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노조·양극화 개선 한목소리..탈탄소엔 극명대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 힘 대선후보는 25일 현재 기준 아직 공식적으로 대기업이나 재벌 정책 공약을 발표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들이 대선레이스 과정에서 언급한 노동정책과 세정정책 등에 대한 견해는 두 사람이 기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사안에 따라 유사하거나 때로는 대비됨을 잘 보여준다.
이재명 후보는 공공부문을 시발점으로 하는 노동이사제 도입을 강하게 주장하는 한편, 양극화 문제 역시 비정규직 처우 개선 등에 정부가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본다. 반면 윤석열 후보는 일자리 등 기업의 영역은 결국 민간 영역에서 이뤄져야 할 문제라는 입장을 유지한다. 기업의 일은 기업에 맡기되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를 지원해야 한다는 거다.
간극만 있는건 아니다. 큰 틀에서 양극화 해소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이나 문재인정부의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이 기업환경에 악영향을 줬다는 점에 대해서는 두 사람의 의견이 일치한다. 특히 노동조합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에서는 비슷한 점이 상당하다.
재계는 공약이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두 후보가 공통적으로 언급한 법인세율 인상이나 이재명 후보가 주장하고 있는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등 기업에 부담이 될 수 있는 정책들이 비중있게 포함될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코로나19의 파고를 넘고 가까스로 회복국면에 든 상황에서 자칫 새 정부의 정책에 발목을 잡힐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재명 후보가 패스트트랙 처리를 주장하는 공공기관 노동이사제에 대해 기업들은 우려를 감추지 않고 있다. 노동이사제는 노조 대표가 이사회에 참여하는 제도다. 공공기관에 도입된다면 점차 민간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기업들은 이미 노조에 덜미를 잡힌 기업들이 더 강하게 노조의 압박을 받게 될 것으로 보고 우려하고 있다.
윤석열 후보는 양극화 해소를 추진하면서도 민간의 영역은 민간에 맡겨야 한다고 본다. 그는 지난달 중기중앙회와 만난 자리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 해결을 위해 대통령 직속 상생위원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윤 후보 캠프는 이에 대해 "직접 손을 대기보다는 정부가 지원하는 형태를 갖추면서 민간의 영역을 민간의 영역으로 남겨두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노조에 대한 시각은 우선 '강성노조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두 사람이 일치한다. 깊이 들어가면 차이가 있다. 윤석열 후보는 노동시장 유연성 강화를 위한 정책, 즉 노동개혁을 추진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재명 후보는 일면 비판적 태도를 보였지만 개혁까지 추진할 만한 의지나 동력은 상대적으로 약해보인다.
이재명 후보는 최근 원로 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 토론회에 참석해 대기업 강성노조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내비쳤다. 직접 "노동의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 역시 강성노조와의 거리두기로 해석된다. 다만 노조 핵심인사들에 대한 캠프 영입을 시도하는 등 노동계에 지속적으로 비판적 목소리를 내는데는 한계가 있는 구조다. 민주당 핵심 지지층인 노조와 등을 돌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윤석열 후보는 비판의 수위가 보다 높다. 지난달 민주노총의 총파업 예고 당시 "민노총은 더이상 약자가 아니며 자영업자와 청년, 동료 노동자들마저 약탈하는 기득권 세력"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울산 방문 당시엔 "노사관계가 상생과 협력으로 바뀌도록 정부가 제도적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개혁 추진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탈원전정책과 연결된 탈탄소 전략은 두 사람의 의견이 가장 극명하게 엇갈리는 대목 중 하나다. 이재명 후보는 아예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를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윤석열 후보는 산업계와 논의 없이 설정한 목표치에 대해 재설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후보는 앞서 언론과 인터뷰에서 문재인정부의 탈원전정책을 폐기하겠다고 밝히고 "탈원전을 하며 탄소중립을 한다는건 앞뒤가 안 맞는다"고 말했다. NDC(온실가스감축목표)에 대해서도 "산업계와 논의절차가 없었기 때문에 유지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재명 후보는 "NDC 재설계 주장은 망국적 포퓰리즘"이라고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탈원전 기조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세정정책은 재계가 가장 주목해 보는 부분이다. 두 후보 모두 법인세율을 언급했다. 이재명 후보의 기본소득제 도입이나 윤석열 후보의 부동산세 완화 모두 재원이 필요하다. 기업에 부과되는 법인세에 손을 대 이걸 채우겠다는 거다.
이재명 후보는 10월 민주당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루즈벨트 대통령의 뉴딜정책을 예로 들며 "(당시엔)법인세와 소득세율 최고 구간이 91%까지 올라갔다"고 말했다. 대표 공약인 기본소득제도 도입 등을 뒷받침하기 위해 기업에 부과되는 법인세 인상을 검토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윤석열 후보도 법인세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지난달 당내 경선 토론회에서 복지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를 언급하며 "소득세라든가 법인세 등 (인상 가능한) 간접세들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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