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피운 배우자의 상대 배우자가 소송을 해 온다면

남민준 명예기자(변호사) 2021. 11. 28.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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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변이 귀를 쫑끗 세우고 왔습니다-13] 가사 전문 강소영 변호사(법무법인 온화)

이혼소송으로 대표되는 가정법원 관할 사건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우리 민법은 기본적으로 가(家·가족)를 유지하고 보호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만 그 반대의 경우에도 관련 당사자를 보호하기 위해 적지 않은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가정법원이 관할하는 사건은 죄 지은 사람을 처벌하는 형사소송, 주로 금전적 가치 또는 이와 결부된 다툼을 해결하는 민사소송 등과 다른 특징이 있습니다. 상간자에 대한 소송(쉬운 예로 아내가 남편과 함께 부정행위를 한 다른 사람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사건)이 대표적입니다.

이 경우 소송을 당한 아내의 남편도 피해자이지만 결과적으로 배상을 해줘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소 불합리해 보이는 이런 소송에 의문을 갖고 강소영 변호사(법무법인 온화)를 만나 얘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강 변호사는 가사사건 업무를 처리하면서 서울가정법원의 조정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강소영 변호사(오른쪽·법무법인 온화)과 인터뷰를 하기 전에 함께 사진을 찍은 남민준 변호사.


남민준 변호사(남변): 가정법원은 주로 어떤 사건을 관할하는가.

강소영 변호사(강변): 이혼 소송 및 그에 부수하는 재산분할사건, 친권자 및 양육자지정사건, 성년후견, 상속재산분할, 소년보호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남변: 주로 가(家)를 둘러 싼 문제이다 보니 일반적인 사건과 다른 특징이 있을 것 같다.

강변: 상대적으로 감정적인 요소가 굉장히 강한 편이다. 내 의뢰인인 당사자뿐만 아니라 상대방 당사자의 감정까지. 협의에 이르지 못한 채 소송에 이른 이혼이나 신청에 이른 상속재산분할처럼 가족 사이에 극한의 감정대립이 존재하는 경우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순한 경제적 가치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 개인의 삶이 좌우되는 영역이기도 하다.

남변: 그런 특징 때문에 힘든 부분이 있을 것 같다. 스트레스 해소는 어떻게 하나.

강변: 극한의 감정대립 사이에 끼어 있는 건 참 힘든 일이다. 다행스럽게 업무와 개인 생활 사이에서 전환이 빠른 편이다. 한 개인의 삶이 좌우되는 영역이다 보니 사건의 당사자가 어떤 심정으로 내게 무엇을 요구하는지 섬세하게 살필 필요가 있고 어떤 사건은 금전적 가치로 나타난 결과물보다 당사자와 감정을 공유하며 결과에 이른 과정이 더 중요하기도 하다. 이런 걸 생각하면 별로 힘들지는 않다(웃음).

남변: 어려움만큼 보람도 있을 것 같다. 기억에 남는 일이 있나.

강변: 제가 의뢰인에게 자주 하는 이야기가 있는데 재판 진행은 과거를 돌아보기 위함이 아니라 내 미래를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 생각하면 된다고 말씀 드리곤 한다. 살면서 소송을 경험하는 사람보다는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많을 것이고 그것이 어떤 소송이든 당사자의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칠 테니 제 입장에서 사건의 무게에 경중은 없다.

정말 열심히 사셨구나 싶은 아내가 집 나간 배우자를 기다리면서 상간녀를 상대로 하는 소송을 대리한 적이 있다. 규모가 크지 않은 지방 소도시에서 살고 있던 분이라 본인이 피해자인데도 주위의 시선과 소문 등으로 많이 힘들어하셨다. 이 분은 가정을 지키고자 하셨는데 소송이 끝난 후 내게 휴대전화로 정말 눈부시게 파란 하늘 사진과 함께 '이제야 숨을 좀 쉴 수 있을 것 같다, 함께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글을 보내셨다. 소송 내내 그 속이 어떨까 하는 마음이었는데 숨을 쉴 수 있겠다는 말과 함께 온 파란 하늘 사진을 보니 그 분이 이제서야 일상으로 돌아가실 수 있게 되신 것 같아 뿌듯하고 기억에 남는다.

