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우파' 최정남 PD "댄서들에게도 '팬덤' 만들어주고 싶었다"

문영훈 기자 2021. 11. 28.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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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댄스는 몸으로 하는 소통, 결과물도 솔직
● K팝은 ‘듣는 음악’ 아닌 ‘보는 음악’
● SNS 휩쓴 ‘거리의 춤’…“철저히 실력 위주로 뽑아”
● 경쟁보다 빛났던 ‘리더십’과 ‘리스펙’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를 연출한 최정남 PD는 “K팝 아티스트처럼 댄서들도 팬덤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트’ 제공]
"지금은 '오징어 게임'과 '스우파'의 시대다."

유재석이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한 말이다. '스우파'는 여성 댄서들이 모인 여덟 크루(팀)의 대결을 그린 Mnet의 오디션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트'를 일컫는다. 왁킹·락킹·브레이킹·하우스 등 이름도 생소한 스트리트댄스를 다뤘지만 그 파급력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과 비견될 정도로 올 하반기를 달궜다. 채널만 돌리면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스우파' 출연진을 쉽게 볼 수 있다. 휴대폰·자동차·배달플랫폼·은행 등 수많은 기업이 '스우파' 댄서들을 광고모델로 모셨다. 바야흐로 K댄서의 시대가 열린 셈이다.

그 중심에는 '스우파'를 연출한 최정남 PD가 있다. 최 PD는 그간 '댄싱9'(2013) '힛 더 스테이지'(2016) 등 춤 경연 프로그램의 감독을 맡아왔다. 최 PD에게 "춤의 매력이 무엇인가"를 물었다. 그는 "댄스는 몸으로 하는 소통이기 때문에 겉으로 드러나는 결과물도 솔직하고, 댄서들의 성격 역시 솔직해 매력적"이라고 답했다.

"K팝의 인기, K댄스가 밑바탕"

BTS·블랙핑크 등 K팝 아티스트가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아 승승장구하는 동안 댄서들은 '백(업)댄서'라는 이름으로 가수 뒷자리에서 무대를 채웠다. 최 PD는 전면에 드러나지 못하는 이들에게 주목했다. '스우파' 기획 단계부터 'K팝의 글로벌한 인기의 바탕에는 K댄스가 있었다'는 생각이었다. 그의 말이다.

"K팝 팬들은 K팝을 듣는 일에만 그치지 않고 무대를 보고 춤을 따라 추는 '보는 음악'으로 소비한다. 현재의 K팝 산업은 음악과 한국 댄서들의 뛰어난 실력이 합쳐져 만들어진 것이다. 이들을 조명해 K팝 아티스트처럼 댄서들도 팬덤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최 PD는 이번 프로그램에서 여성 스트리트댄서들에게 초점을 맞췄다. 스트리트댄스는 장소의 제약을 벗어나 자유롭게 발전해 온 춤 장르를 말한다. 말 그대로 '거리의 춤'인 셈이다. 하위 장르로 힙합과 브레이킹(Breaking)이 비교적 잘 알려져 있지만 화려한 팔놀림과 포즈 중심의 왁킹(Waacking), 스텝에 초점을 둔 하우스(House) 등 종류는 다양하다. 최PD는 "처음부터 여성 출연진만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면서 "대중 평가를 받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특성상 장르와 성별을 단일화하면 집중도가 높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K팝 안무의 출발점이 되는 한국 스트리트댄스 신(scene)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는 상황인 점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냉정한 승부, 그만큼 뜨거운 승복"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 출연한 댄스 크루 ‘훅’의 배달의민족 광고. [배달의 민족 유튜브 채널 캡처]
실제로 '스우파' 출연진은 K팝과 인연이 깊다. 댄스 크루 '라치카'는 청하·보아·에스파 등 다양한 K팝 아티스트 음악에 안무가로 참여했다. 또 다른 크루 '훅'은 '환불원정대'의 노래의 안무를 맡아 유명세를 탔다. 여기에 세계적인 왁킹 댄서인 '립제이', 2024 파리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브레이킹 국가 대표 '예리' 등 실력파 출연진도 '스우파'에 참여했다.

최 PD는 "무엇보다 실력을 우선으로 멤버들을 선발했다"며 "스트리트댄스 신에서 유명한 사람들도 만나보고 관련 영상도 많이 찾아봤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크루를 잘 이끌어갈 수 있는 리더가 있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 우승팀 ‘홀리뱅’의 메가 크루 미션 무대. [Mnet 유튜브 채널 캡처]
최 PD의 말대로 '스우파'의 인기는 각 크루를 이끄는 출연진의 리더십에서 나왔다. 방송 초반에는 그간 오디션 프로그램이 그랬듯 출연진 사이의 갈등 요소에만 초점을 맞춰 시청자들로부터 "악마의 편집"이라며 빈축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방송 중반부가 되며 각 크루의 리더가 멤버를 다독이고 응원해가며 미션을 진행하는 모습에 시청자들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스우파'의 명장면 중 하나로 많은 인원이 함께 무대를 꾸미는 '메가 크루 미션'을 꼽은 최PD는 "수십 명이 합을 맞춰 하나가 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라며 "여기서도 리더들의 역할이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강조했다.

승패에 대한 깔끔한 승복과 상대에 대한 '리스펙(존중)' 문화도 '스우파'에 시청자들이 열광한 이유 중 하나다. 최 PD는 "촬영은 살얼음판을 걷는 듯 냉정한 분위기에서 이뤄졌다"며 "그만큼 각 크루는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해 싸웠고 그래서 결과에도 뜨겁게 승복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 출연한 댄스 크루 ‘라치타’의 세미 파이널 무대. [Mnet 유튜브 채널 캡처]
‘스우파'는 이 밖에도 다양한 명장면을 낳았다.댄스 크루 '라치카'가 남자 댄서 크루 '커밍아웃', 가수 조권과 함께한 무대도 그중 하나다.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색 의상을 입고 레이디 가가(Lady Gaga)의 '본 디스 웨이(Born this way·난 이렇게 태어났어)'에 맞춰 춤을 췄다. 성소수자에 관한 메시지를 전면에 드러내는 데 연출자로서 부담은 없었느냐고 최 PD에게 묻자, "소수자의 이야기라고 볼 수도 있지만 무대를 꾸민 댄서 가비의 말처럼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별종들의 이야기라고 말하고 싶다"며 "각자 처한 환경과 상황에 따라 무대를 자유롭게 해석할 수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헤이 마마'는 춰야 할 것 같은 분위기"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트’에서 우승한 댄스 크루 ‘홀리뱅’.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트’ 제공]
10월 26일 크루 '홀리뱅'의 우승으로 종영한 '스우파'는 K댄스를 수면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Mnet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게재된 '스우파' 관련 영상 조회수는 방송 7회 만에 3억 뷰를 돌파했다. 가수 데이비드 게타(David Guetta)의 노래 '헤이 마마(Hey Mama)'에 맞춘 안무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틱톡으로 번져 #heymama 조회수가 약 2억6220만 회(11월 12일 기준)에 달한다. 최 PD는 "정식으로 춤을 배운 적은 없지만 이제 나도 '헤이 마마' 정도는 춰야 할 것 같다"며 웃었다.

최근 최PD는 댄서들로부터 "고맙다"는 취지의 연락을 받고 있다. 최 PD는 "‘힛 더 스테이지'에 나왔던 가수 스테파니가 '스우파'를 통해 댄서들의 위상이 높아지고 춤에 관심 갖는 사람이 많아질 것 같다고 반가워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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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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