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승용차와 어려운 고성능 차량 사이 어디쯤, BMW M340i
지난달 강원도 인제 자동차 경주장에서 만난 카레이서 강병휘 선수에게 물었다.
“강 선수가 생각하는 가장 좋은 차는 어떤 건가요.” 찻값 1억원 미만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비쌀수록 성능이 뛰어난 건 당연해서다.
강 선수는 독일 베엠베(BMW)의 고성능 차 ‘M3’를 꼽았다. 주행 성능뿐 아니라 일상에서의 사용 편의, 희소성 등 삼박자를 갖췄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M3 신차 가격은 1억원이 넘기 때문이다. 강 선수에게 다시 물었다. 그는 “BMW가 소비자 선택 폭을 늘린다며 M3보다 저렴한 가격에 내놓은 가지치기 모델인 M340i가 M3의 꽤 괜찮은 대안”이라고 했다.
M340i의 가격은 7670만원. 이는 경쟁 차인 벤츠 C클래스 AMG(C43 AMG), 아우디 S4 등 다른 제조사의 고성능 준중형 승용찻값보다 약간 낮은 금액이다. 이른바 ‘보급형 M3’라고 불리는 M340i를 이달 중순 300km 정도 타봤다.
강 선수는 “M340i는 M3와 엔진의 출력만 다를 뿐 배기량이 같고 구성도 공유하는 차”라며 “주행 성능(아웃풋) 측면에서 M3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M340i는 엔진 효율을 높이고 배기량(엔진 실린더에 흡입되는 공기와 배출되는 연소 가스의 양)을 낮추는 요즘 추세에 어울리지 않는 차다. 아반떼 정도 크기에 배기량 3천cc 엔진을 얹어서다. 차 무게도 일반 준중형보다 훨씬 무거운 1.7톤(t)에 이른다.
일단 M340i가 일상에서도 편하게 탈 수 있는 고성능 차라는 평가들에 동의하기 어렵다. 시동을 걸면 바로 묵직한 배기음이 들린다. 두툼하고 무거운 운전대와 단단한 하체, 시트는 편안한 주행에 썩 적합하지 않다. 주행 모드를 ‘컴포트’(안락한)로 설정해도 일반 승용차의 ‘스포츠’ 모드처럼 승차감이 딱딱한 편이다.
뒷좌석 자체는 나쁘지 않다. 머리 공간에 주먹 하나, 무릎 공간에는 주먹 하나 반 개가 들어간다. 뒷자리에 앉은 승객을 위한 별도 에어컨 송풍구와 USB 단자(C 타입 2개), 컵 거치대(컵홀더) 등 편의 장비도 적지 않다. 그러나 긴 거리를 달릴 때 동승자가 편안하다고 느낄지는 의문이다.
운전자의 시선에서 보면 다르다. BMW의 6기통 대배기량 엔진은 과거부터 부드럽게 회전수를 높이는 질감 때문에 ‘실키 식스’(Silky Six·비단 같은 6기통 엔진)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여기에 엔진 성능을 높이는 과급기(터보차저)를 달아놓으니 힘이 넘친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빠르고 매끈하게 속도를 높이는 게 인상적이다 . 고속에서도 마찬가지다. 자동차 뒤쪽 배기구에서 팝콘 터지는 소리를 들으며 달릴 수 있다.
개인적으로 M340i를 시승하며 느낀 가장 큰 장점은 운전자와 자동차의 일체감이다. 작고 묵직한 차체가 페달을 밟고 운전대를 돌리는 대로 달려 나가니 조작의 만족감이 크다. 코너를 빠르게 돌 때도 쏠림이 눈에 띄게 적지만 제동 성능은 엔진 힘에 견줘 다소 아쉬움이 있었다.
강 선수는 “BMW의 후륜 구동 차(뒷바퀴 굴림 차)는 미끄러지는 뒷바퀴를 가속 페달을 통해 조절하며 운전자가 느끼는 스릴과 성취감 등 감성적인 특징이 있다”고 강조했다. 굽은 길에서 구동력을 한껏 실은 뒷바퀴가 밀려나며 차가 균형을 잃었을 때 이를 바로잡으며 달리는 특유의 쾌감이 있다는 얘기다. 강 선수는 최근 M340i를 타고 차가 옆으로 미끄러지며 코너를 통과하는 ‘드리프트’ 운전 영상을 유튜브에서 공개한 바 있다.
하지만 훈련하지 않은 일반 운전자가 이런 ‘손맛’을 기대해선 곤란하다. 강 선수가 말하는 M340i의 큰 장점 중 하나를 소비자는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운전 재미를 추구하지 않는다면 이 차를 만났을 때 다른 고민거리가 생길 수도 있다. M340i 가격이면 하나 윗급인 수입 중형차 BMW 5시리즈, 아우디 A6 등도 구매할 수 있어서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M340i는 M3의 경우 성능이 과하고 일반 3시리즈는 약하다고 생각하는 젊고 성공한 30·40대 남성들이 주로 찾는 차”라며 “M3보다 가성비가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고 전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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