위력을 최대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외교·안보 정책의 중장기 기본 지침인 국가안보전략(NSS)을 내년 말까지 개정할 계획이다. 현재의 국가안보전략은 아베 신조 정권인 2013년 12월 작성, 2022년말 새 전략이 마련되면 9년 만에 첫 개정이 된다. 적 기지 공격 능력을 명기할지 여부가 핵심이다.
적 기지 공격 능력이란 탄도 미사일 발사 기지 등 적국의 기지나 군사 거점을 폭격기, 순항 크루즈 미사일 등으로 사전에 공격·파괴하는 것을 말한다. 적이 공격을 하기 전에 적 기지를 타격해 무력화하는 시나리오로 원거리 정밀 타격 수단을 보유하겠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다른 국가에 대한 선제타격, 침략전쟁 도발 등 가능성을 열어 놓는 것이다.
이는 분쟁 해결 수단으로서의 전쟁을 포기하고 전력을 보유하지 않는다고 규정한 일본 헌법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일본 헌법 9조에는 공격 받을 경우에만 방위력을 행사한다는 '전수방위' 원칙이 명기돼 있다. 일본 방위성 역시 '상대로부터 무력 공격을 받았을 때 처음으로 방위력 행사에 나서고 그 또한 최소한으로 한정한다는 헌법정신에 따른 수동적 방위전략 자세'라고 전수방위를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기류가 바뀐 것은 지난해 사임한 아베 신조 전 총리 때부터다. 아베 전 총리는 적 기지 공격 능력을 강력히 주장하고 나섰는데, 그의 외교·안보 전략이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에 이어 기시다 현 총리까지 그대로 계승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추경예산을 통해 신규 장비를 구매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결정으로 추경까지 포함하면 올해 일본 방위비 예산은 GDP의 1%를 넘어선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자국의 군사력 증강 배경으로 중국과 북한을 꼽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중국이 대만을 위협하며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는 데다 북한도 탄도미사일 고도화 작업을 계속하고 있어 일본의 군사력 강화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방위비 증액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자민당 집권이 장기화되면서 정치권의 우경화가 심화됐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마이니치신문이 지난달 일본 중의원 선거 당선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헌법 개정 관련 설문 조사에선 77%가 '찬성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아사히신문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6%가 "개헌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한 국제 외교 전문가는 "일본의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 논의는 한국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며 "앞으로 일본은 중국·북한 등을 이유로 들어 방위력 증강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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