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만 보기엔 OTT가 너무 많아

신지민 기자 2021. 11. 28.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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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진출한 디즈니플러스·애플TV플러스에 넷플릭스·왓챠·티빙·웨이브까지 뭐가 뭔지 모르겠는 사람을 위해 전문가들이 나섰다
왓챠에서만 볼 수 있는 독점 드라마 <와이 우먼 킬>. 왓챠 제공

2021년 11월19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 <지옥>이 11월 3주차 전체 티브이(TV, 비영어) 부문 가장 많이 본 콘텐츠 1위에 올랐다. <지옥>은 공개 이후 단 3일 만에 시청 4348만 시간을 기록했다. <오징어 게임> 흥행에 이어 한국 콘텐츠에 대한 전세계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2021년 11월12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전세계 2위 디즈니플러스도 한국에 공식 상륙했다. 앞서 11월4일 애플TV플러스도 서비스를 시작했고 에이치비오(HBO)맥스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등도 국내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웨이브·티빙·왓챠 같은 국내 OTT도 있다. OTT 시장의 전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수많은 OTT 중 어떤 OTT를 구독해야 할지 고민하는 독자를 위해 각 OTT의 전략과 킬링 콘텐츠, 전문가들이 꼽는 추천작을 소개한다.

글로벌 OTT의 각축장이 된 한국

디즈니플러스의 강점은 다양한 콘텐츠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월트디즈니는 △디즈니 △픽사 △마블 △스타워즈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남녀노소를 아우르는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겨울왕국> <토이스토리> 등 성인의 동심을 자극하고 어린이도 즐길 수 있는 가족 콘텐츠가 많다. 마블·스타워즈 등은 수많은 마니아를 거느리고 있다. 2019년 11월 서비스를 시작한 뒤 1년4개월 만인 2021년 3월 전세계 가입자 1억 명을 돌파했다.

디즈니플러스의 킬링 콘텐츠는 국내에서도 마니아가 많은 마블 콘텐츠다. 디즈니플러스에서는 마블 스핀오프 시리즈 3편을 볼 수 있다. <완다 비전>은 디즈니플러스가 가장 먼저 선보인 마블 스핀오프 시리즈다.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 공식 커플이었던 완다 막시모프와 비전, 두 히어로의 못다 한 로맨스를 총 9화 분량으로 풀어냈다.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토르의 동생이었던 로키를 주인공으로 하는 이야기 <로키>와, 새롭게 캡틴 아메리카의 유지를 이어받은 팔콘과 캡틴 아메리카의 가장 오랜 친구인 윈터 솔져의 이야기를 담은 <팔콘과 윈터 솔져>도 볼 수 있다.

스타워즈 새 시리즈도 디즈니플러스에서 공개했다. <만달로리안>은 스타워즈 최초의 실사 드라마로, 스타워즈 내 민족 중 하나인 현상금 사냥꾼 ‘만달로리안’의 이야기를 담았다.

애플도 11월4일 에스케이(SK)브로드밴드와 손잡고 애플TV플러스의 국내 서비스를 시작했다. 애플도 자체 경쟁력 확대를 위해 국내 출시와 함께 한국 웹툰을 원작으로 한 첫 한국어 오리지널 시리즈 <닥터 브레인>을 전세계에 공개했다. 다른 글로벌 OTT들의 국내 진출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과 영화 <해리 포터> 등을 보유한 HBO맥스도 최근 국내 직원 채용 공고를 냈다. 이르면 2022년 상반기에 국내에서 서비스될 전망이다.

