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원 감독을 내칠 때만 단호했던 IBK기업은행 [스토리 발리볼]

김종건 기자 입력 2021. 11. 28.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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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수록 첩첩산중이다.

윤재섭 단장과 서남원 감독을 21일 동시에 경질할 때부터 예견됐지만, 난파하는 팀에서 누군가는 사태 수습에 나서야 했는데 이제야 책임자를 결정할 정도로 IBK기업은행은 상황판단을 제대로 못했다.

지금 다른 팀 감독들이 김 대행과 IBK기업은행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IBK기업은행을 제외한 다른 팀 감독들은 곧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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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 서남원 감독. 스포츠동아DB
길수록 첩첩산중이다. 쉬운 길을 두고 일부러 먼 길을 돌아가기로 작정한 듯하다. 최근 V리그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바뀐 IBK기업은행의 행보가 참으로 딱하다. 감히 상상도 못할 항명사건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면서 자꾸만 문제를 키우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팀의 정상화를 위한 몇 가지 조치를 알렸다. 새 단장을 선임하고 문제의 단초를 제공했던 세터 조송화를 한국배구연맹(KOVO) 상벌위원회에 회부했다고 밝혔다. 외국인선수 교체, 선수들을 위한 심리상담도 포함됐다.

윤재섭 단장과 서남원 감독을 21일 동시에 경질할 때부터 예견됐지만, 난파하는 팀에서 누군가는 사태 수습에 나서야 했는데 이제야 책임자를 결정할 정도로 IBK기업은행은 상황판단을 제대로 못했다. 게다가 해결 순서조차 틀렸다.

지금 IBK기업은행은 수많은 팬과 배구인, V리그 관계자들이 분노하는 지점을 잘 모른다. 아니면 알면서도 애써 외면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항명의 주인공을 감독대행으로 승격시키고, 문제를 야기한 선수를 제대로 처리하지도 못한 것에 대중은 화를 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사령탑을 내치는 과정에서도 비난을 자초했다. 예의가 전혀 없었고, 무능 프레임마저 씌웠다. 당연히 지급해야 할 잔여 연봉을 놓고도 구단이 ‘갑질’을 하고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KOVO에 배구인의 항의전화가 빗발치고, 27일 GS칼텍스 차상현 감독이 경기 후 김사니 감독대행과 악수를 거부한 것을 그냥 넘겨선 안 된다. 지금 다른 팀 감독들이 김 대행과 IBK기업은행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IBK기업은행을 제외한 다른 팀 감독들은 곧 만난다. IBK기업은행이 정상화될 때까지 경기를 보이콧하겠다고 결의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의 상황은 그만큼 심각하다.

팀워크와 규율이 생명인 프로구단에서 항명은 절대로 용납될 수 없다. 팀보다 위대한 존재는 없다. 그런데도 구단은 항명의 주동자를 옹호한다. 조송화와 김 대행을 안고 가면 갈수록 더 깊은 수렁에 빠질 것이다. 빠른 손절만이 해법인데도, 애써 다른 곳만 바라보고 있다. 구단이 조송화를 처리하지 못한 채 KOVO에 떠넘기는 것도 그렇다. 남에게 미룰 사안이 아니다.

김 대행도 마찬가지다. 버틸수록 자신만 상처를 입는다. 구단도 이를 모르지 않을 텐데, 서 전 감독에게 했던 것처럼 단호하게 내치면 될 일을 미루고만 있으니 모두가 황당해한다. 이런 구단을 보면서 자꾸 ‘뒷배’를 의심하게 되고, 소문도 부풀려지고 있다. 왜 김 대행을 싸고도는지 정말로 묻고 싶을 지경이다.

스포츠동아DB
지금 IBK기업은행이 할 일은 그동안 팀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고, 누가 잘못을 했는지 밝히는 것이다. 납작 엎드려 눈치만 보는 악의 뿌리를 찾아내 뽑아내는 것이 팀의 미래를 위한 일이다. 이런 근본적 처방을 배제한 채 외국인선수를 바꾸고 선수들의 심리치료를 한다고 하니 그저 딱하기만 하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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