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이] '어느 날' 찾아온 쿠팡플레이 드라마, 낯선데 볼만하네
살인 용의자 김수현에 접근한 삼류변호사 차승원
넷플릭스 '지옥' 김신록과 예리한 눈매 김홍파까지
첫화부터 숨막히는 전개, 웰메이드 연출 이목집중
쿠팡측 200억원 투자..OTT 전쟁 서막 알려
평범했지만 그리 착하지도 않았던 대학생 김수현이 어느 날 끔찍한 살인을 저지른 유일한 용의자로 지목됐다. 수백 가지 증거들이 그를 살인자로 가리키는 가운데 그를 찾아온 삼류 변호사 차승원은 "그날 밤 일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마"라고 말한다. 이상한 제안이었지만 믿을 사람은 그 뿐, 하루아침에 끔찍한 살인자가 된 김수현은 진실을 찾을 수 있을까.
보는 내내 숨 막히는 웰메이드 법조 드라마. 쿠팡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쿠팡플레이가 27일 공개한 첫 오리지널 드라마 '어느 날(극본 권순규/연출 이명우)'은 시작부터 긴장감 넘치는 전개로 단숨에 이목을 집중시켰다.
다를 것 없는 대학생이었다. 27일 0시에 공개된 '어느 날' 1화에서는 평범한 대학생 김현수(김수현)가 의문의 살인 현장에 빠져드는 과정이 긴장감 있게 그려졌다. 풀빌라에서 남녀 친구들과 노는 것보다 학교 과제 모임이 더 중요했던 현수. 모임이 취소되자 수영복 파티 중인 친구들한테 가고 싶어 늦은 밤 길을 나선다. 술 한 잔 걸친 아버지의 영업용 택시를 몰래 훔쳐 나왔지만 하필 길을 잘못 들어섰다. 한 유흥가를 지나다 같은 나이대 여성 홍국화(황세온)가 택시에 올라타고 현수는 그녀에게 시선을 빼앗긴다.
국화의 유혹. 택시 기사 현수를 집 안까지 끌어들인다. 경미한 교통사고를 냈지만 그냥 가도 된다는 이상한 남자를 뒤로하고 커다란 이층 집에 발을 들이는 현수. 혼자 사는 낯선 여성이 연거푸 술잔을 건네고 둘은 곧 격정적인 밤을 보낸다. 이제 집에 가야 할 시간. 2층, 그녀의 침대 위가 아닌 1층 거실에서 잠을 깬 현수는 머리가 지끈거린다. 그녀가 준 이상한 알약을 먹은 탓일까. 인사라도 건네려고 2층에 올라갔더니 그녀가 피를 흘리고 처참히 죽어있다.
점입가경이다. 도망치는 현수를 본 목격자가 있다. 현수는 음주단속 중인 경찰에 붙잡혔다. 갑자기 긴급 출동 명령이 떨어지고 현수가 타고 있던 경찰차도 사건 현장으로 향한다. 그곳이 하필 국화의 집이다. 형사팀장 박상범(김홍파)은 예리한 눈으로 사건 현장을 훑는다. 증거는 차고 넘쳤고 현수는 긴급 체포된다.
좀 이상하다. 28일 0시에 공개된 '어느 날' 2화에서는 생존형 삼류 변호사인 신중한(차승원)이 현수에게 접근한다. 중한은 현수에게 "무엇이 사실이어야 나한테 유리한가"를 강조하며 "그날 밤 일에 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마"라고 당부한다. 자꾸만 자신의 억울함을 말하려는 현수에게 오히려 "진짜에 집착하다가 아무것도 못한다"라며 경고하는 중한. 현수는 의아하지만 지금 믿을 이는 그 뿐이다.
치밀했다. 베테랑 형사팀장 상범은 은퇴가 3개월 밖에 남지 않았지만 여전히 현장에서 직접 뛰는 주도면밀한 인물. 현장에 떨어져 있던 현수의 천식약을 몰래 챙겨주는 등 일면 따뜻한 모습을 보인다. 현수를 찾아온 그의 부모를 조용한 방에서 편안히 만나게도 해준다. 하지만 그 방은 녹화가 되고 있었다. 아주 손쉽게 도주부터 증거인멸 자백까지 회수하고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다. 이를 뒤늦게 안 중한은 현수에게 다시 한번 "아무 말 하지 말라"라고 거듭 강조하면서 형사를 욕한다.
입이 떡 벌어진다. 영장 실질심사날 상범은 현수에게 다른 옷을 입힌다. 자기 옷을 찾는 현수에게 "그건 증거니까"라며 몸에 맞는 옷으로 골랐다고 했다. 그 옷은 호랑이가 그려져 있었고 중한은 어이없어 한다. 그사이 '국화꽃 살인사건'이라는 단독 기사가 삽시간에 퍼지고 어느새 현수는 티피컬한 범죄자로 완성된다. 현수는 결국 구속되고 교도소로 이감된다. 그리고 범죄자로 득실거리는 그곳에서 새로운 인물을 만나게 된다.
영국의 '크리미널 저스티스'와 미국의 '더 나이트 오브'를 각색한 쿠팡플레이의 첫 오리지널 드라마 '어느 날'은 '펀치'와 '귓속말'에 이은 이명우 감독의 사법체계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다. 스토리와 배경음악, 카메라 워킹, 연출까지 치밀하게 전개되는 서사가 무척 압도적이다.
별안간 살인자가 돼 눈물로 무죄를 호소하는 연약한 대학생을 연기한 김수현. 빈틈이 많아 보여도 누구보다 사건을 잘 파악하고 있는 삼류 변호사를 연기한 차승원. 예리한 눈빛으로 사건을 바라보는 베테랑 형사 역에 김홍파. 그리고 냉철한 무패 신화 여검사 안태희 역에 넷플릭스 오리지널 '지옥'에서 신들린 지옥행 시연 연기로 주목받은 배우 김신록까지. 아주 볼 만하다.
이번 주 1, 2화 공개로 본격적인 법조 전쟁의 서막을 알린 '어느 날'은 벌써부터 다음 주 토요일(12월 4일 0시)을 기다리게 만든다. "역사의 한 페이지를 함께하고 싶다"던 이명우 감독의 바람은 이뤄질까. 본격 OTT 전쟁의 서막을 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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