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러시아 연루 쿠데타 모의 적발"..미국 "모든 옵션 검토"

박용하 기자 2021. 11. 28.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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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국경지대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공중강습군이 지난 21일(현지시간) 지토미르에서 상공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지토미르 | 로이터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세력들의 쿠데타 모의를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의 무력 침공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연루된 내부 쿠데타 모의까지 드러나면서 국제사회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폴리티코유럽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26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우크라이나 정보부가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 다음달 1∼2일 치러질 예정이었던 쿠데타 계획을 밝혀냈다”고 전했다. 그는 자세한 내용은 설명하지 않았으나 우크라이나 최고 갑부인 리나트 아크메토프의 연관성을 거론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들이 아크메토프의 자금 지원을 받는 쿠데타를 논의한 음성 파일을 입수했다는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 증가와 관련해 외교적 해결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며 “만약 당신(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회담을 원하지 않으면 전화 통화를 하자”고 말했다.

러시아 지원 쿠데타 모의 논란은 우크라이나 안팎의 혼란한 상황을 보여준다. 앞서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21일 미국 정보 당국은 러시아가 9만명이 넘는 병력을 우크라이나 국경에 집결시켰으며 내년 1~2월에 침공할 수도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2014년 우크라이나에 속해 있던 크림반도에 대규모 병력을 파견해 크림반도를 강제로 병합했다. 이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도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이 독립을 선포하면서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교전을 벌이는 등 지금까지 관련 분쟁에서 1만4000여명이 사망했다.

이런 상황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내부적으로 아크메토프와 같은 과두세력들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그간 우크라이나의 정치·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쳐온 과두세력들의 영향을 젤렌스키가 견제하면서 갈등이 표면화된 것이다. 가디언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번 발표에 대해 아크메토프를 쿠데타 음모론에 끌어들임으로써 지지층을 끌어모으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쿠데타 모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모스크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러시아는 그런 짓을 절대 하지 않는다”며 “개입할 계획도 없었다”고 말했다. 아크메토프도 성명을 내고 젤렌스키 대통령이 쿠데타 논란에 자신을 끌어들이려 한다고 비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접경지 군사력 증강에 따른 긴장 고조와 관련해 “우려한다”며 우크라이나 영토 보존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푸틴 대통령이나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시 개입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됐다.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일들과 관련해 유럽 동맹들과 대응 조치를 조만간 결정할 것이며 모든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렌 돈프리드 미 국무부 유럽 및 유라시아 담당 고위관리는 이날 전화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 정부와 연락하여 이 문제를 더 논의하고 있으며 추가 정보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으며, 모든 옵션을 포함하는 수단들이 있다”고 말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다음주 라트비아와 스웨덴을 방문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회의에 참석한다. 이 자리에서 미국과 나토 간의 우크라이나 대응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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