국내 OTT 웨이브가 제작한 드라마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웨이브 제공

자체 제작 콘텐츠로 승부수 건 국내 OTT

웨이브·티빙·왓챠 등 토종 OTT도 경쟁력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내놓고 있다. 2019년 9월 푹과 옥수수 합병으로 탄생한 웨이브의 강점은 지상파방송 프로그램 등 30만 편 이상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확보한 것이다. 자체 제작 프로그램이 없던 웨이브는 2021년 8월 첫 오리지널 콘텐츠로 <유 레이즈 미 업>을 내놨고 이어 최근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를 공개했다. 웨이브는 2020년 엔비시(NBC)유니버설에 이어 2021년 HBO까지 글로벌 콘텐츠 기업과 독점 제휴를 확대했다. 김봉석 평론가는 “가장 손이 많이 가는 OTT는 웨이브다. 다양한 미국과 일본 드라마가 많은데다 HBO 콘텐츠가 독점으로 들어오면서 볼 것이 많았다”며 “2022년에 HBO맥스가 들어오는데 웨이브와 제휴를 안 하면 약점이 될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웨이브에서 지상파 프로그램을 볼 수 있다면, 티빙에선 씨제이이엔엠(CJ ENM)·제이티비시(JTBC) 채널 프로그램을 볼 수 있다. 네이버와의 제휴도 티빙의 강점이다. 티빙은 2021년 1월 <여고추리반>을 시작으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국내 방송채널에서 단 한 번도 다룬 적 없는 ‘헤어진 연인과 재회, 새로운 사랑’을 소재로 한 연애 리얼리티 티빙 오리지널 예능 <환승연애>가 큰 인기를 끌었다. 티빙은 유튜브 채널에 <환승연애> 1화를 공개하며 후속편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고 티빙 공개 한 달 만에 유튜브와 네이버TV에서 1천만 뷰를 기록했다. 티빙은 <유미의 세포들>과 <술꾼도시여자들>을 포함해 남은 하반기에도 총 10편 이상 오리지널 콘텐츠를 공개할 계획이다. 이승한 평론가는 “지난 10년간 가장 힙한 프로그램을 만든 곳이라고 하면 티브이엔(tvN)과 JTBC일 텐데, 이 두 회사가 손잡았기 때문에 새롭고 힙한 오리지널을 제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웨이브가 포괄적인 시청자층을 공략하려고 노력한다면 티빙은 조금 더 타깃층을 명확히 하는 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왓챠는 국내 OTT 중 유일하게 실시간 채팅 기능을 제공한다. ‘왓챠파티’라는 기능으로, 최대 2천 명이 동시에 접속해 같은 콘텐츠를 채팅하며 함께 감상할 수 있게 해준다. 현재 일평균 약 4천 파티가 개설되고 왓챠 이용자 절반이 이용하고 있다. 이승한 평론가는 “OTT가 등장하면서 시간이나 공간의 제약 없이 콘텐츠를 볼 수 있다는 점은 좋아졌지만, 극장에서 영화를 함께 보는 체험 같은 것을 잃어가는 부분도 있다”며 “몸은 떨어져 있어도 콘텐츠를 같이 보고 이야기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왓챠파티는 유효하다”고 말했다.

왓챠는 콘텐츠 다양성 확대에 주력한다. 국내 독립영화나 해외 명작도 왓챠에선 쉽게 찾을 수 있다. 최지은 평론가는 “보고 싶은 영화를 찾다보면 의외로 왓챠에 있는 경우가 많았다”며 “왓챠에는 미드와 영드 중 아주 대중적이지 않아도 흥미로운 작품들이 있고, <내일부터 우리는> <새빛남고학생회> 등 다양한 웹드라마도 있다”고 말했다.

왓챠는 시청 약자 편의성을 위한 노력도 강화하고 있다. <기생충> <아가씨> 등 총 156편 콘텐츠에 한글 자막을 지원하고 있다. 그동안 왓챠엔 자체 제작 오리지널 콘텐츠가 없었지만 2021년 말 공개될 예정이다. 배우 이제훈·박정민 등이 단편영화 감독으로 데뷔한 <언프레임드>다.

쿠팡플레이는 저렴한 구독료로 승부수를 띄웠다. 월 2900원을 내고 쿠팡 ‘로켓와우’ 멤버십 서비스에 가입한 회원은 추가 비용이나 별도 가입 절차 없이 쿠팡플레이를 구독할 수 있다. 다른 국내 OTT와 달리 자체 콘텐츠 제작보다는 스포츠 중계권 확보 등을 위해 노력했다. 월드컵 축구 예선을 독점 생중계하고, 앞으로 3년 동안 미국 프로풋볼리그(NFL)도 독점 생중계한다.

