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이라 쓰고 완구 항공기 디카라 읽어왔다..첨단제품 통관 골머리

안병준 2021. 11. 28.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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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재 단국대 교수 연구팀 보고서
드론 등 첨단상품 품목분류 혼선
담당부처 불분명해 기업 발동동
통합 관리 미국 사례 검토해볼만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촬영과 오락용으로 흔히 쓰이는 드론은 그동안 품목분류 결정 등 통관과정에서 상당한 혼선을 겪어왔다. 드론의 주기능이 동영상 촬영이라고 생각될 때는 '디지털카메라(제8525호)'로, 취미용이라면 '완구(제9503호)'로, 비행이라면 '항공기(제8802호)'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품목분류가 각각 달라 관련법에 따른 인허가 기관과 요건에서 크게 차이가 발생한다. 만약 드론을 '항공기'로 분류하고 통관을 준비한 기업은 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에서 수입 승인을 받고 세관에서 확인하는 통관절차를 밟는다. 그런데 세관에서 드론을 '디지털카메라'로 분류하면, 기업은 모든 절차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디카로 통관시키려면 전파법, 전파용품안전관리법, 자원의절약과재활용촉진에관한법률에서 요구하는 인허가를 국립전파연구원과 한국환경공단에서 처리하고 세관 신고를 수정하고 확인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지난 2015년부터 드론의 품목분류 논의를 해온 세계관세기구(WCO)가 내년부터는 드론을 용도에 관계없이 하나의 호에 통합할 수 있도록 제8806호를 신설하는 개정안을 확정했다.

이처럼 4차 산업혁명으로 새로운 제품과 산업이 폭발적으로 생겨나고 있는 반면, 기존 상품과 산업을 기준으로 처리하고 있는 수출입 통관업무 때문에 기업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게다가 환경, 보안 등 4차 산업혁명 기술 기반 관련 법이 최근 강화되고 있는 추세여서, 이에 대한 정보가 기업들에게 반드시 필요하지만 정부 부처간 정보공유 미흡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단국대 이은재·이지수 교수 연구팀을 통해 이 문제에 대한 대응책을 담은 연구보고서 '4차 산업혁명 시대 무역원활화 제고를 위한 싱글윈도우 개선방안 및 시사점'을 펴냈다.

먼저, 보고서는 '드론'의 사례를 언급하며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기술의 융합이 심화되면서 품목분류는 더욱 복잡하고 불완전해졌다고 평가했다. 또한 수출입신고 과정에서 품목분류를 검색하고 판단하는 일은 오로지 수출입 기업의 몫으로 남아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사진설명통관단일창구 단일화 전후 비교
실제 2022년 개정까지 HS 품목분류는 총 7차례 개정됐는데, 최초 발효 당시 5019개였던 6단위 분류 코드의 개수는 7차 개정에서는 6979개로 늘어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출입 기업이 품목분류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의지할 수 있는 수단은 한정적이다. 먼저 기업은 수출입신고 전에 법적효력이 있는 품목분류 결정을 받을 수 있는 사전심사제도를 사용할 수 있는데, 심사 기간이 서류보정이나 물품 분석 등에 걸리는 시간을 제외하고도 30일로 정해져 있어서 다급한 수출입에는 무용지물이다. 또한 국내 제도로는 이의제기, 관세청 및 조세심판원 등에 심사 및 심판청구, 행정소송과 같이 사후적인 구제제도 밖에 없으며, 거래 상대국에 대한 제도로는 정부를 통해 HS위원회의 권고안에 따라 해결하거나, WCO 총회의 권고를 구할 수 있지만 장시간이 소요된다.

이지수 교수는 "4차 산업혁명으로 기업이 준수해야 하는 이러한 법령의 범위는 확대되고, 법령이 적용되는 품목을 파악하기는 더 어려워졌다"면서 "수출입 기업이 자발적으로 법을 준수하기 위해 소비하는 시간과 노력, 혼란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보고서는 통관 문제 해결이 어려운 이유로 담당 업무 외에는 할 의무가 없고 다른 조직에 정보를 공유하면 조직의 위상을 뺏긴다고 생각하는 정부 조직의 문화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전세계 국가들은 신속한 무역절차를 위해 수출입신고와 요건확인 절차를 원스톱으로 진행하는 '싱글윈도우(Single Window)'를 도입중이다. 우리나라도 2006년 관세청이 한국의 싱글윈도우인 '통관단일창구'를 출범시켰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참여기관이 정보를 공유하고 시스템을 통합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보고서에 따르면 통관단일창구의 경우 요건확인기관과 세관 간 시스템은 통합되지 않아 사용자들은 필요에 따라 여러 개 프로그램과 창구를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조직적인 면에서도 통관단일창구의 리더십은 관세청이 갖고 있지만 그 권한을 법 규정에서 확인하기 어렵고 관세청과 통관단일창구에 참여하는 기관 간 책임과 역할 분담이 뚜렷하지 않다. 관세청과 요건확인기관의 정보도 통합되지 않고 위험관리나 쟁송 사건 처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도 상대 기관의 데이터에 접속할 수 없어 통관단일창구가 행정 효율에 기여하는 부분도 한정적이라는 평가다.

보고서는 미국 관세국경관리청의 'ACE' 시스템을 롤모델로 꼽으며, 관세청의 통관시스템인 '통관단일창구'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부처 간 데이터 표준화와 정보 통합에 주력했고, 통관 신고 시스템은 민간 자율에 맡겼다. 이를 통해 수출입 관련 정부 부처의 데이터가 통합됐고, 기업은 하나의 화면에서 세관 신고와 모든 관련 기관에 대한 신고를 진행하여 누락이나 혼선을 현저히 줄일 수 있게 됐다. 또 민간 개발사가 통관 신고 시스템 개발을 맡으면서 개발이 확대됐고, 이에 따라 기업의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요구 반영이 빨라졌다.

결국 4차 산업혁명 시대 진정한 싱글윈도우를 구축하고자 한다면 관세청과 관련 부처는 수출입 정보를 소유하고 감출 것이 아니라 공공정보를 통합하여 가치를 높이고, 정확성과 무결성, 보안을 책임지는 '관리자의 역할(stewardship)'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지수 교수는 "통관단계 정보 통합은 9.11 사태와 같은 테러는 물론이고 일본의 수출 규제나 덤핑관세 등의 규제, 최근의 요소수 부족 사태까지 4차 산업혁명 시대 수출입과 물류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데 필수적"이라고 강조하며 "이 문제를 해결해 온 미국 사례는 정부 부처에 필요한 권한을 주고 협력하도록 하는 대통령의 리더십과 제도화 역량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고 말했다.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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