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우파' 최정남 PD "댄서들에게도 '팬덤' 만들어주고 싶었다"
● 댄스는 몸으로 하는 소통, 결과물도 솔직
● K팝은 ‘듣는 음악’ 아닌 ‘보는 음악’
● SNS 휩쓴 ‘거리의 춤’…“철저히 실력 위주로 뽑아”
● 경쟁보다 빛났던 ‘리더십’과 ‘리스펙’
유재석이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한 말이다. '스우파'는 여성 댄서들이 모인 여덟 크루(팀)의 대결을 그린 Mnet의 오디션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트'를 일컫는다. 왁킹·락킹·브레이킹·하우스 등 이름도 생소한 스트리트댄스를 다뤘지만 그 파급력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과 비견될 정도로 올 하반기를 달궜다. 채널만 돌리면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스우파' 출연진을 쉽게 볼 수 있다. 휴대폰·자동차·배달플랫폼·은행 등 수많은 기업이 '스우파' 댄서들을 광고모델로 모셨다. 바야흐로 K댄서의 시대가 열린 셈이다.
그 중심에는 '스우파'를 연출한 최정남 PD가 있다. 최 PD는 그간 '댄싱9'(2013) '힛 더 스테이지'(2016) 등 춤 경연 프로그램의 감독을 맡아왔다. 최 PD에게 "춤의 매력이 무엇인가"를 물었다. 그는 "댄스는 몸으로 하는 소통이기 때문에 겉으로 드러나는 결과물도 솔직하고, 댄서들의 성격 역시 솔직해 매력적"이라고 답했다.
"K팝의 인기, K댄스가 밑바탕"
BTS·블랙핑크 등 K팝 아티스트가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아 승승장구하는 동안 댄서들은 '백(업)댄서'라는 이름으로 가수 뒷자리에서 무대를 채웠다. 최 PD는 전면에 드러나지 못하는 이들에게 주목했다. '스우파' 기획 단계부터 'K팝의 글로벌한 인기의 바탕에는 K댄스가 있었다'는 생각이었다. 그의 말이다."K팝 팬들은 K팝을 듣는 일에만 그치지 않고 무대를 보고 춤을 따라 추는 '보는 음악'으로 소비한다. 현재의 K팝 산업은 음악과 한국 댄서들의 뛰어난 실력이 합쳐져 만들어진 것이다. 이들을 조명해 K팝 아티스트처럼 댄서들도 팬덤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최 PD는 이번 프로그램에서 여성 스트리트댄서들에게 초점을 맞췄다. 스트리트댄스는 장소의 제약을 벗어나 자유롭게 발전해 온 춤 장르를 말한다. 말 그대로 '거리의 춤'인 셈이다. 하위 장르로 힙합과 브레이킹(Breaking)이 비교적 잘 알려져 있지만 화려한 팔놀림과 포즈 중심의 왁킹(Waacking), 스텝에 초점을 둔 하우스(House) 등 종류는 다양하다. 최PD는 "처음부터 여성 출연진만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면서 "대중 평가를 받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특성상 장르와 성별을 단일화하면 집중도가 높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K팝 안무의 출발점이 되는 한국 스트리트댄스 신(scene)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는 상황인 점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냉정한 승부, 그만큼 뜨거운 승복"
최 PD는 "무엇보다 실력을 우선으로 멤버들을 선발했다"며 "스트리트댄스 신에서 유명한 사람들도 만나보고 관련 영상도 많이 찾아봤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크루를 잘 이끌어갈 수 있는 리더가 있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승패에 대한 깔끔한 승복과 상대에 대한 '리스펙(존중)' 문화도 '스우파'에 시청자들이 열광한 이유 중 하나다. 최 PD는 "촬영은 살얼음판을 걷는 듯 냉정한 분위기에서 이뤄졌다"며 "그만큼 각 크루는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해 싸웠고 그래서 결과에도 뜨겁게 승복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헤이 마마'는 춰야 할 것 같은 분위기"
최근 최PD는 댄서들로부터 "고맙다"는 취지의 연락을 받고 있다. 최 PD는 "‘힛 더 스테이지'에 나왔던 가수 스테파니가 '스우파'를 통해 댄서들의 위상이 높아지고 춤에 관심 갖는 사람이 많아질 것 같다고 반가워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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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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