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통신]"외근 후 칼퇴, 행복해!"..네이버식 업무메신저, 日휩쓴 비결
코로나19(COVID-19) 이후 전세계적으로 여러 기업용 협업 툴(도구)이 성장세이지만 네이버웍스는 좀 더 특별하다. 코로나19 이전부터 '라인웍스'라는 이름으로 일찌감치 일본 시장을 휘어잡았기 때문이다. 현지 시장조사업체 후지키메라종합연구소에 따르면 네이버웍스(라인웍스)는 5년째 일본 내 점유율 1위 유료 기업용 협업툴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시장 점유율은 43.1%(ID 수 기준)에 달한다. 노무라증권, KDDI 같은 일본 대기업들이 고객사다. 코로나19 이후엔 국내 이용도 늘며 지난달 글로벌 고객사 25만곳을 돌파했다.
6년 전 네이버웍스 서비스를 기획한 정현태 웍스모바일 책임리더(45)는 "2010년대 초반 스마트폰 등장 후, 사무실 밖을 돌아다니면서 일하는 환경이 머지 않았다고 예상하고 시장을 일찍 공략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웍스모바일은 네이버웍스 서비스를 위해 네이버에서 2015년 분사한 자회사다.
▷ 개발자로 11년, 기획자로 10년쯤 일했다. 컴퓨터공학과 졸업 후 2000년 한 벤처기업에서 시스템통합(SI) 엔지니어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싸이월드 전성기인 2008년 SK컴즈로 옮겨 네이트온 백엔드 개발자로 일했다. 네이버에서 3년 정도 개발을 하다가 2011년에 기획 직군으로 업무를 바꿨다. 개인용 클라우드인 N드라이브를 주로 담당했다. 2015년부터 네이버웍스 기획에 착수했다. 그해 4월 별도 법인 웍스모바일이 분사할 때 본사에서 적을 옮겼다.
▷ 기획자가 되고 개인용 계정의 메일·캘린더·주소록 등을 회사 업무에 쓰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발견했다. 당시 스마트폰과 라인 같은 개인용 모바일 메신저가 막 보급되는 것을 보면서 앞으로는 일할 때도 이런 업무 도구를 모바일로 쓰면서 소통하게 될 것이라 예상했다. 네이버의 라인에 네이버의 업무 도구와 게시판 기능 등을 얹으면 기존 기업용 협업툴과 차별화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메일보다 격식을 덜 차려도 되는 모바일 채팅 이용률이 높아질 것이 판단했다. 당시 전세계 기업용 협업툴 시장은 이메일 기반 서비스인 구글 G-suite(현 '워크스페이스')와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피스365가 과점했는데 모바일이라면 경쟁력이 있다고 봤다. 실제로 비슷한 시기에 알리바바 '위챗' 같은 모바일 협업툴이 나오기 시작했다. 코로나19가 없었어도 모바일 협업툴 시장은 성장했을 것이다.
- '라인웍스'라는 이름으로 일본에서 먼저 출시한 이유는.
▷ 한국보다 일본 시장이 크다는 점도 고려했고, 무엇보다 라인 UI(사용자환경)를 기반으로 개발했기에 라인에 익숙한 이용자가 많은 일본을 먼저 공략해야 수월하겠다는 판단이었다. 이 판단이 유효했다. 출시 1년 만에 시장 1위를 차지했다. 일본에서도 모바일 협업툴 시장 자체가 성장하는 시장이라 계속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 일본에서 반응이 빠르게 나타난 이유가 뭘까.
▷ 일본에서 라인을 사생활과 공적 업무에 혼용하는 경우가 늘면서 기업 경영진들이 사내 기밀 자료 유출을 우려하기 시작했다. 이를 예방하려고 보안 수준을 높이자 많은 회사원들이 외근을 해도 회사 컴퓨터로 보고서를 쓰기 위해 회사에 들어가야 했다. 퇴근 시간이 늦어지는 문제가 생겼다. 이런 딜레마에 빠진 일본 기업들이 일찌감치 라인웍스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외근 나가 퇴근하면서 바로 보고서를 올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제로 고객사로부터 "라인웍스를 쓴 뒤로 외근을 나가도 일찍 퇴근할 수 있어 행복하다"는 얘기를 들은 적도 있다.
▷인공지능(AI)을 접목한 번역과 OCR(광학문자인식)을 꼽겠다. 메시지나 메일, 게시물에서 머신러닝(기계학습) 기반의 한·일, 한·중 자동 번역 기능이 지원된다. 우리도 일본·중국법인과 소통할 때 네이버웍스를 쓰는데 통번역가 없이도 실시간으로 협업하고 있다. 고객사들이 요청하면 지원 언어도 늘려준다. OCR은 명함 자동 인식에 쓰인다. 명함 사진을 찍으면 자동으로 주소록에 연락처를 추가한다.
▷ 딱 반반 해본 셈인데 둘 다 잘 맞았다. 백엔드 개발자는 내 의도대로 코드를 짜고 수백명의 유저 접속을 안정적으로 유지시킬 때의 성취감이 짜릿하다. 다만 실제 이용자 반응이나 지금 만드는 서비스가 무슨 의미를 가지는지 알기 어렵다. 기획자가 돼보니 사람들이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것을 불편해 하는지 알게 된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 서비스의 이 버튼이 왜 여기에 이 모양으로 배치돼야 하는지'와 같은 UX(사용자 경험)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였다. 처음 기획 업무를 맡을 때에는 '젊으니까 새로운 일에 도전해보고 나중에 개발 직군으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일에 몰두하다보니 여기까지 왔다.
- IT 기업 취업을 희망하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 개발이든 기획이든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공부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둘 다 많은 사람에게 편리함을 줄 수 있다는 보람이 크기 때문에 자신에게 더 적합한 일을 찾는 것이 우선이다.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익히는 데 흥미가 있다면 개발자를,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더 좋아할지 고민하는 것이 즐겁다면 기획자를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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