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와 달랐던 오미크론.. 남아공 정보공개, 대응시간 벌어줬다
새로운 코로나 변이 ‘오미크론’의 출현에 각국에 비상이 걸렸다. 그러나 코로나 발병 초기나 인도발 델타 변이 발견 때와 달리 남아프리카공화국 보건당국이 오미크론의 존재를 비교적 초기에 발견해 학계가 대응할 시간을 벌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 국무부는 27일(현지시각) 토니 블링컨 장관이 날레디 판도르 남아공 국제관계협력 장관과 코로나 백신 협력을 논의한 회담에서 “오미크론 변이의 신속한 발견과 이 정보를 공유한 남아공 정부의 투명성을 높이 평가했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오미크론은 남아공에서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에 32가지 유전자 변이를 일으킨 새로운 변이가 발견됐다고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하면서 알려졌다. 남아공의사협회장을 맡은 안젤리크 쿠체 박사는 지난 18일 탈진 증상을 보인 일가족 4명이 코로나 양성 반응을 보이자 남아공 백신 자문위원회에 새 변이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다. 남아공 연구진은 23일 이것이 새 변이임을 확인했고, 24일에는 새 변이의 존재를 WHO에 정식 보고했다. 남아공은 26일까지 58개의 오미크론 표본을 변이 데이터베이스에 등록했다. WHO는 이날 긴급회의를 소집해 새 변이를 ‘우려변이’로 지정했다.
과학계에서도 남아공 보건당국의 신속한 대응을 칭찬하는 목소리들이 이어졌다. 샤론 피콕 영국 케임브리지대 공중보건·미생물학 교수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남아공 보건부와 과학자들이 오미크론에 대해 전 세계에 경종을 울린 건 박수받을만하다”고 말했다. 또 “염기서열 분석 능력을 갖춘 다른 이들과 전문지식을 공유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오미크론이 기존에 나온 백신으로는 예방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팬데믹을 막기 위한 의약품을 만들려면 변이의 특질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웬디 바클레이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바이러스학 교수도 블룸버그 통신에 “불행 중 다행으로 오미크론은 남아공 당국의 신속 대처로 대비 시간을 벌었다”고 말했다. 영국 웰컴 트러스트 생어 연구소의 코로나 유전학 연구소장 제프리 배럿 역시 “델타 변이 사태 당시엔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차렸을 때 바이러스가 이미 세계 곳곳에 퍼진 뒤였다”며 남아공 당국의 대처를 칭찬했다.
그러나 남아공이 되레 피해를 본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AFP통신에 따르면 남아공 외교부는 27일 “남아공이 오미크론의 발견으로 벌을 받고 있다”는 성명을 냈다. WHO가 오미크론을 ‘우려변이’로 지정하자마자 세계 각국이 남아프리카 지역의 항공편을 동시 다발로 중단했기 때문이다. 니콜라스 크리스프 남아공 보건부 사무차관 대행은 “남아공처럼 새 변이를 스스로 검출해낼 능력이 있는 나라도 앞으로는 새 변이 발견 사실을 공개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오미크론은 기존 델타 변이보다 전염력이 더 강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미크론에 감염된 사람의 감염재생산지수는 2로, 확진자 1명이 주위 2명을 감염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11월 3주 기준 국내 전국 주간 감염재생산지수는 1.10이다.
오미크론은 아프리카 국가 보츠와나에서 처음 발견됐으며 남아공에서 확산 중이다. 홍콩, 이스라엘에서도 감염자가 확인됐다. 벨기에에 이어 영국과 독일, 이탈리아, 체코 등 유럽에서도 새 변이 감염자가 잇따라 발생했다.
정부는 28일 0시부터 오미크론 발생국 및 인접국인 남아공 등 아프리카 8개국에서 오는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했다. 내국인 입국자는 백신 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10일간 시설에 격리되며 격리 1일차와 5일차, 격리해제 전에 진단검사를 받아야 한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오미크론을 지속해서 모니터링해서 위험도와 확산 정도를 파악하고, 방역강화국가 등 대상 국가를 확대 또는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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