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구례군 수해폐기물 조작·보조금 유용 수사 '뭉그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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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구례군이 지난해 8월 수해 당시 발생한 재난폐기물과 생활폐기물 처리량을 조작하고 관련 국고 보조금을 유용했다는 의혹 등에 대한 경찰 수사가 도마에 올랐다.
지난 7월 말 구례군 공무직 청소노동자(환경미화원)들이 해당 비위를 검찰에 공익신고(고발)했지만 경찰이 사건을 넘겨받은 뒤 뭉개거나 다른 중요 사건 수사를 핑계로 지금껏 수사를 뒷전으로 미루면서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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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경찰, 뭉개다가 지방청 이첩
전남청, 다른 중요 사건 수사 핑계
두 달째 캐비닛 속에 묵히며 뒷전
"의혹 관련자 입 맞출 시간 주나" 뒷말
전남 구례군이 지난해 8월 수해 당시 발생한 재난폐기물과 생활폐기물 처리량을 조작하고 관련 국고 보조금을 유용했다는 의혹 등에 대한 경찰 수사가 도마에 올랐다. 지난 7월 말 구례군 공무직 청소노동자(환경미화원)들이 해당 비위를 검찰에 공익신고(고발)했지만 경찰이 사건을 넘겨받은 뒤 뭉개거나 다른 중요 사건 수사를 핑계로 지금껏 수사를 뒷전으로 미루면서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28일 경찰 등에 따르면 구례경찰서는 지난 8월 초 검찰로부터 구례군 수해 폐기물 처리량 조작 및 국고 보조금 유용 고발 사건을 넘겨받았다. 앞서 7월 말 청소노동자 등이 김순호 구례군수와 관련 공무원, 폐기물처리업자 등 9명을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고발했다. 이들은 고발장에서 "구례군이 작년 수해 때 발생한 재난폐기물을 처리하는 데 쓰고 남은 국고 보조금을 반납하지 않고 생활폐기물 처리비로 돌려쓰고, 생활폐기물 처리량(1,367톤)도 사후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구례경찰서는 이 고발 사건을 지능팀에 배당한 뒤 20일 가까이 조사하지 않고 뭉개다가 고발인 조사가 예정됐던 8월 25일 돌연 사건을 전남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2대로 이첩했다. 고발인 측은 "이런 경우가 어디에 있냐"며 항의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이 사건을 넘겨받은 전남경찰청은 9월 고발인과 참고인(청소노동자)을 잇따라 불러 조사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수사가 제 궤도에 오르겠거니 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이후 경찰은 사건을 캐비닛 안에 집어 넣었다.
왜 그랬을까. "다른 중요 사건(정현복 전남 광양시장 땅투기 의혹)을 수사하느라…." 경찰 관계자는 이렇게 말끝을 흐렸다. 해명치곤 영 궁색했다. 전남경찰청은 이미 3월 말 정 시장을 입건한 뒤 계속 수사해왔던 터였다. 이를 두고 청소노동자들 사이에선 "중요 사건을 수사하면 그렇지 않은 사건은 묵혀도 되는 것이냐", "경찰이 수사를 뭉개고 있는 탓에 공익신고자들이 신상이 알려져 군청 내에서 보이지 않는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경찰은 "지금 (비위 내용들을)하나씩 살펴보고 있다. 나름대로 관련 자료를 분석하고 있다"고 했다.
경찰이 뒤늦게 수해 폐기물 처리량 조작 사건을 끄집어내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향후 관심은 경찰이 어디까지 메스를 들이댈지에 모아지고 있다. 사실 이번 수사는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이미 구례군은 "수해 발생 직후부터 올해 4월 말까지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리는 생활폐기물을 재난폐기물과 따로 구분하지 않고 모두 재난폐기물로 반출 처리했다"고 인정했다. 이는 구례군이 재난폐기물 처리 목적으로만 써야 할 이 보조금을 생활폐기물 처리에도 사용했다는 걸 방증한다. 또 생활폐기물 처리량 조작 의혹을 뒷받침할 물증도 나온 상태다. 경찰로선 큰 품을 들이지 않고 혐의를 확인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그 다음 단계다. 경찰 수사의 초점이 관련자 혐의 소명에서 다른 쪽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는데, 이는 경찰의 수사 의지와 맞물려 있다. 누가 국고 보조금 전용을 '기획'했고, 이 과정에서 윗선의 지시가 있었는지 등을 규명하지 않고선 봐주기 수사로 비칠 수 있다. 특히 청소노동자들이 김 군수의 매제가 재난폐기물 임시적환장에서 쓰레기 상차(上車) 작업자로 선정된 데 대해 특혜가 있었는지도 수사를 요구해, 경찰은 김 군수와 매제 간 모종의 연관성은 물론 상차 계약, 상차비 지급 과정 등도 들여다봐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경찰이 수사를 넉 달째 뭉그적거리면서 "피고발인들에게 관련자들과 입을 맞출 시간만 벌어줬다"는 뒷말도 적지 않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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