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 신탁·데이터분석 전문인력 양성해야"
1인 고령자 가구와 사망자 수 증가에 따라 신탁 수요가 늘어날 것에 대비해 신탁 전문 보험설계사를 육성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또 데이터 분석 관련 기술적 역량과 보험산업 관련 비즈니스 지식을 동시에 겸비한 데이터 분석 전문가를 양성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임준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28일 발간된 '보험산업 인적자원 고도화 방향' 보고서에서 보험산업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인구구조 변화, 디지털화, 위험의 진화 등 세 가지 환경변화 측면에서 전문인력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보험산업 회계연도 변경이 있었던 2013년 이후 보험산업 성장성과 수익성은 모두 이전에 비해 악화됐다. 생명보험산업의 경우 보험료수입 연평균 증가율이 7.2%에서 0.7%로, 손해보험산업은 12.7%에서 5.0%로 떨어졌다. 연평균 자산수익률(ROA)도 각각 0.9%에서 0.4%, 2.0%에서 1.1%로 각각 하락했다.
임 연구위원은 "성장성과 수익성이 동반 하락하는 장기적인 추세를 역전시키기 위해서는 기존의 성공 방식이나 비즈니스 모델에서 탈피해 새로운 발전 모델의 개발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에 있어서 핵심 요소 가운데 하나가 인적자원 고도화"라고 밝혔다.
우선 인구구조 변화와 관련해 향후 1인 고령자 가구와 사망자 수 증가에 따른 신탁 수요에 대응해 신탁 분야 전문지식을 보유한 보험설계사를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일본의 경우 고령사회로 진입한 1994년 이후 상속 분쟁이 급증하면서 유언신탁 계약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또 고령층 1인 가구의 경우 치매 등의 이유로 자산관리가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데, 신탁이 이러한 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디지털화 진전에 따라 데이터 분석 관련 기술적 역량과 보험산업 관련 비즈니스 지식을 동시에 겸비한 데이터 분석 전문가를 양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임 연구위원은 "전산·통계학과에서는 데이터 분석과 관련된 기술적인 역량을 키울 수 있는 프로그램은 제공하지만 비즈니스 역량 제고와 관련된 프로그램은 제공하지 않고 있다"며 "반면 경영학과에서는 비즈니스 지식을 갖출 수 있는 프로그램은 제공하지만 데이터 분석과 관련된 기술적인 역량을 제고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제공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현행 교육 시스템 하에서는 훌륭한 데이터 분석 전문가를 키워내는데 한계가 있다"며 "개별 보험회사 또는 보험산업 차원에서 어떤 시스템을 통해 육성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이를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마지막으로 새로운 위험에 대비해 현재 계리, 수학, 통계학 중심을 넘어 공학, 자연과학 기반의 위험평가 전문인력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임 연구위원은 "국내 보험산업은 그동안 사망, 건강, 자동차 관련 위험을 중심으로 성장해왔으나 향후에는 기후변화, 팬데믹, 사이버리스크처럼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위험으로도 확대해나갈 필요가 있다"며 "이러한 위험들의 특징 중 하나는 사고 통계가 충분히 집적돼 있지 않아 경험적 방법에 의한 보험료 산출이나 언더라이팅만으로는 적극적 인수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고 통계에 기반을 둔 경험적 방법만으로는 시장 진출 및 확대에 한계가 있다"며 "이론에 근거해 사전적으로 위험을 예측할 수 있는 공학이나 자연과학 기반의 위험평가 전문인력 육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외 사례를 보면 독일의 뮤니크리는 1960년경 제트기가 민간 항공 산업에 도입되었을 때 항공분야 공학자를 고용해 위험평가에 공학 지식을 활용한 바 있다. 이를 통해 경쟁자인 스위스리보다 저렴한 보험료를 제시하고, 1968년에는 핵물리학자의 도움으로 원자력 사고 관련 추정최대손실(PML)의 새로운 추정치를 얻을 수 있었다. 또 미국, 일본, 호주와 같은 해외시장의 자연재해 위험 관련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기상학자와 지질학자를 고용하기도 했다.
그는 "해외사례를 참고해 국내 보험산업도 새로운 위험으로 영업을 확대해야 한다"며 "이론에 근거해 사전적으로 위험을 예측할 수 있는 공학이나 기상학, 지질학 등 자연과학 기반의 위험평가 전문인력을 양성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수현기자 k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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