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체이탈자' 윤재근 감독 "윤계상에 자극 받았다..인품도 훌륭" [★FULL인터뷰]
영화 '유체이탈자'가 실감나는 액션으로 극장을 찾았다. '유체이탈자'는 기억을 잃은 채 12시간마다 다른 사람의 몸에서 깨어나는 한 남자가 모두의 표적이 된 진짜 자신을 찾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영화. 윤계상이 자신을 추적하는 남자 강이안 역을 맡아 1인7역을 소화했다. 박용우가 그를 쫓는 국가정보원 요원 박실장 역을, 임지연을 강이안을 찾는 문진아 역을, 박지환이 강이안의 조력자 노숙자 역을 맡았다. 임지연은 '유체이탈자'를 통해 대역이 거의 없는 '리얼 액션' 연기를 선보이며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유체이탈이라는 호기심 생기는 소재에 리얼 액션을 버무린 '유체이탈자'의 중심에는 영화를 연출한 윤재근 감독이 있다. 윤재근 감독은 배우들과 함께 호흡하며 영화를 끌고 액션을 만들어 냈다. 윤재근 감독에게 직접 '유체이탈자'에 대한 궁금한 이야기들을 들었다.
-영화 시사 후 반응을 찾아 보았나. 기억에 남는 반응은?
▶ 영화를 좋게 봐주신 분들은 대체로 액션이 좋았다는 칭찬을 많이 해주시는것 같다. 배우들이 연습도 열심히 했고, 현장에서도 악을 쓰며 혼신을 다했던 촬영이었는데 그걸 관객들이 알아봐주시는것 같아서 그게 제일 감사하고 기쁘다.·
- '유체이탈' 이라는 소재로 액션 영화를 구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10년쯤 전에 다른 영화의 시나리오를 쓰고 있었고 그게 잘 풀리지 않아서 우울한 날을 보냈다. 산책을 하다가 문득 '오늘 밤에 잠이 들면 내일은 다른 사람으로 깨어나면 좋겠다'는 공상을 하게 됐다. 그런데 다른 사람이 된다한들 일상의 권태나 삶의 피곤함은 누구나 마찬가지일것 같고, 그러면 아예 매일 다른 사람으로 깨어나면 재밌겠다는 상상까지 하게 됐다. 그러다가 "아? 이걸 영화로 만들면 재밌겠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소재를 가지고 처음에는 멜로로 풀어보기도 하고, 휴먼드라마로 써보기도 했는데 제 스스로 흥미가 떨어지더라. 그러다 액션 스릴러 장르로 풀면 좋을것 같아서 이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 언론시사회에서 유체이탈을 경험해 보고 싶다는 말을 했는데, 들어가고 싶은 사람의 몸이 있나.
▶ 아들의 몸에 들어가서 며칠 살아보고 싶다. 아이는 어떤 친구들을 만나고 어떤 생활을 하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
- 배우들이 영화를 위해 힘을 쏟은 것이 느껴진다. 주인공 윤계상 배우는 어떻게 캐스팅 했나.
▶ 윤계상 배우는 정말 '잘생긴 어른 남자 기본형' 같은 느낌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변화의 폭이 굉장히 크다. 악역을 하면 정말 한없이 악해보이고 또 착한 역할을 하면 무작정 착해보이고. 어리버리한 모습이든, 화가 난 모습이든, 어떤 역할과 어떤 감정도 찰떡같이 달라붙는 느낌을 주는게 큰 강점인것 같다. 게다가 몸을 굉장히 잘 쓰는 배우다. 이 영화는 액션이 많고 강도가 세기 때문에 배우가 몸을 잘 써야한다. 그런면에서 윤계상 배우에게 제안을 했다. 사실 처음에는 윤계상 배우도 고민을 많이 했었던것 같다. 첫 미팅을 한 이후에 거의 일년을 마음 조이며 기다렸다.
- 박용우, 임지연 배우도 인상 깊다.
▶ 박용우 배우는, 제가 개인적으로 그의 연기 스타일을 좋아하는데 생각보다 본격적인 악역을 한 적이 없는것 같더라. 그래서 박용우가 악역을 하면 어떨까 궁금했다. 박용우 배우 역시 시나리오를 건네고 미팅을 몇 번 하면서도 같이 하겠다는 얘기를 쉽게 안하더라. 고민을 많이 한 것 같다. 본인이 확신이 들어야 결정하는 배우라 설득하느라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임지연 배우의 경우, 진아 역할은 액션도 액션이지만 눈빛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이다. 그냥 연기를 잘하고 몸을 잘 쓰는걸 넘어서 순간적인 표정 하나로 모든 상황과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부분이 많았다. 그런면에서 임지연 배우가 잘 할꺼라는 판단이 들었다. 그냥 쎄보이는게 아니고, 여성스럽고 사랑스런 모습과 강인함이 공존하는 인물을 잘 표현해줄것 같았다. 역시나 작업을 해보니까 다른 여배우들과는 결이 좀 다른 배우라는 생각을 했디. 한마디로, 눈빛만으로 모든 연기를 다 할 수 있는 배우라는 인상을 받았다.
-배우들 모두 현장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고 입을 모아 칭찬했다.
▶더 좋을 수 없을만큼 좋았다. 윤계상 배우의 역할이 컸다. 윤계상 배우가 다른 배우들을 잘 리드하기도 했고 계속 모여서 연습하고 준비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마치 대학때 단편 영화 찍는 기분으로 서로 으쌰으쌰 하면서 작업을 할 수 있었다. 다른 배우들도 누구 하나 불편하게 만들거나 삐딱한 사람이 없었고 하나같이 다들 '좋은 사람'들이었다. 그렇게 열정이 넘치고 인성을 좋은 배우들을 한데 모아서 작업을 했다는게 행운이었다.