남변: 상간자에 대한 소송과 관련해서는 이전부터 의문이 있었다. A-B 부부와 C-D부부가 있는데 B, C가 부정행위를 해 이혼소송의 제기 없이 A만이 B, C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그 청구가 인용된다면 현실적으로 A는 자신의 배우자 B가 아닌 C에게서만 배상금을 받으려 할 텐데 이건 좀 불합리하지 않은가, CD 가족의 재산이 AB 가족에게로 이동되는 것인데 D 또한 피해자다.

강변: 이혼소송이 병합되지 않은 상간자 소송을 진행하다 보면 담당 재판부가 그런 점에 관해 우려하는 경우가 가끔 있긴 했다. 수긍이 가는 우려이지만 이혼소송을 강제할 수는 없지 않을까 한다. 후에 D 역시 A처럼 B, C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A가 제기한 소송에서 B와 C의 과실비율을 정해 분할 가능한 채무로 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법원에 부담이 가고 소송경제(소송 제도의 능률성과 실용성을 도모하는 것)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으니 준비가 필요할 것 같다.

남변: 어떤 꿈을 갖고 사는지 궁금하다.

강변: 법조인으로서의 초심은 '건강한 가정과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하고 싶다'였는데 희망대로 지금 후견사무, 상속재산관리 및 부재자 재산관리사무, 소년보호사건의 보조인 등 업무를 하고 있다. 요즘 드는 생각은 고령화 시대에 맞게 고령의 노인들을 위한 법적 지원과 독립을 위한 준비 없이 일정 연령에 도달했다는 이유만으로 보호시설에서 쫓기듯 나와야 하는 아이들을 위한 지원을 하면서 이런 부분을 좀 더 제도적으로 체계화하고 싶다.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미약하나마 금전적 지출도 각오하고 있다.

[인터뷰 후기]

필자는 시보 시절 전 배우자에게 100만 원을 주지 않기 위해 그보다 훨씬 많은 변호사 수임료를 지급하면서까지 전 배우자와 다투던 의뢰인을 보면서 감정이 극한으로 대립하는 이혼소송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혼소송이나 상간자에 대한 소송을 대리하지는 않지만 상간자에 대한 소송에서 민법상 '공동불법행위자는 부진정연대채무를 부담한다'는 법리가 곧이 곧대로 적용되는 것은 가(家)의 재산이라는 면에서 다소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어 강소영 변호사를 만나 그 부분에 관해 물었습니다(쉽게 위 사례에서 A는 B든 C든 누구에게나 소송으로 인용된 돈 전부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만 이혼을 하지 않았으니 A는 C에게 배상금을 청구할 겁니다).

질문에 대한 답은 제가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그의 말처럼 그렇다고 결과적으로 '이혼소송을 전제시켜 이혼을 장려'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상간자에 대한 소송에서 부정행위를 한 당사자인 B와 C사이의 과실비율을 정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이 부분 또한 법원의 업무부담과 소송경제 등이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만.

필자가 공부했던 민사소송법 교재에 '변호사의 역할에는 사회의 의사(Doctor)로서의 역할도 있다'는 취지의 글이 있었습니다. 소송을 진행하는 당사자를 위해 법률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승소의 결과를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당사자와 공감하며 애 타는 마음까지 함께 배려하고 살펴 궁극적으로 다툼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데 일조하여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피후견인이 입원한 요양병원을 방문하기 위해 수 없이 코로나 검사를 받고 애가 타고 속이 끓는 의뢰인의 애기를 경청하며 주말, 휴일을 가리지 않고 출근하는 강소영 변호사의 '배운 대로 사는 모습'을 보니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 인터뷰였습니다. 그의 꿈이지만 그에게 보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 더 필요한 그의 꿈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함께 기원하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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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민준 명예기자(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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