“개성 있는 콘텐츠가 생존의 열쇠”

전문가들은 ‘그 OTT에 좋은 콘텐츠가 얼마나 많이 있냐’에 따라 OTT 전쟁 속에 살아남을 곳이 가려질 거라고 입을 모았다. 구독자가 원하는 콘텐츠가 있는 다른 OTT로 바로 갈아탈 수 있기 때문에, 오리지널 콘텐츠 자체 제작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김봉석 평론가는 “지상파와 OTT의 차이는 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콘텐츠를 볼 수 있는가”라며 “TV를 온종일 켜놓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를 찾아보는 사람이 타깃이 돼야 한다. 지상파에서 할 수 없는 개성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OTT가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지민 기자 godjimin@hani.co.kr

디즈니플러스 추천작

디즈니플러스 제공

<만달로리안> “스타워즈 팬들에겐 선물 같은 시리즈일 것이고, 스타워즈 팬이 아니라도 공감 가고 재미있게 볼 콘텐츠.”(위근우 평론가)

디즈니플러스 제공

<완다 비전> “우리에게 익숙한 마블 캐릭터들이 나온다는 점도 있지만, 미국 TV 시트콤의 역사에 바치는 오마주적인 성격도 있고, 눈시울을 붉히는 멜로드라마기도 해서 마블 세계관에선 시도된 적이 없는 장르다. 극장에서 보는 영화가 아니라 드라마 형태라서 가능한 시도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 작품.”(이승한 평론가)

웨이브 추천작

웨이브 제공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올해의 드라마 후보로 올려도 될 정도로 좋은 작품. 현실 정치에서 있을 법한 상황을 정교하게 잘 묘사했고, 정치라는 것이 모두의 욕망이 교차하는 가운데 그것을 조율하는 고도의 기술이라는 점을 정치 혐오 없이 잘 그렸다. 대선을 앞두고 한번 보면 좋은 작품.”(이승한 평론가)

웨이브 제공

<닥터 데스>(미국, NBC) “환자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고도 수술을 이어가던 의사 던치와 그를 멈추기 위해 나선 동료 의사들의 실화를 다룬 시리즈다. 한국이라면 던치의 의사 면허가 정지나 취소되지 않았을 것이고 동료 의사들이 그를 고발하지도 않았을 것. 우리의 의료윤리를 심각하게 고민할 수 있을 것이다.”(김봉석 평론가)

티빙 추천작

티빙 제공

<술꾼도시여자들> “한국에서 시도하기 쉽지 않은 ‘술을 좋아하는 여성’이라는 소재를 유쾌한 톤으로 잘 그리고 있다.”(김봉석 평론가)

티빙 제공

<여고추리반> “<대탈출> <더 지니어스>를 만든 정종연 피디(PD)의 작품인데, 이 세계관에서 여성으로만 꾸려진 이야기라는 점이 흥미롭다.”(최지은 평론가)

왓챠 추천작

왓챠 제공

<콩트가 시작된다>(일본, NTV) 인기 없는 개그맨팀과 그들을 응원하는 관객인 자매의 이야기다. 다음 회차를 기다릴 만큼 강력한 엔딩도 없고, 지지부진한 20대 청춘 몇 명의 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룰 뿐이지만 그 잔잔함이 마음을 울린다.”(김봉석 평론가)

왓챠 제공

<와이 우먼 킬>(미국, CBS) “패서디나의 한 저택에 1963년, 1984년,2019년에 이사 온 세 커플의 이야기가 교차하며 시즌1이 진행된다. 온갖 이해관계가 다 뒤섞인 부부의 세계,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여성의 욕망과 사회적 위치가 결혼에 끼치는영향을 흥미롭게 그려낸 작품.”(최지은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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