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수소·전기차 0대 판 도요타, 국내 친환경차 보급률 1등?
정작 수소·전기차 가장 많이 판 르노삼성은 꼴찌
자동차 회사 도요타(Toyota)는 지난해 국내에서 친환경·저공해 1종 차량인 ‘전기·수소차’를 단 한 대도 팔지 않았다. 2종 차량인 ‘하이브리드(HEV)·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만 1만4168대 팔았다. 3종인 ‘LPG·휘발유’ 차량 판매는 0대였다. 이에 정부가 산정한 도요타의 ‘저공해차 판매 보급률(이하 보급률)’은 43.7%이었다. 현대·쌍용·벤츠·BMW 등 정부 평가 대상 10개 자동차 회사 가운데 최고치의 보급률이었다.
같은 기간 1종 차량을 1889대 판 르노삼성은 정반대의 성적표를 받았다. 보급률이 5%였다. 꼴등(10위)이었다. 2종인 ‘하이브리드(HEV·내연기관과 전기모터 결합형)’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판매가 0대였다. 3종은 3641대였다.
3종 판매량 차이는 있지만, 친환경 1종 차량을 많이 판 르노삼성은 친환경 보급률 꼴등 회사가 되고, 1종은 한 대도 안 팔고 2종만 판 도요타가 1등을 하는 기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특히 2종은 정부가 이미 ‘전기·수소차 수준의 저공해·친환경 차량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구매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빼버린 차종이다. 그런데 이런 차종 판매에 정부가 후한 점수를 줘 저공해차 판매 보급을 촉진하려는 본 제도의 취지가 훼손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인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은 28일 본지에 “환경부는 최근 지난 한해 국내 제조사의 저공해차 판매실적이 32만8330대(22.0%)로 당초 목표(15%)를 초과 달성했다고 자화자찬 발표를 했다”면서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목표치를 초과달성했다고 하는 회사들 대부분의 1종 차량 판매는 매우 저조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환경부가 보급률을 달성하기 쉽도록 제도를 만들어 놓고선, 국민에게는 목표치를 초과달성하는 성과를 냈다며 ‘눈 가리고 아웅 하기’식 정책 홍보를 했다”고 했다.
본지가 입수한 저공해차 보급목표 대상기업(10개사)의 2020년도 보급실적을 보면, 보급률 1위는 도요타(43.7%), 2위 BMW(33.4%), 3위 현대(29.2%), 4위 쌍용(25.0%), 5위 기아(17.1%), 6위 혼다(16.9%), 7위 아우디(16.6%), 8위 벤츠(15.7%), 9위 한국지엠(15.5%), 10위 르노삼성(5.0%)이었다. 10개사 가운데 9개가 보급률 목표치 15.0%를 초과 달성한 것이다. 정부는 오는 2023년부터 전년도 기준으로 보급률 목표치 미달 시 차량 당 75만~300만원 상당의 기여금을 의무 납부하는 형태로 사실상 페널티를 줄 방침이다.
그러나 환경부 발표와 달리 실제 업체별 보급 내역을 보면 가장 중요한 1종 판매량은 바닥 수준이다. 도요타는 0대(0.0%), BMW 608대(환산실적 0.7%), 현대 1만5391대(2.9%), 쌍용 0대(0.0%), 기아 3574대(0.8%), 혼다 0대(0.0%), 아우디 601대(3.0%), 벤츠 608대(0.9%), 한국지엠 1579대(1.2%), 르노삼성 1889대(1.8%)였다.
정부가 1종 판매가 저조했지만, 저공해 보조금 지급 대상도 아니고 국제사회에서 저공해 차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2·3종 차량 판매까지 저공해 판매 보급 실적으로 인정해줘 대부분의 자동차 회사가 저공해 우등생이 된 것이다. 반면 1종 차량이 가장 많은 르노삼성은 ‘낙제생’이 됐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보급률 실적 환산 기준을 정밀하게 다시 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환경부는 판매수량을 단순 계산하지 않고, 차종별로 환산점수를 적용한다. 1종에는 1.2~3.0점, 2종인 PHEV에는 0.6~1.2점, HEV에는 0.6~0.8점, 3종에는 0.6점을 주는 식이다. 이대로는 앞으로도 친환경 우등 회사와 낙제 회사가 뒤바뀌는 일이 반복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1종 환산 점수는 더 높이고, 2·3종은 낮추는 방향으로 조정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중국의 경우, 저공해차 판매 보급률을 산정할 때 HEV나 LPG·휘발유 차량은 아예 실적으로 잡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 의원은 “정부는 보여주기식 정책보다는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실현 가능한 보급률 목표치를 세우고, 제조사들이 이를 따를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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