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도 투자한 소형 원자로..혁신일까, 또 다른 위험일까

인현우 2021. 11. 2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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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모듈원자로, 기존 원전 대체 '안전·효율' 표방
상용화 최소 10년 예상.. "기후변화 대응엔 늦어"
"핵무기 확산 도화선" 등 강도 높은 비판 속
"기존 원전, 기술혁신 징검다리로 써야" 주장도
미국 아이다호 국립연구소에 설치된 과도기 원자로 실험 시설. 미국은 신형 이동식 소형 원자로 등의 개발을 지원하며 관리해 왔다. 아이다호폴스=AP 연합뉴스

원자력이 돌아왔다. 기후변화 대응이 시급해지자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에서 탈탄소 에너지로서 원자력의 가능성을 타진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 '소형 원자로'다. 낡은 원자력을 혁신할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는 신형 소형 모듈 원자로(Advanced SMR)를 통한 통한 원전 건설이 이르면 2020년대 말 미국과 루마니아 등에서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기술의 지지자들은 과거 핵분열 방식에 비해 이 소형 모듈 원자로가 효율적이고 안전하다고 말한다. 반면 반대자들은 "만들어진 적이 없으니 검증된 적도 없다"며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심지어 해당 모듈이 재처리 기술을 이전하기 때문에 광범위한 핵무기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까지도 나오는 상황이다.


SMR 아직은 설계 단계지만... 쏟아지는 투자

대형 원전과 혁신형 SMR 비교. 그래픽=김문중 기자

현재 SMR는 다양한 형태로 개발되고 있는데 대체로 아직은 설계 단계다. 미국을 기준으로 선두에 서 있는 것은 '뉴스케일'이다. 전통 원자로와 비슷하지만 소형화한 개념으로 2020년 9월에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설계 승인을 받았다.

2006년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설립하고 유명 투자자 워런 버핏 등이 투자했다고 해 화제가 된 '테라파워'는 터빈을 돌리는 대신 열을 통해 에너지를 저장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엑스에너지'는 소형 원전 모듈 4개를 붙여 발전량을 늘리는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

그동안 원자력 발전은 전 세계적으로 찬밥 신세였다. 2011년 후쿠시마 제1원전의 방사능 누출 사고는 원전에 대한 극도의 경계심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안전 문제가 아니더라도 기존의 원전은 경쟁력을 잃어버려 서서히 사라질 운명이었다. 수압파쇄법(프래킹·fracking)의 등장으로 미국에서 발생한 셰일가스혁명은 천연가스 발전 비용을 더욱 낮췄다. 태양력과 풍력 발전 비용도 10년 만에 각각 90%, 70% 감소하며 같은 기간 33% 증가한 원자력 발전 비용보다 저렴해졌다.

방호복을 입은 노동자들이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에서 오염수 재처리 시설인 다핵종제거설비 앞을 지나고 있다. 일본은 2011년부터 시작된 해체 작업이 30∼40년 걸릴 것으로 추산한다. 오마=EPA 연합뉴스

하지만 화석연료 발전은 기후변화 대응에 문제가 있고, 태양력과 풍력은 전력 공급이 일정치 못하다는 이유로 기존 원전을 혁신하려는 시도도 계속 이어졌다. 미국 에너지부는 2014년부터 신형 원자로 개발을 도왔고, 조 바이든 행정부는 '더 낫게 재건하기' 인프라 예산에 SMR에 대한 투자를 포함시켰다.

SMR를 계속 개발해야 한다는 측에서는 그동안 거대 원전에서 발생한 원전 사고의 위험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비용이 SMR에서는 크게 줄어든다고 주장한다. SMR는 대형 원전에 비해 출력이 낮지만, 그 때문에 방사성물질이 유출될 위험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붕괴 사고의 주원인인 붕괴열을 비상 냉각장치 없이도 자연스럽게 바깥으로 내보낼 수 있기 때문에 냉각수가 없거나 적어도 안정성이 유지된다. 냉각수를 준비하려다 보니 발전 비용도 상당 부분 축소될 수 있는 셈이다.


기후변화 대안? 핵 확산 위협?

6월 8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시민단체들이 공동 진행한 SMR(소형모듈원자로) 개발 중단 촉구 기자회견에서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앞줄 오른쪽 두 번째)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물론 SMR에 대해서도 반론이 제기된다. 우선 신형 원자로는 제대로 검증된 적이 없다. 당연한 얘기지만 만든 적이 없기 때문이다. 상용화하려면 가깝게는 10년, 멀게는 2050년까지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개발에 찬성하는 엘리트 측 여론과는 별개로 신형 원전이 들어서는 후보지의 주민들이 설립에 동의할지도 미지수다.

미국 NRC의 앨리슨 맥팔레인 전 의장은 "당장 눈앞의 기후변화 위기를 막기 위해 첨단 핵 기술은 너무 규모가 작고, 너무 늦을 수 있다"고 비관론을 냈다. 그린피스의 얀 하베르캄프는 도이체벨레(DW)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기술을 "파워포인트 원자로"라고 격하했다. 실물이 없이 프레젠테이션만 있다는 소리다.

그린피스 활동가가 16일 프랑스 남부 피에르라트에서 핵폐기물의 러시아 수출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프랑스는 사용후핵연료 일부를 재농축을 위해 러시아로 보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AP 연합뉴스

하베르캄프는 게다가 SMR를 겨냥해 "우리가 고속 증식 원자로 유형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이건 핵 확산의 악몽"이라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SMR는 핵폭탄 물질을 분리하는 데 필요한 재처리 기술과 함께 제공되므로 "완전히 위험한 아이디어"다.

SMR는 소형 모듈이기 때문에 대형 원전 대비 고농축 우라늄을 사용하는데, 이는 핵무기로 전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또 소형이라는 점 때문에 원전을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설치할 수 있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 비확산 유지를 위한 사찰을 어렵게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신형 원자력 발전이 여전히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주장은 꾸준하다. 원전이 기후변화 대응에 핵심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워싱턴 싱크탱크 '서드 웨이'의 조시 프리드는 "기존 원전 역시 신재생에너지에 주어지는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새 기술이 등장하기 전까지 상당 기간 기존 원전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 때문이다. 그는 "원전 없는 탄소 배출 계획은 수많은 희망적 사고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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