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최악의 '사법리스크' 안은 채 100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

연합뉴스 2021. 11. 28.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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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 윤석열'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1987년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된 이후 7번의 대선에서 6번의 승부가 선거 100일 전 여론조사 결과와 같았다고 한다. 16대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정몽준 후보와의 극적인 단일화로 당시 3위였던 여론조사 결과를 뒤엎고 당선된 것을 제외하면 모두 100일 전에 승부가 결판나 있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내년 3월 9일 실시될 20대 대통령 선거는 100일 전 여론조사로는 예측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안갯속 승부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 초 국민의힘 본경선 이후 윤 후보가 컨벤션 효과를 누리다가 선대위 구성 갈등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고, 이재명 후보의 사과 행보 등으로 민주당 지지층 결집 현상이 나타나면서 지지율이 요동치고 있다. 두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0.5%포인트로 초접전을 벌인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이번 대선의 가장 큰 특징은 유력 대선 후보들이 모두 수사대상인 채로 선거를 치른다는 점이다. 이 후보는 성남시장 재직시절 '성남의 뜰'이라는 컨소시엄에 1조 원 규모의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를 줘 화천대유 등 관계사 7곳에 4천억 원 이상의 이익을 몰아줬다는 의혹으로 검찰 수사와 특검 압박을 받고 있다. 윤 후보는 검찰총장 시절 고발사주 의혹과 부인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장모의 요양급여 부정수급 의혹으로 검찰과 공수처의 수사 대상에 올라있다. 어느 쪽이 당선되건 한 명은 구속될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의혹이 선거 내내 이슈가 된 적은 있었지만, 이번처럼 양강 후보가 모두 거대 의혹에 휩싸여 최악의 사법리스크를 안고 치르는 선거는 찾아보기 힘들다.

여론은 싸늘하다. 각종 조사에서 이 후보와 윤 후보의 비호감도는 60% 안팎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양당 선대위는 참신한 외부인사 영입 등 정책과 비전 경쟁 대신 권력재편 게임에 몰두하고 있다. 최근 민주당이 김영진 의원을 사무총장에, 강훈식 의원을 전략기획위원장에 임명하는 등 선대위를 개편했지만, 쇄신이라기보다는 '이재명 친정체제 구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의 경우 중도확장을 꾀한다며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등을 영입했지만 '올드보이 소환'이라는 비판 속에 윤 후보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간 선대위 보직을 둘러싼 기싸움으로 국민의 피로감만 더하고 있다.

대선전이 초접전 양상으로 흘러가면 양당의 상대 후보에 대한 공세도 갈수록 치열해질 것이다. 민주당은 '고발 사주 태스크포스'를 '윤석열 일가 가족비리 국민검증 특별위원회'로 확대 개편하고 국회에 '본(본인)·부(부인)·장(장모) 비리신고센터'를 열었다. '이재명 비리 국민검증 특별위원회'를 발족한 국민의힘도 지난 18일 수원지검에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받는 이 후보를 뇌물수수·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하는 등 대장동 의혹 공세를 강화할 태세다. 양당이 명목상으로는 대장동 특검 도입을 찬성하고 있지만,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 의혹을 포함하자는 민주당 요구에 국민의힘이 물타기라며 반발하고 있는 데다 국회에서의 여야 합의 과정 등을 감안할 때 과연 특검이 출범이나 할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하다. 윤 후보를 겨냥한 검찰이나 공수처 수사 역시 '야당 후보 탄압' 논란으로 선거전 수사 종결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설령 수사 결과가 나온다고 해도 수사기관의 신뢰성 문제로 인해 그 결과를 믿을 국민이 많지 않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던 것은 미래권력인 대선후보 관련 의혹을 조속히 규명해 유권자들의 올바른 선택을 돕자는 취지였다. 가뜩이나 물리적 시간이 촉박한데도 여야가 소모적 공방만 벌이는 것은 이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다. 유권자들이 각종 의혹의 진상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100일 후 투표장에 나가도록 하는 것이 정치권의 진정한 속내인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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