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원의 20대 랩소디] 20대가 '금쪽이'보며 눈물 훔치는 이유

이혜원 2021. 11. 28.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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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이혜원]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이해 할 수가 없어.'

매일같이 카톡을 주고받는 동네 친구들과의 흔한 대화주제는 바로 '연애'다. 그 중 90%이상이 연애 상담이다. 죽이 척척 잘 맞다가도 도통 여자, 남자친구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야 말기 때문이다. 집에 일찍 들어가지 않는 여자친구가 걱정되어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남자친구,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귀가한 후 갑자기 연락이 두절된 남자친구 때문에 속상한 여자친구, 일에 치여 힘들어하는 남자친구를 도와주고 싶어 손을 내밀지만 '알아서 하겠다'는 답변에 속상한 여자친구. '나라면 그렇게 행동하지 않을 텐데' 말하며 서운한 마음을 토로하다 보면 나와 친구들은 서로에게 이렇게 말해주곤 한다.

'혹시 너희 엄마가 너에게 했던 행동을 네가 답습하고 있는 건 아니야?'
'그 사람과 네가 사랑하는 방식이 서로 달라서 그런 건 아닐까?'
'사람은 바꿀 수 없어. 정말 그 사람이 좋다면 있는 그 모습을 받아들일 줄도 알아야 해.'

일명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해보라는 조언이다. 실제로 우리의 카카오톡 단체카톡방 공지에는 비장함을 품은 이런 문장이 적혀있다. '우리의 정신은 앞으로 <꼬꼬무>일세'

연애는 하루에도 희노애락을 전부 느끼는 신비로운 관계이다 보니 친구관계보다 다양한 문제에 봉착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나 스스로를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자주 있다. 우리의 연애 상담의 시작은 상대방에 대한 서운함과 못미더움 이었을지라도 끝내 나에 대한 자각과 그로인한 괴로움으로 귀결되곤 한다. 결국 연애에 국한된 문제 뿐 아니라 내 마음속 전쟁터를 발견하는 과정이다.

'그래. 내가 과거의 경험 때문에 이런 감정을 느끼는 구나'

우리가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게 해준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넷플릭스에서도 유튜브 클립으로도 인기 몰이 중인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이하 '금쪽이')다. '금쪽이'는 대한민국 '어른이'를 위한 멘탈 케어 프로그램이라는 주제의식을 갖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 채널A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 사진=채널A 홈페이지

화려한 조명을 받는 연예인들의 가장 사적이고 솔직한 이야기들을 듣고 있자면 우리의 고민이랑 너무 비슷해서 괜한 동질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결국 우리 모두가 '금쪽이'구나 싶다.

강형욱 훈련사가 진행했던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도 마찬가지다. 동물이나 사람이나 이상 행동을 보이거나 관계에서 크고 작은 문제가 벌어지는 데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 그 불편함을 인지하고 인정하는 것부터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게 해준 프로그램들이다.

20대 중반 쯤 되면 살면서 일어났던 반복적인 일들에 대한 데이터가 쌓이고 그것에 문제가 있다는 걸 조금씩 인식하기 시작한다. 특히 흔히들 말하는 두 번째 사춘기. 스물일곱 즈음이 되면 궁금증이 대폭발한다. '어라? 왜 자꾸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가령 친구들끼리 놀다가 늦은 시간에 귀가할 일이 생기면 저마다 처하게 되는 상황이 모두 다르다. 귀가 시간에 전혀 개입하지 않는 부모님도 있고 버럭 화를 내는 부모님도 있다. 나에게 벌어지는 문제나 크고 작은 사건들이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일어나는 게 아니라 나에게 한정된 특수한 상황이라는 걸 알게 된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프레임을 흡수했다. 부모의 양육방식, 제도권 학교의 교육방식, 사회의 인식, 도덕규범 등. 이명박, 박근혜 정권 아래 10대를 보내면서 경쟁을 온 몸으로 흡수하면서도 말이다. 무언가 잘못됨을 느꼈지만 해결할 순 없었다. 어린 시절, 가정환경, 자라면서 놓인 환경의 맥락들을 쭉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내가 화가 나고 속상하고 서운함을 느껴 괴로운 데에는 나만이 가지고 있는 작은 '알맹이'가 있다는 걸 인식한다. 치열함 속에서 나에 대한 고민을 할 겨를도 없이 순식간에 20대가 됐고 시간을 유예했을 뿐 결국 나를 들여다봐야 할 때를 마주한다.

마땅히 해야 할 의무를 해내며 살았다. '이 시기에는 이런 걸 해야 한다'라는 강박과 '여자'라면 '남자'라면 받아들여야 하는 경험들. 한 시기가 그 시기 자체로 인정받기 보다는 대학생이 되기 위한 청소년기로, 직장인이 되기 위한 대학생으로 존재하며 살았다. 그러다 보니 맥락적 사고보다 결과론적 사고를 길들일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그렇게 혼란스러운 개인들이 만나 밀접하고 특별하고 완벽한 관계를 맺으려다 보니 자꾸만 잡음이 일어나고, 나를 둘러싸고 존재했던 프레임을 끊임없이 발견하게 되는 건 아닐까. 우리의 연애가 불완전한 이유다.

슬프게도 '나'를 안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깔끔히 해결되는 건 아니다. 또 다른 문제가 비슷하게 응용되어 반복되기 때문이다. 한 구멍을 어떻게 막았는데 몰랐던 또 구멍을 반복하는 식이다. 이런 게 인생인가? 씁쓸해 하다가도 동갑내기 친구들과 다독인다. '이런 게 인생이 아니라 이런 걸 알아가는 게 인생 아닐까?'

20대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콘텐츠, 20대를 타겟으로 어떤 콘텐츠를 제작해야 하는가 고민 섞인 글들을 본다. 사실 트렌드가 빠르게 변함에 따라 20대의 관심사나 그들의 취향도 모두 제각각이다. 메타버스, VR, 주식… 정말 이것이 20대에 대한 이야기일까? 오히려, 인생의 전반기를 돌아보고 한 템포 쉬며 자신을 정리할 수 있도록 질문을 던지는 콘텐츠가 아닐까 한다. 지금까지 있지만 없었던 그들 자신에 대해 질문할 수 있도록 하는 콘텐츠. 그게 절실히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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