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뽑을 사람이 없다"..역대급 '네거티브 선거' 될라

안채원 기자, 김도균 기자, 정세진 기자 2021. 11. 28.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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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로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100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곳곳에선 후보들에 대한 차가운 시선이 느껴지고 있다.

특히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모두 비리 의혹에 휘말리면서 투표 자체에 회의감을 갖는 유권자가 늘어나는 모양새다.

박상헌 공간과미디어연구소 소장은 "역대급 네거티브 선거가 될 것 같다"며 "두 후보 다 지금 네거티브를 유혹하는 소재들이 많지 않나. 요즘은 각 당의 네거티브 기술들도 많이 발전해서 큰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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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대선 D-100일]
/사진=뉴스1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20대 여성인 A씨는 내년 3월 대통령 선거에서 투표를 하지 않을 생각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국민의힘 후보 모두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A씨는 "정치라는 걸 해본 적도 없는,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윤석열 후보와 독단·독선의 이미지가 강한 이재명 후보 모두에게 마음이 가지 않는다"며 "둘 다 분명 비리가 많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 뽑을 사람이 없다"고 토로했다.

29일로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100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곳곳에선 후보들에 대한 차가운 시선이 느껴지고 있다. 특히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모두 비리 의혹에 휘말리면서 투표 자체에 회의감을 갖는 유권자가 늘어나는 모양새다. 역대 최악의 '네거티브 선거'가 될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이 후보는 '대장동 특혜'와 관련한 의혹을 받는다. 경기지사 시절 대장동 개발 사업에 각종 특혜를 주고 사적 이익을 챙겼다는 게 골자다. 야당은 결국 대장동 특혜의 정점에는 이 지사가 서 있다며 연일 공세를 펼치고 있다.

윤 후보는 '고발사주'와 관련한 의혹을 받는다. 검찰에 근무할 시절 현 야당과 결탁해 여권 정치인에 대한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이다. 여당은 이를 '정검(정치·검찰)유착'으로 규정 짓고 윤 후보를 공수처에 고발했다.

(서울=뉴스1) 국회사진취재단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중앙일보 주최로 열린 ‘2021 중앙포럼’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1.11.24/뉴스1

후보 본인이 아닌 가족들을 둘러싼 의혹도 끊이질 않는다. 윤 후보의 부인인 김건희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 후보는 조카가 과거 여자친구와 그 모친을 살해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이 후보는 해당 사건의 변호를 맡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외에도 윤 후보의 경우 장모를 둘러싼 의혹, 이 후보의 경우 과거 욕설 파문 등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문제는 남은 선거 기간 동안 네거티브 공세가 한층 강화될 것이란 점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각각 상대 후보의 비리를 검증하는 조직을 세웠다. 민주당의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가족 비리 제보센터'와 '이재명 비리 국민검증특별위원회'다. 대선 국면에서 후보에 대한 검증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도를 넘는 네거티브는 선거를 진흙탕 싸움으로 끌고 들어간다. 미래를 위한 후보 간 정책 대결이 설 자리를 잃게 될 수밖에 없다.

박상헌 공간과미디어연구소 소장은 "역대급 네거티브 선거가 될 것 같다"며 "두 후보 다 지금 네거티브를 유혹하는 소재들이 많지 않나. 요즘은 각 당의 네거티브 기술들도 많이 발전해서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으론 역대 대선 투표율에 비해 이번 대선의 투표율이 떨어질 거라고 본다"며 "후보 비호감도가 높다는 것은 결국 투표장으로 이끌 수 있는 동력이 약하다는 얘기"라고 했다.

박창환 장안대 교수도 "지금 상황은 난타전이다. 정책이 눈에 보이지 않고 자신만의 색깔, 장점 이런 것들도 뚜렷하지 않은 것 같다"며 "100일밖에 안 남았는데 떠오르는 게 없다. 거꾸로 비호감 얘기는 넘친다. 누가 더 책잡히는 게 덜한지, 이걸로 대선이 판가름 나게 생겼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남은 100일 간 후보들이 '포지티브 어젠다'를 세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 소장은 "네거티브 공방에서 벗어나려면 훌륭한 의제 설정 능력이 있어야 한다"며 "지금의 자극적인 의혹 논란을 덮을만한 강력한 포지티브 어젠다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배종호 세한대 교수는 "각종 네거티브에도 불구하고 많은 유권자들은 후보의 정책을 보고 뽑겠다는 말을 여전히 하고 있다"며 "전체 판을 정책 대결로 유도해야 한다. 요즘 2030 세대를 겨냥한 정책들도 많이 나오던데 그런 부분들이 (선거 분위기를 바꿀) 긍정적 부분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은 "비호감을 호감으로 바꾸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비호감을 중립 지대로 바꾸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우리가 흔히 말하는 '그 사람 좋아' '괜찮아' 그런 것들을 생각하게 하는 특징들이 무엇일까 후보가 고민해야 한다. 거기에 답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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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채원 기자 chae1@mt.co.kr, 김도균 기자 dkkim@mt.co.kr, 정세진 기자 sej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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