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의 이메일·전화통화 감시 허용한 뉴욕주[곽용희의 인사노무노트]

곽용희 2021. 11. 28.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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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주에서는 내년부터 사업주가 직원의 통화, 이메일, 인터넷 사용 등을 '모니터링'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직원에 대한 사전 통지와 게시판 공지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뉴욕타임즈 등 주요 언론은 미국 뉴욕주가 지난 8일 이 같은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28일 밝혔다. 법안 통과 6개월 후인 내년 5월 7일부터 시행되며, 미국에선 코네티컷과 델라웨어에 이어 세번째다. 

법안에 따르면 사업주는 모니터링을 받게 되는 직원에게 채용 시 △사전에 서면·전자적 통보 △직원들이 인지했음을 확인 △전자 모니터링한다는 안내문을 직원들이 쉽게 볼 수 있는 장소에 게시 등의 의무를 부과 받게 된다. 이번 법안은 사업장 규모와 상관 없이 전면 시행된다.

사전 통보만 있다면 모니터링이 가능한 내용에는 특별한 제한이 없다. 컴퓨터, 전화 통화, 이메일 전송, 인터넷 접속 모두 감시 대상이다. 다만 △이메일 용량을 관리하기 위한 절차 △컴퓨터 유지보수를 위한 절차 등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첫번째 법 위반 시 500달러, 두번째 위반 시 1000달러, 세번째부터는 3000달러의 벌금도 부과된다. 

 "불성실 근로 예방하는 수단 될 것"

일각에서는 "새 법이 기업의 '빅브라더 행태'에 제동을 걸었다"며 근로자에 대한 사전통지를 강조한 법안의 취지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에선 직원 모니터링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기업의 숫자가 적지 않다. VPN 조사 업체인 ExpressVPN에 따르면 약 78%의 기업이 직원의 성과나 온라인 활동을 추적하기 위한 모니터링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타임닥터, 테라마인드 등 각종 모니터링 소프트웨어 업체도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모니터링 프로그램은 근로자가 사용하는 사이트, 사용 중인 앱, 소셜미디어 활동을 추적하고 기록할 수 있다.

반면 법이 "사업주가 모니터링 권한을 보유한다"고 명시한다는 점에서 직원을 합법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로펌 Locke Lord LLP는 "이 법으로 회사가 직원의 컴퓨터를 감시할 수 있는 권리를 보유하게 됐다"며 "일부 주에서는 사업주의 직원 모니터링을 제한하는 법을 고려 중인데, 뉴욕주는 오히려 사생활 보호와 사업주의 권리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법률 전문매체인 JD Surpa는 "직원들에게 부적절한 인터넷 사용에 대해 경고하고, 회사 규칙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만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생산적인 작업환경을 만드는 데 일조하리라는 기대감도 나타냈다. 

일각에서는 과도한 개인적인 인터넷이나 이메일 사용으로 징계를 받은 직원들이 사전 통지가 없었다는 이유를 들어 부당해고를 주장하는 등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오히려 징계나 해고 과정에서 모니터링으로 얻은 증거가 부당해고의 근거가 될 수 없다는 근로자들의 주장을 무력화 시킬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근로자 개인 기기에 대한 모니터링이 연방법에 위반될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전문가들은 "업무와 관련된 목적으로 사용하는 개인 기기에 대해서는 합법적 모니터링에 동의를 받아놓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시간절도' 대책 강구하는 기업들

미국에서도 원격근무 등의 증가와 함께 시간 절도(time theft)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 법안도 그런 목소리를 반영했다는 평가다. 미국에서는 '시간 절도'로 인해 직원 1인당 1주에 약 4.5시간을 낭비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온 바 있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이런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기술 조사·컨설팅 업체인 가트너(Gartner)는 미국 대기업의 60%가 모니터링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는 코로나19가 시작된 지난해 초보다 두 배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테라마인드측은 "기업들은 코로나19 이후 생산성 유지에 관심이 크며, 테라마인드의 매출은 코로나19 발병 초기에 비해 이미 3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사용자가 모니터링 중이라는 점을 직원들에게 미리 언급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ExpressVPN 설문조사에서도 사업주 5명 중 1명이 직원들에게 모니터링 소프트웨어 설치에 대해 별도 통지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가트너의 조사책임자도 "사업주들이 모니터링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아 문제가 발생하는 일이 많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근로자들의 반발도 적지는 않다. ExpressVPN 설문조사에 따르면 원격 근로자나 원격 근로를 혼합(하이브리드)해서 근무하는 근로자 중 59%는 모니터링 이슈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응답했다. 또 43%는 모니터링 시행을 "회사와 나 사이에 신뢰가 무너졌다"는 의미로 해석하며, 관리자가 모니터링을 시행한다면 그만두겠다고 대답한 근로자도 절반을 넘었다. 작은 실수도 사업주가 감지해 징계나 성과평가의 근거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에 대한 논의가 많지 않다. 직원 동의 없는 이메일 열람은 주로 형사 문제도 다뤄진다. 김가헌 법무법인 강녕 변호사는 "사용자가 동의 없이 직원의 이메일이나 통화 관련 정보를 획득하면 비밀침해죄 등 각종 형사책임을 지게 된다"며 "프라이버시권, 인격권 등 침해에 해당해 민사상 책임도 지게 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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