-배우들이 몇개월씩 액션 스쿨에서 연습하며 액션 연기에 공을 들였다. 배우들의 액션 본능을 끄집어 내기 위해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 액션에 멋을 부리는것도 좋지만 일단 감정에 충실하자는 얘기를 많이 했다. 아프면 아파하고, 힘들면 힘들어하고, 화가 나면 화 내고. 그런 감정들이 액션 안에서 다 보이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스턴트를 쓰지 않고 배우들이 직접 액션을 해야했다. 액션 장면을 자세히 보시면 배우들이 실제로 힘들어서 반쯤 넋이 나간채 연기하는게 느껴진다. 액션 장면들은 그야말로 연기가 아니고 실제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강이안 캐릭터의 경우, 액션과 감정, 그리고 미러 연기 등 신경 쓸 것이 많은 캐릭터다. 이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윤계상 배우에게 특별히 주문한 것이 있나. 윤계상 배우에게 어떤 디렉션을 했는지.
▶워낙에 성실하고 사력을 다하는 배우이기 때문에 현장에서 오히려 제가 말리는 경우가 있었다. 액션씬도 저나 무술 감독이 스턴트를 쓰자고 제안해도 본인이 직접 하겠다고 하는 경우가 많았다. 조금이라도 마음에 안 들면 끝없이 고민하고 스스로를 의심하는 스타일이다. 배우가 그렇게 열심히 하니까 감독인 제가 오히려 자극을 받는 경우도 많았다. 같이 작업을 해보기 전에는 몰랐는데, 인격적으로 참 훌륭한 사람이더라. 지나칠 정도로 겸손한 것도 그렇고, 주위 사람들을 배려하는것도 그렇고 영화 외적으로도 배운 점이 많다.
-임지연 배우의 변신도 눈에 띈다.
▶임지연 배우는 눈빛이 정말 좋은 배우라고 생각했다. 이 영화 액션의 기본 컨셉이 뭔가 대단한 기술이나 현란한 카메라 워크가 아니었고, 액션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감정에 더 초점을 맞추고 싶었다. 그런 면에서 배우의 표정과 눈빛의 표현이 더 중요했다. 액션도 기본적으로 연기 아닌가. 어쨌든 치고 받고 하는 장면들이 있으니까 저나 배우 본인이나 걱정을 많이 했다. 처음 액션 장면을 찍을때는 굉장히 힘들어하고 거의 울려고 했다. 아무리 안전장치를 하고 짜여진 합에 의해서 하는거지만 본능적으로 겁이 날 수 밖에 없고 몸을 사릴 수 밖에 없다. 그런데 현장에서 다른 동료들의 촬영을 보면서 자기 기준을 스스로 많이 높이더라. 촬영을 거듭할수록 감정에 몰입하고 몸을 막 내던지며 변화가 됐다. 임지연 배우는 아직 꺼내서 보여줄게 많은 배우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의 여러 디테일들을 쓰고 연출하며 고민이 많았을 것 같은데, 어떻게 이야기를 쌓아갔나.
▶기본적인 출발은 '만약에 이런 일이 생긴다면'이라는 공상이다. 저는 그게 영화라는 매체의 가장 핵심적인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현실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일,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일을 영화를 통해서 간접 체험할 수 있다. 그런면에서 이 영화도 '내가 만약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하는 마음으로 주인공과 함께 그의 여정을 체험한다는 느낌으로 만들고 싶었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은 진짜 나는 누구인지를 찾아가간다.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배후에 어떤 사건이 있는지는 그런것 보다 중요한건 나를 찾아가는 과정 그 자체라고 생각했고 거기에 집중했다. 비현실적인 설정이 있지만 기본적인 설정외의 다른 모든것은 최대한 현실적으로 그려내고 싶었다.
-개봉 전 미국 리메이크가 확정 되며 화제가 됐다. '유체이탈자' 할리우드 버전은 이랬으면 좋겠다, 생각하는게 있나.
▶좋은 감독님과 좋은 배우들이 해주시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이 이야기에서 보여줄 수 있는 장면이나 상황들이 좀 더 있는데 여러가지 사정상 포기하거나 다른 선택을 한 경우들이 있다. 그런걸 찾아내서 다 담아 보여주면 좋겠다. 불가능한 상상이겠지만, 이 영화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그대로 가서 다시 찍으면 제일 좋을것 같다. 그들이 최선의 캐스팅이라고 저는 지금도 생각한다.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 '12시간마다 몸이 바뀐다', '기억이 없다', '자신을 찾아간다' 그런 얘기를 하니까 얼핏 복잡한 얘기가 아닐까 생각할 수 있다. 사실은 아주 단순하고 익숙한 이야기다. 주인공의 입장에 감정이입해서 같이 따라가면서 보시면 좋겠다. 그 과정에서 서스펜스와 스릴, 액션의 쾌감을 편하게 즐겨주시며 좋겠다. 주인공이 자신을 찾아가는 동안 '자신을 찾는다'는게 구체적으로 뭘 찾는다는걸까 하는 조금은 철학적인 질문도 느껴주신다면 더 감사할 것 같다. 그리고 꼭 극장에서 큰 화면으로 빵빵한 사운드에서 봐주셨으면 좋겠다.
김미화 기자 letme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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